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스틱에서 자동차, 가전, 건설자재까지 이어지는 산업의 사슬은 나프타(Naphtha)에서 시작된다. 원유 정제 과정에서 얻어지는 부산물인 나프타는 화학산업에서 대체 불가능한 핵심 원료다. 나프타를 분해해 얻는 에틸렌과 프로필렌은 플라스틱·합성섬유·고무의 출발점이다. 한국처럼 석유화학 비중이 높은 산업 구조에서는 의존도가 더욱 높다.
고대 페르시아어에서 유래한 나프타는 '타오르는 것'을 뜻한다. 고대 바빌로니아에서 전투용 가연물(可燃物)로 쓰였는데, 20세기 들어 파괴성이 극대화됐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나프타를 가공해 제조한 네이팜은 피부에 들러붙어 물로도 꺼지지 않고 산소를 태워 버리며 사람을 질식과 화염 속에서 죽음으로 몰아넣는 잔인한 무기다. 비슷한 시기, 나프타 분해 공정에서 얻은 화합물은 세계 최초의 합성섬유 나일론을 탄생시켰다. 전장의 화염과 일상의 섬유가 동일한 출발점에서 나왔다.
나프타의 지배력은 1970년대 오일쇼크 당시 증명된 바 있다. 기름값 상승에 그치지 않고, 칫솔부터 수액 팩까지 '플라스틱 문명' 전체가 멈출 수 있다는 공포를 확인했다. 최근 호르무즈 해협의 긴장으로 물류가 마비되자 나프타 가격은 몇 주 만에 80% 폭등하며 톤당 1천달러 선을 돌파했다. 국내 석유화학 기업들은 2, 3주의 한계 재고 속에 설비 가동 중단이라는 극약 처방을 내놓고 있다. 나프타 가격 상승은 페인트와 플라스틱 원재료 가격을 끌어올리고, 이는 포장재·가전·자동차 등 완제품 가격으로 이어진다. 폐플라스틱을 되돌리는 화학적 재활용이나 바이오 기반 원료 등 '탈(脫)나프타' 실험이 이어지지만, 현재 기술과 비용 구조로는 결핍을 메우기에 역부족이다.
달러 패권이라는 금기를 깨서라도 원료를 확보해야 할 상황인데, 정부는 러시아산 원유·나프타 등 도입과 관련해 달러화가 아닌 위안화(중국), 루블화(러시아), 디르함화(아랍에미리트) 결제가 가능하며, 2차 제재도 없다는 점을 미국 재무부로부터 확인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나프타 수출 제한과 공급 조정 명령까지 검토하고 있다. 나프타가 없으면 수백 개 공정이 멈춘다. 나일론과 스마트폰 생산도 안 된다. 석유화학 산업이 셧다운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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