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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악한 사육장·부실한 동물 복지…'늑구 탈출' 예견된 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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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늑구' 탈출 이전부터 이어진 탈출사…왜?
반려동물 동물권은 높아지는데 동물원은 제자리 지적

대전 오월드 탈출 이후 한동안 행방이 묘연했던 늑대
대전 오월드 탈출 이후 한동안 행방이 묘연했던 늑대 '늑구'가 13일 오후 10시 43분께 오월드 인근 야산에서 목격됐다. 사진은 목격한 시민이 찍은 영상 갈무리. 연합뉴스

동물원인 대전 오월드에서 숫컷 늑대가 탈출한 사건을 계기로 동물원 안전 관리 실태가 도마에 올랐다. 유사 사례가 반복되면서 기존 동물원 구조가 근본적으로 바뀌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14일 소방당국에 따르면 지난 8일 대전 오월드에서 탈출한 늑대 '늑구'는 아직까지 포획되지 않은 상태다. 이날 오전 6시35분쯤 대전 중구 무수동에서 수색 당국이 포획 작업을 벌였으나 늑구는 포획망을 뚫고 빠져나갔다. 이후 수색 당국이 드론을 통해 재추적에 나섰으나 결국 포착에 실패했다. 대치 과정에서 마취총은 발사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대전 오월드에서 사육 중인 2024년생인 늑구는 지난 8일 오전 땅굴을 파고 우리를 빠져 나간 것으로 파악됐다. 동물원 측은 자체 포획을 시도했다 실패해 약 50분쯤 지나서야 당국에 신고한 것으로 전해졌다.

◆끊이지 않는 동물원 탈출기…일부 동물 사살

동물원 동물 탈출 사건은 주기적으로 반복되고 있다.

2018년 대전 오월드에서는 사육사가 실수로 열어놓은 방사장 문을 통해 빠져나간 퓨마 '뽀롱이'가 4시간 30여분 만에 사살되는 일이 있었다. 이후 이뤄진 특별 감사에서 당시 동물원이 근무 명령과 안전 수칙 등을 위반한 점이 드러나 1개월 폐쇄 명령이 내려지기도 했다. 이후 오월드는 사육장 출입문을 이중 보강하고, 울타리 공사, 폐쇄회로(CC)TV 추가 설치 등의 조치를 취했지만 또다시 늑구가 탈출하는 사고가 발생한 것이다.

서울 광진구 어린이대공원을 탈출해 무사히 돌아온 얼룩말
서울 광진구 어린이대공원을 탈출해 무사히 돌아온 얼룩말 '세로'. 연합뉴스

2023년에는 서울어린이대공원에서 얼룩말 '세로'가 탈출해 약 3시간 동안 주택가를 돌아다니는 일이 있었다. 당시 세로의 탈출로 큰 피해가 발생하지는 않았지만, 세로가 부모를 모두 잃고 동물원에 갇혀 스트레스를 받아온 점이 탈출을 감행한 원인으로 꼽히면서 동물원에 대한 비판 여론이 다시 일었다. 추후 감사에서 얼룩말 방사장 울타리 높이가 기준에 미달하고, 목제 울타리 내구성이 현저히 약해진 상태였다는 점 등이 확인되면서 '부실한 동물원 시설'도 도마 위에 올랐다.

11일 오전 대구 달성공원에서 사육장을 탈출한 침팬지와 포획에 나선 소방대원들의 모습. 대구경찰청 제공
11일 오전 대구 달성공원에서 사육장을 탈출한 침팬지와 포획에 나선 소방대원들의 모습. 대구경찰청 제공

대구에서도 유사 사례가 있었다. 2023년 달성공원 동물원에서 침팬지 '알렉스'와 '루디'가 사육사가 사육장 안 청소를 하던 중 침팬지가 사육사를 밀치고 탈출하기도 했다. 두 침팬지는 2시간여 만에 모두 붙잡혔다. 다만 루디는 마취총 3발을 맞아 기도가 막혀 질식사했다. 같은해 경북 고령의 한 관광농원에서 사육되던 암사자 사순이는 탈출 1시간 여 만에 사살되는 운명을 맞이했다.

◆"종별 특성 반영한 동물원 환경 조성" 목소리

이처럼 동물 탈출이 적잖게 발생하는 이유로는 ▷열악한 사육 환경 ▷관리 부실 ▷동물 복지 부족 등이 거론된다.

정부가 올해 1월 발표한 '제2차 동물원 관리 종합계획'에 따르면, 지난해 5월 동물원 실태조사에서 사자·호랑이·퓨마·곰 등 육식 동물과 코끼리와 코뿔소 등 대형 초식 동물이 사는 174개 동물사(24개 동물원) 가운데 26%인 46곳은 안전사고를 막기 위해 신속한 개선이 필요한 상태였다.

지난해 동물원 실태조사에서는 동물복지 면에서 낙제점을 받은 동물원도 많았다. 조사 대상 116개 동물원 가운데 동물 복지 실태 점수가 100점 만점에 70점 이상인 곳은 4곳에 그쳤으며 50점도 못 받은 곳은 50곳에 달했다.

최근에는 동물원을 당장 폐지하기 어렵다면, 동물들이 탈출을 꿈꾸지 않아도 될 정도로 생태적 특성에 맞는 환경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반려인 2천만 시대가 열리며 동물권에 대한 사회적 인식은 빠르게 높아졌지만, 정작 동물원 안 동물들의 삶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단순히 사육 공간을 넓히는 것을 넘어, 종별 특성을 반영한 환경 조성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이우신 서울대 산림과학부 명예교수는 "전시 기능을 유지하더라도 인간과의 직접 접촉은 최대한 차단하는 것이 중요하다"라며 "초식동물은 비교적 자연 환경에 가까운 조건을 갖춰주면 관리가 수월하지만, 맹수류는 인간을 회피할 수 있는 공간이 필수적"이라고 설명했다.

이 명예교수는 "동물원은 공공서비스 성격으로 접근해야 한다"며 "사회적 합의를 바탕으로 교육·보존 기능을 함께 수행하는 방향으로 설계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동물원은 생태 보존의 마지막 거점 역할을 하기도 한다"며 "단순히 보여주기 위한 공간이 아니라, 보존과 복지를 함께 고려한 체계로 전환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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