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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동욱의 대구문화 오디세이] 대구시민의 날&시민주간-'대구정신'의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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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8민주운동 기념동상. 2.28민주운동 기념사업회 제공
2.28민주운동 기념동상. 2.28민주운동 기념사업회 제공
지난해 열린 2·28민주운동 65주년 기념사진전 모습. 매일신문 DB
지난해 열린 2·28민주운동 65주년 기념사진전 모습. 매일신문 DB
지난해 대구시민의 날 행사 모습. 매일신문 DB
지난해 대구시민의 날 행사 모습. 매일신문 DB

대구는 시민 스스로 역사를 만들어온 도시다. 나라의 빚을 갚겠다고 나섰던 1907년의 대구시민, 잃어버린 주권을 되찾겠다고 결사하던 1915년의 대구 독립운동가, 학원의 자유를 외치며 거리로 나섰던 1960년의 대구지역 학생들. 그들은 모두 시대를 넘어 '이 나라의 주인은 시민이다.'라고 한목소리를 냈다. 이 정신을 기리고 되살리기 위한 날이 바로 '대구시민의 날'이며, 그 뜻을 확장한 일주일이 '대구시민주간'이다. 대구시민의 날과 시민주간은 그때의 역사적 순간을 다시 불러내어 오늘의 도시와 시민의 정신을 연결하고자 하는, 시대와 세대를 아우르는 기억의 장치다.

국채보상운동 기념물. 국채보상운동기념사업회 제공
국채보상운동 기념물. 국채보상운동기념사업회 제공

시민의 날은 도시의 정신을 기리고, 시민의 정체성과 자긍심을 되새기는 날로 시민이 주인공이 되는 도시의 대표 기념일이다. 대구시민의 날은 2월 21일로 이날은 1907년 당시 대구에서 주도한 국채보상운동이 본격적으로 전개된 날이다. 국채보상운동은 나라의 빚을 국민 스스로 갚아 국가의 주권을 지키겠다는 국민의 자발적 운동이었다. 이는 한국 근대사의 첫 국민운동이자 여성 참여 운동이다. 김광제와 서상돈 등이 중심이 되어 '우리나라의 빚은 우리 국민들이 갚자'라는 구호를 내걸며 운동을 전개하자 대구의 상인과 여성, 학생과 노동자 등 대부분의 사회 주체들이 모두 함께 나섰다. 특히 남일동 부인들이 결성한 남일동패물폐지부인회는 자신들의 장신구를 내놓으며 나라의 빚을 갚는 데 앞장섰다. 이는 우리나라 최초의 여성운동으로 평가된다. 대구에서 주도한 국채보상운동은 곧 전국으로 확산되었으며, 나라를 구하고자 한 시민의 힘이 얼마나 대단한지를 보여 주었다. 이 운동의 기록물은 2017년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되었다. 구국을 위한 시민의 역사가 단순한 지역의 자랑을 넘어, 세계가 인정한 시민연대의 역사로 자리 잡은 것이다. 유네스코는 국채보상운동을 시민이 자발적 연대를 통해 국가의 위기를 극복한 보편적 가치의 사례로 평가했다. 대구는 그렇게 시민이 역사를 만든 도시로 세계사 속에 새겨졌다.

독립운동 이미지. 한국국학진흥원 제공
독립운동 이미지. 한국국학진흥원 제공

대구시민의 날이 지금의 2월 21일로 지정되기까지는 긴 과정이 있었다. 과거 대구시민의 날은 10월 8일이었다. 이는 1981년 7월 1일, 대구가 직할시로 승격된 날로부터 100일째 되는 날을 기념하기 위해서였다. 행정적 의미는 있었지만, 시민의 역사적 자긍심이나 대구의 정신을 온전히 담기에는 부족했다. 이에 시민의 날이 대구를 상징하지 못한다는 여론이 늘어났다. 그래서 대구시는 시민의 날을 새롭게 지정하기 위한 치밀한 논의를 전개했다. 설문조사와 전문가 포럼, 시민원탁회의 등 다양한 방식을 통해 새로운 시민의 날을 모색했다. 설문조사 결과, 시민의 94%가 기존 시민의 날을 모르고 있었으며, 71%가 의미 있는 날로 바꿔야 한다고 응답했다. 그리고 시민들은 국채보상운동을 가장 자랑스러운 대구의 역사로 꼽았다. 이날은 대구 시민정신의 뿌리를 상징하는 날이었고, 역사적·문화적 정체성을 동시에 담을 수 있는 날이었다. 그렇게 해서 2019년 12월, 조례 개정을 통해 대구시민의 날을 2월 21일로 변경하였다. 이는 단순히 날짜를 바꾼 것이 아니라 대구시민이 스스로 역사를 만들어온 정신을 기념하는 결정이었고 시민의 뜻에 따른 변화였다.

대구시민주간 행사 안내. 대구시 제공
대구시민주간 행사 안내. 대구시 제공

대구시는 시민의 날을 중심으로 2월 21일부터 28일까지를 '대구시민주간'으로 운영하고 있다.

