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넘게 이어지는 불면증과 우울증, 그나마 다행은 신규원전 유치에 대한 희망이..."
지난 18일 경북 영덕군 석리 따개비마을. 소나무가 우거져야 할 산은 이파리 하나 없이 검게 그을린 나무들이 장승처럼 우두커니 서 있었고, 고사목을 모두 베어낸 곳은 흙산으로 변해 을씨년스러운 분위기를 자아냈다.
이곳 집단부지 내 임시조립주택에 거주하는 이명순(67)씨는 뱃일 나간 남편을 마중하기 위해 우산을 들고 마을을 나섰다. 불타버린 옛 집터를 보며 답답한 마음을 쓸어내리며 "오늘처럼 비왔다면 그날(산불)이렇지는 않았을텐데"라며 아쉬움을 토해냈다.
이 씨는 "방 한 칸 짜리 집이 답답하고, 우울감에 잠을 못 이루겠다"며 지난해 3월 22일 의성에서 시작해 7일 동안 안동·영양·청송·영덕 등 경북 5개 시·군을 덮쳤던 '괴물 산불'을 떠올렸다.
산불 발생 1년이 지난 현재 임시주택에 거주하는 영덕군 이재민들 대부분은 집을 잃은 상실감과 생활의 불편함을 호소했다.
집이 모두 탄 주민들은 1억원 가량 지원 받았지만 실제 옛 집터에 집을 짓기에는 비용이 부족하고 임시조립주택에서 살 수 있는 기간도 2년에 불과해 내년 살이가 고민이다.
그나마 다행인 건 최근 석리 지역을 중심으로 강하게 불고 있는 신규 원전 유치 움직임이 마을 주민들에게 재기의 동아줄이 되고 있다는 것.
한 주민은 "원전 유치로 땅값이라도 오르면 그 돈으로 집을 지을 수 있지 않겠느냐"며 "정부가 주민들이 스스로 일어설 수 있는 시간을 조금 더 연장해줬음 좋겠다"고 했다.
청력을 잃어 영덕 산불 당시 대피방송을 듣지 못한 할머니를 직접 등에 업고 내달린 신한용(37)씨는 지난 1년을 '살려고 발버퉁 치는 시간'으로 축약했다.
신 씨는 "모든 걸 잃은 상실감에 지옥 같은 시간을 보냈지만 가족들과 살아야 했기에 공사현장 등 돈 되는 곳이라면 닥치는 데로 달려갔다. 예전의 과수농가를 이루려면 최소 10년은 더 걸리겠지만 멈추지 않고 달리고 있다"고 했다.
신 씨는 21일 사과 묘목 100주를 산불 이후 처음 땅에 심는다. 나무가 자리잡는 7~8년 후에는 '산불 악몽'이 인생을 반전 시키는 하나의 전환점이 됐으면 한다고 했다.
산불로 대게포장용 스티로폼 공장을 모두 태워버린 권태하(64)씨는 지난 1월 산불 특별법이 시행되면서 삶의 희망을 조금씩 살리고 있다. 지난 1년은 대출로 버티며 산불을 잊으려 보낸 고된 시간의 연속이었다.
권 씨는 "30년 일궈온 삶을 한순간 잃어버린 후 그 상황을 잊기 위해 몸부림쳤다. 잊어야 다시 시작할 수 있다는 것을 알기에, 일상생활에 집중했다. 최근 법 시행에 따른 지원방안을 찾으며 재기를 위한 활동을 시작했다"고 했다.
퇴직 후 송이채취로 인생 후반전을 꿈꾸다 산불피해를 맞은 오도홍(64)씨는 지난 1년간 불탄 집을 고치고 과수농장을 돌보며 어렵지만 버티며 지내고 있다.
오씨는 "자신의 체리 농장은 보험에 해당되지 않아 모두 날렸지만, 사과와 배농사를 짓는 이웃들은 그나마 보상을 받아 다행"이라며 "농가들이 불탄 땅을 다시 일구며 새로운 농사를 위해 흘리는 땅방울을 보며 내일의 희망을 꿈꾼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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