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하면 무엇이 떠오르나. 시끌벅적한 야시장에서 먹는 육즙 가득한 만두, 부드러운 밀크티와 쫄깃한 버블, 아기자기한 카페들. 그리고 첨단 산업의 핵심으로 떠오른 반도체 기업들일 것이다.
대만의 문화는 이미 한국인들에게 익숙하지만, 여전히 우리가 잘 알지 못하는 모습도 많다.
지난 3일 대만 자이현에서 열린 등불축제 현장을 찾았다. 이후 며칠 동안 자이현 곳곳을 둘러봤다.
◆수많은 등불들…간절한 기도
대만 경제는 지난해 5% 이상 성장했다. TSMC를 중심으로 반도체 산업이 호황을 누리고 있다. 그러나 젊은 세대는 여전히 낮은 소득과 높은 임대료 부담에 시달린다고 한다.
이번 여행에서는 대만 핵심 산업의 팽창을 직접 확인할 수 있었다. 동시에 평범한 대만 사람들의 삶을 지탱하는 힘은 오히려 그들의 문화에 있다는 생각도 들었다.
자이현 타이바오시에 마련된 등불축제 현장은 30헥타르 규모다. 축구장 40개가 넘는 공간에 20개 구역, 600개 이상의 작품이 설치됐다. 전시는 대만 상징 등불과 자이현 상징 등불 두 구역으로 나뉜다.
어두운 밤을 밝히는 거대한 등불 사이에서 대만을 상징하는 요소들이 눈에 들어왔다.
대만 흑곰 '오베어'가 산신들과 어울려 노는 모습은 보는 이의 미소를 자아냈다. 대만 젊은 세대가 '귀여운 것'을 선호한다는 분위기를 곳곳에서 느낄 수 있었다.
넓은 전시장 가운데 유난히 눈길을 끈 것은 불교를 주제로 한 등불이었다.
대만 불교는 불광산, 자제공덕회, 중대산, 법고산 등 이른바 '4대 불교단체'를 중심으로 발전했다. 현실 세계에서 불교 가치를 실천하자는 인간불교 사상을 강조한다.
불광산이 설치한 등불에는 건물 2층 높이에 가까운 구형 조형물이 설치돼 있었다. 관람객들은 빨간 종이에 소원을 적어 주변에 걸었다.
전시장에는 1662년 네덜란드 세력을 몰아내고 대만을 장악한 명나라 장수 정성공(鄭成功)을 형상화한 거대한 등불도 설치돼 있었다. 자이현 시커우향 사찰 '개원전(開元殿)'이 출품한 작품이다.
내부에는 티베트 불교에서 볼 수 있는 전경륜(轉經輪)이 설치돼 있었다. 붉은색 조명의 통로 안에서 경전과 그림이 새겨진 거대한 원통이 천천히 돌아가고 있었고 관람객들은 손으로 원통을 밀며 통로를 지나갔다.
복도를 끝까지 지나면 종 하나가 걸려 있다. 관람객들은 마지막에 종을 한 번 울리고 밖으로 나온다. 전경륜을 돌리면 공덕이 쌓이고 종을 치면 마음이 맑아진다고 한다. 대만 특유의 민간신앙 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공간이었다.
이번 등불축제에서는 불교와 민간신앙을 주제로 한 등불만 십여 곳이 이어져 있었다. 몇몇 전시 앞에는 관람객들이 끊임없이 모여들었다.
대만 사찰은 불교와 도교, 민간신앙이 뒤섞인 경우가 많다. 두 손을 모으고 기도하는 모습에서 종교가 대만인의 일상 속에 자연스럽게 스며 있다는 인상을 받았다.
소수 종교로는 천주교 부스가 있었다. 등불 대신 성모 마리아상과 예수상이 전시돼 있었다. 서양인의 얼굴을 한 한국의 성모상과 달리, 이곳의 성모상은 아시아인의 얼굴에 대만 원주민 문양의 옷을 입고 있었다.
기독교가 대만에 본격적으로 전파된 것은 1945년 이후다. 천주교 성직자들이 아리산 일대에 들어가 원주민 주족에게 신앙을 전파했다. 험준한 산속에서 의료 봉사와 식량 지원을 하며 원주민 사회에 스며들었다.
이튿날 방문한 아리산 주족문화부락에서도 그 흔적을 확인할 수 있었다. 산사태 피해를 본 150여 가구가 모여 사는 이 마을에도 천주교회와 개신교회가 자리 잡고 있었다. 주족의 70~80%가 지금도 기독교를 믿는다고 한다.
◆자이현의 변화 '농업+첨단기술'
전시장 한편에는 '테크월드' 전시관도 있었다. 오사카 엑스포 전시관을 그대로 옮겨온 공간이다.
실내에는 세 개의 영상관이 마련돼 있었다. 거대한 스크린에서는 '반도체로 열어가는 대만의 미래'를 주제로 한 영상이 상영됐다.
"물과 공기처럼 반도체 칩은 우리의 일상 곳곳에서 사용된다. 그리고 그 칩을 만드는 곳이 대만이다."
영상은 반도체가 전쟁과 기후 변화 등 위기를 극복하고 미래를 열어갈 기술이라는 메시지를 강조했다.
행사장에서 차로 10분 거리에는 TSMC의 첨단 패키징 공장이 건설되고 있다. 연산칩과 고대역폭 메모리를 결합해 AI 반도체를 만드는 시설이다.
자이현은 원래 아리산과 설탕, 쌀, 차 등 농업과 자연 관광으로 유명한 지역이었다. 그러나 최근 반도체와 드론 등 첨단 산업을 유치하며 산업 구조가 빠르게 변하고 있다. 그 변화가 등불 축제에도 그대로 반영돼 있었다.
◆부드러운 차 한잔…대만인을 닮았네
대만 여행 셋째 날에는 아리산 고산지대의 차밭을 찾았다. 해발 1200미터에 위치한 판루향은 대만 우롱차 주요 생산지다.
산길을 따라 올라가는 길은 설악산 한계령을 오르는 느낌과 비슷했다. 도로 양옆에는 차를 생산하고 판매하는 상점과 숙소가 줄지어 서 있었다.
그중 '욱륭제차'라는 곳에서 차 제조 과정을 살펴봤다.
대만에서 흔히 마시는 우롱차와 홍차는 차잎을 찌고 발효하는 과정을 거친다. 차잎이 검지 길이 정도로 자라면 수확한다고 한다.
새싹과 두 장의 잎이 붙은 상태를 가장 좋은 등급으로 친다. 어린잎일수록 향이 좋고 맛이 부드럽다.
차 제조 과정에서는 둥근 차 덩어리를 강한 압력으로 눌러 모양을 만든다. 이 과정에서 차잎이 추가로 발효된다고 한다.
과거에는 이 작업을 모두 손으로 했다. 손으로 만든 차는 기계로 만든 차와 맛이 달라 애호가들은 바로 알아본다고 한다.
직접 손으로 차 덩어리를 눌러보는 체험도 했다. 단단한 공을 누르는 작업은 생각보다 힘이 많이 들었다. 차 한 잔 뒤에는 적지 않은 노동과 정성이 들어 있었다.
이곳에서 만든 차도 맛봤다. 첫 잔은 구수한 향이 또렷했고, 우릴수록 맛이 부드러워졌다. 물처럼 부담 없이 마실 수 있는 맛이었다.
차를 마시는 동안 마음이 차분해졌다. 대만 사람들의 부드럽고 친절한 인상이 어쩌면 이 차와 닮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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