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강원도를 다녀왔다. 늦은 밤 서울로 돌아오는 길에 재미난 광경을 마주했다. 제한속도가 50㎞/h인 스쿨존이었다. 강원도는 2023년부터 어린이보호구역 10곳의 야간과 휴일 제한 속도를 50㎞/h 탄력운영해 주민 불편을 최소화하고 있었다. 김진태 강원지사가 경찰청과 계속 협의해 공휴일과 주말에 스쿨존 자율 운영권을 받아냈다고 한다.
반면 서울은 어떨까. 경찰청은 2023년부터 서울 성북구 한 초등학교에서 시범 사업을 진행하며 탄력운영 가능성을 타진해 왔다. 하지만 서울시는 이 실험을 관망만 하고 있다. 이제는 시범 운영을 넘어 서울시가 나서 서울 전역으로 과감히 확산할 결단이 필요한 시기다.
서울의 도로는 24시간 잠들지 않는다. 하지만 바쁘게 달리던 차도 특정 구간에 들어서면 숨을 죽여야 한다. 스쿨존 30㎞/h 속도 제한 때문이다. 아이 안전을 위해 도입된 이 장치는 어느덧 24시간 예외 없는 규제가 되었다. 정작 아이들은 꿈나라를 여행 중인 새벽 3시에도 '거북이 행진'을 강요 받는다.
도로는 도시의 혈관이다. 특히 심야 시간의 도로는 새벽 배송과 물류 차량이 오가는 경제의 현장이다. 이 혈관이 막힘없이 흘러야 도심 물류의 효율이 극대화되고 국가 전체의 생산성도 높아진다. 하지만 텅 빈 새벽 스쿨존 규제는 이 원활한 흐름을 사방에서 끊어놓고 있다. 물류의 속도가 곧 경쟁력인 시대에 보호 대상이 다니지 않는 시간까지 속도를 규제하는 것은 명백한 사회적 에너지 낭비다.
교통 선진국은 우리와 다르다. 미국, 영국, 호주 등은 스쿨존 속도 제한을 '아이가 움직이는 시간'에만 적용한다. 등하교 시간 전후로 경고등이 켜질 때만 감속하고 그 외의 시간은 도로 본연의 흐름에 충실하다. 이들은 안전을 규제의 총량으로 따지지 않는다. 위험한 순간에 규제를 집중하는 '선택과 집중'의 효율성을 택한다.
우리 헌법에는 "국민의 기본권을 제한할 때는 필요한 만큼만 적절하게 규제해야 한다"는 '과잉금지 원칙'이 있다. 아이가 없는 심야나 공휴일까지 일률적으로 이동을 제한하는 것은 이 원칙에 어긋난다. 안전이라는 방패 뒤에서 국민의 행동 자유와 효율적인 물류 이동권을 과도하게 침해하는 것은 아닌지 돌아봐야 한다. '혹시 모를 사고'라는 막연한 공포가 행정 편의주의와 결합할 때 국민의 일상과 경제 활동은 불필요한 규제의 감옥에 갇히게 된다.
김혜지 국민의힘 서울특별시의원
* 가스인라이팅(Gas Enlighting)은 매일신문에서 새롭게 선보이는 칼럼 공간입니다. '가스라이팅'은 1930년대 가스등을 사용하던 시절 파생된 용어입니다. 가스등을 조금씩 어둡게 해 누군가를 통제하는 걸 의미하는데요 '가스인라이팅'은 그 반대로 등불을 더 밝게 비춰주자는 뜻입니다. 젊은이들의 시각으로 새로운 이야기를 자주 선보이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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