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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튜버 김겨울의 첫 사진 산문집…'글'의 여백을 '빛'으로 채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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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모르는 채로 두기
김겨울 지음/ 세미콜론 펴냄

김겨울 작가의

"세계는 빛의 사각형 안에서 변형된다. 사진은 변형된 빛의 사각형이 세계일 수 있다고 믿는 사람에게서 탄생한다. 그러나 나는 여전히 내가 이해할 수 없는 무언가가 거기에 있다고 생각한다. 이해할 수 있는 만큼을 잘라 찍었지만 그것을 결코 이해할 수 없다고도 생각한다. 사진은 이해할 수 있으면서도 이해할 수 없다는 모순을 유지하는 일이다"(86~87p)

카메라 뷰 파인더에 잡힌 일상의 한 순간이 오래도록 마음에 남을 때가 있다. 사라지기 전의 순간, 잊히기 전의 감정, 설명되기 전의 장면을 향해 셔터를 누른다. 김겨울의 첫 사진책 '모르는 채로 두기'는 그 익숙한 충동에서 한 발 물러선다. 이 책의 사진들은 붙잡기보다 머무르고, 설명하기보다 '모르는 채로' 그대로 남겨둔다.

30만 구독자를 보유한 유튜브 채널 '겨울서점'을 운영하며 '독서 유발자'로 불려온 김겨울은 에세이와 시, 라디오와 영상 등 다양한 매체를 통해 언어의 감각을 다듬어왔다. 이번 사진책에서는 사진과 글을 나란히 놓고, 세계를 대하는 자신의 시선을 한층 절제된 방식으로 드러낸다. 이 책은 사진집이자 사진산문집이며, 동시에 한 창작자의 태도를 담담하면서도 감성적으로 기록했다.

김겨울에게 카메라는 책만큼이나 가까운 도구다. 이동할 때마다 카메라를 들고 다니며, 오래 간직하고 싶은 순간 앞에서 셔터를 눌러왔다. SNS 사진 계정을 통해 꾸준히 쌓아온 작업은 2025년 라이카 스토어 전시로 이어지며 사진가로서의 면모를 입증했다. 이 책에는 그 시간 속에서 길어 올린 90여 장의 사진과 15편의 글이 실렸다.

김겨울 작가의
김겨울 작가의 '모르는 책로 두기'에 수록된 사진 작품들. 교보문고
김겨울 작가의
김겨울 작가의 '모르는 책로 두기'에 수록된 사진 작품들. 교보문고

사진 속 장면들은 대체로 조용한 느낌을 준다. 거창한 사건이나 극적인 순간 대신, 사람의 뒷모습과 그늘, 누군가가 지나간 뒤 남은 자리들이 프레임을 채운다. 인물은 등장하지만 중심에 서지 않고 카메라는 개입하지 않는다. 눈이 쌓인 평범한 도시의 거리, 앙상하게 남은 나뭇가지 등 말없이 존재하는 장면들이 김겨울의 뷰파인더를 통과하며 고요한 정조를 얻는다.

'모르는 채로 두기'라는 제목은 이 책의 핵심을 단번에 드러낸다. 이 책은 어떤 질문에도 쉽게 답하지 않으려는 태도에서 출발한다. 김겨울은 사진을 통해 세계를 완전히 이해할 수 있다는 착각을 경계하며 확정된 의미 대신 여백을 선택한다. 사진 사이사이에 배치된 글은 이미지에 대한 해설이나 설명이 아니다. 김겨울 특유의 감도 높은 문장들은 사진과 일정한 긴장을 유지하며 독자의 사유를 확장시킨다.

책의 구성 역시 이러한 태도를 충실히 따른다. 서로 다른 장소와 시간에서 촬영된 사진들은 조형적·정서적 유사성을 따라 자연스럽게 흐름을 만든다. 독자는 사진의 흐름에 몸을 맡겼다가, 글이 등장하는 페이지에서 잠시 멈춰 호흡을 고른다. 빠르게 소비되는 이미지의 시대에 이 책은 속도를 늦추고 오래 바라보는 경험을 제안한다.

김겨울 작가. 대구문화예술진흥원
김겨울 작가의 '모르는 책로 두기'에 수록된 사진 작품들. 교보문고

책의 디자인은 정재완 북디자이너가 맡았다. 세로로 길쭉한 판형과 풍성한 여백은 시선을 자연스럽게 머물게 하고, 180도 부드럽게 펼쳐지는 사철 제본 방식은 페이지를 넘기는 리듬을 늦춘다. 사진이 지면 밖으로 잘리지 않도록 배치된 구성 또한, 이미지를 온전히 바라보게 하려는 책의 태도와 맞닿아 있다.

'모르는 채로 두기'는 단순한 감상용 아트북이 아니다. 사진과 글을 통해 세계를 대하는 한 창작자의 태도를 밀도 있게 담아낸 결과물이다. 무엇을 붙잡고, 무엇을 비워둘 것인가. 이 책은 알 수 없음을 남겨두는 일이 얼마나 깊은 감각을 열어주는지 보여준다. 168쪽, 2만2천원.

김겨울 작가. 대구문화예술진흥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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