이 일주는 단순한 기념행사가 아니라 대구의 정체성과 시민정신을 되새기고 모두가 참여하는 열린 문화주간이다. 대구시민주간이 2월에 열리는 이유는 분명하다. 1907년 2월 21일의 국채보상운동, 1915년 2월 28일의 조선국권회복단 결성, 1960년 2월 28일의 2·28민주운동 등 세 사건이 모두 이 주간에 일어나며, 모두 시민이 주체가 되어 행동한 역사적인 주간이기 때문이다.

대구시민의 날 지정을 위해 수행한 과정
대구시민의 날 지정을 위해 수행한 과정

1907년 국채보상운동은 경제적 자주정신의 상징이었다. 1915년 조선국권회복단 결성은 독립정신의 표상이었다. 1960년 2·28민주운동은 민주주의의 실천정신을 보여주었다. 이 세 정신은 시대마다 다른 얼굴을 하고 있지만, 그 본질은 같았다. 스스로 나라를, 사회를, 그리고 미래를 지키는 시민정신이었다.

대구시민의 날 지정을 위해 수행한 과정
대구시민의 날 지정을 위해 수행한 과정

조선국권회복단은 1915년 대구 안일사에서 결성된 비밀결사단체다. 윤상태와 서상일 등 대구의 지식인들이 중심이 되어, 일제강점기 초기의 암울한 시대 속에서 조국의 독립을 도모했다. 이 단체는 이후 광복회의 모체가 되었으며, 국내 독립운동의 중추가 되었다. 조선국권회복단과 광복회가 모두 대구에서 시작되었다는 사실은, 대구가 단순한 지방 거점이 아니라 독립운동의 중심지였음을 보여준다. 이후 시대가 바뀌어도 대구의 시민정신은 이어졌다. 1960년 2월 28일, 대구지역 고등학생들이 거리로 나섰다. 정부가 정치행사 동원을 위해 일요일 등교를 강요하자, 학생들이 이에 맞서 정치에 이용당하지 않겠다며 일어난 것이다. 이 운동은 한국 현대사의 첫 민주화운동으로 인식되었고, 이후 3·15마산의거와 4·19혁명으로 이어졌다. 대구시민주간은 이 세 사건의 정신을 잇는다. 국채보상운동의 자주정신, 조선국권회복단의 독립정신, 2·28민주운동의 민주정신이 바로 그것이다. 이 세 정신은 대구의 뿌리이자, 오늘의 시민이 계승해야 할 유산이다. 그래서 시민주간은 단순한 기념이 아니라, 대구의 정체성을 되새기고 시민의 힘을 확인하는 시간이다.

국채보상운동 기록물 등재 인증서. 국채보상운동기념사업회 제공
국채보상운동 기록물 등재 인증서. 국채보상운동기념사업회 제공

대구시민주간의 핵심은 시민이 만드는 문화다. 대구시와 구·군, 교육청과 학교, 대구문화예술진흥원과 유관기관, 시민단체 등이 함께 협력해 역사탐방, 인문콘서트, 시민토크, 공연과 전시, 봉사활동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이 모든 행사의 핵심은 시민의 참여에 있다. 대구시민주간은 행정이 주도하는 행사가 아니라, 시민이 스스로 만들어가는 문화의 주간이라는 점에서 특별하다. 대구시민주간의 의미는 단순한 과거 회고가 아니다. 이 기간은 대구의 역사적 정체성을 현재와 미래로 이어가는 연결고리다. 국채보상운동의 자주정신은 오늘날 시민사회운동과 경제민주주의의 밑바탕이 되고, 조선국권회복단의 독립정신은 지역공동체의 연대와 자율성으로, 2·28민주운동의 행동정신은 현대의 참여민주주의로 이어진다. 결국 대구시민주간은 과거를 기념하되, 그 기억에 머물지 않는다. 역사를 현재로 불러내고, 현재의 삶 속에서 그 정신을 되살린다. 이것이 바로 대구 시민정신의 본질이다. 대구는 언제나 위기의 시대마다 먼저 일어선 도시였다. 1907년의 대구시민은 나라의 빚을 갚겠다고 나섰고, 1915년의 대구인은 주권을 되찾기 위해 비밀결사에 참여했으며, 1960년의 청소년은 자유를 위해 거리로 나섰다. 모두 시대를 초월해 같은 목소리를 냈다. 대구시민의 날과 시민주간은 단지 역사적 기념이 아니라, 현재를 변화시키고 미래를 설계하는 시민의 시간이다. 물질적 성장보다 중요한 것은 시민이 스스로 주체가 되어 움직이는 문화적 에너지다. 대구시민의 날과 시민주간은 바로 그 에너지를 다시 일깨우는 시간이다.

시민이 곧 도시의 얼굴이고, 시민이 곧 대구의 문화다. 대구시민의 날은 시민이 스스로를 돌아보는 자율의 시간이다. 그리고 대구시민주간은 그 자율의 정신이 문화로, 실천으로 확장되는 무대다. 대구는 언제나 시민이 중심에 선 도시였다. 1907년의 국채보상운동이 그랬고, 1915년의 조선국권회복단이 그랬으며, 1960년의 2·28민주운동이 그랬다. 시민의 날과 시민주간은 그 정신을 기억하고 이어가는 대구의 약속이다. 시민이 도시의 역사이고, 시민이 곧 대구의 문화다.

대구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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