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단 성폭행 이후 극단선택을 시도하며 하반신 마비로 극심한 정신적 고통 속에서 살던 스페인 20대 여성이 안락사를 선택했다. 가족 간 갈등과 장기간의 법적 공방 끝에 내려진 결정이었다.
26일(현지시간) 영국 BBC, 아르헨티나 매체 라나시온 등 외신에 따르면 스페인 바르셀로나에 거주하던 노엘리아 카스티요 라모스(25)는 현지 병원에서 의료진의 조력을 받아 안락사를 시행받았다.
그의 사망 사실은 보수 성향 기독교 단체 '아보가도스 크리스티아노스(Abogados Cristianos)' 측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알리면서 확인됐다.
노엘리아는 2022년 극단선택을 시도하는 과정에서 척수 손상을 입어 하반신이 마비됐다. 이로 인해 만성 신경통과 요실금 등 지속적인 신체적 고통을 겪었으며, 정신적 고통도 이어진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치료를 위해 정신병원에 입원했지만 상태가 호전되지 않았고, 2024년 안락사를 신청했다.
그는 어린 시절 보육원에서 지낸 경험과 함께, 과거 연인 및 여러 남성으로부터 성폭행을 당한 사실도 털어놓았다. 이러한 경험들이 정신적 고통에 영향을 미쳤던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항상 외로움을 느꼈다. 저는 그저 평화롭게 떠나서 이 고통을 끝내고 싶을 뿐"이라고 했다.
카탈루냐 자치정부는 2024년 여름 그의 안락사를 승인했으나, 아버지가 강하게 반대하면서 절차는 중단됐다. 아버지는 딸이 판단력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성격 장애를 앓고 있다고 주장하며 법적 대응에 나섰다. 또 "국가는 국민, 특히 정신 건강 문제를 가진 젊은이와 같이 가장 취약한 사람들의 생명을 보호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밝혔다.
이 사건은 약 18개월간 법정 공방으로 이어졌다. 카탈루냐 법원을 시작으로 스페인 대법원과 헌법재판소까지 판단이 이어졌고, 최종적으로 유럽인권재판소(ECHR)까지 사건이 넘어갔다. 각급 사법기관은 모두 노엘리아의 자기결정권을 인정했고, 유럽인권재판소 역시 안락사 집행을 중단해달라는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가족 간 입장은 엇갈렸다. 아버지는 끝까지 안락사를 반대했지만, 어머니는 결정에 동의하지 않으면서도 존중한다는 뜻을 밝혔다. 어머니는 임종에 함께하기를 원했으나, 노엘리아의 요청에 따라 마지막 순간에는 함께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노엘리아는 사망 전 스페인 방송 인터뷰를 통해 자신의 상황을 직접 설명했다. 그는 "아버지는 제 결정을 존중하지 않았고 앞으로도 절대 존중하지 않을 것"라며 가족 간 갈등을 언급했다.
노엘리아는 가족들이 마지막 인사를 나눌 수는 있도록 하되, 안락사 집행 당시에는 의료진과 단둘이 있고 싶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노엘리아의 어머니는 딸의 결정에 동의하지는 않지만 "존중한다"고 말했다.
이번 사례는 2021년 스페인에서 안락사법이 시행된 이후 처음으로 사법부 판단을 거친 사례로 기록됐다. 특히 말기 환자가 아닌 20대가 안락사를 승인받았고, 신체적 고통뿐 아니라 정신적 고통이 주요 사유로 인정됐다는 점에서 논쟁이 이어지고 있다.
스페인 정부 자료에 따르면 2024년 한 해 동안 426건의 안락사 요청이 승인됐다.
안락사에 반대하는 측은 이번 결정이 제도의 허점을 드러낸 사례라고 주장했다. 아보가도스 크리스티아노스 측은 해당 사건을 두고 "스페인 안락사법의 심각한 결함을 드러낸다"고 주장했다.
일부 단체는 정신적 고통을 근거로 한 안락사 허용이 취약한 이들에게 위험한 선례가 될 수 있다고 지적하며 "진정한 보살핌, 지원 또는 대안이 없는 상황에서 안락사가 선택사항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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