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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라언덕-황희진] 코카콜라 139주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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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카콜라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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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희진 주간본부 차장
황희진 주간본부 차장

1887년 5월 8일 미국 애틀랜타에서 처음 판매된 코카콜라는 올해(2026년) 5월 8일 139주년을 맞는다.

139년은 단순한 장수(長壽)의 시간이 아니다. 세계에서 가장 많이 소비되는 음료라는 자리를 사실상 한 세기 넘게 지켜낸 기록이다. 탄산음료의 범주를 넘어 하나의 산업 문명처럼 살아남은 사례다.

코카콜라의 역사를 보면 흥미로운 점이 있다. 단순히 '맛있어서' 오래 살아남은 기업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코카콜라는 늘 시대의 위기와 정면으로 충돌했다. 그리고 그 위기를 기술·브랜드·유통·문화의 힘으로 돌파했다.

대표적인 사례가 독보적(獨步的) 제조 기술이다. 코카콜라는 지금도 원액 제조법 일부를 극소수만 아는 것으로 유명하다. 과장과 신화가 섞였겠지만 중요한 건 비밀 자체가 아니다. 대체 불가능한 품질과 경험을 유지하려는 집요함이다. 전 세계 어디서 사서 마셔도 비슷한 맛을 구현하는 균질성, 물류와 병입 시스템, 유통망, 광고 전략까지 포함한 거대한 기술 체계가 오늘날의 코카콜라를 만들었다.

펩시라는 강력한 경쟁자가 수십 년을 추격했으나 끝내 넘지 못한 점도 주목할 부분이다. 펩시는 때때로 젊은 이미지와 공격적 마케팅으로 코카콜라를 위협했다. 1970~80년대 '펩시 챌린지'는 실제로 코카콜라를 흔들었다. 코카콜라가 조급하게 '뉴 코크'를 내놨다가 소비자 반발에 직면한 사건은 유명하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였다. 역설적으로 코카콜라는 잠깐의 실패(失敗)를 통해 더 강해졌다. 소비자들은 그때 비로소 코카콜라는 그냥 음료가 아니라 문화라는 사실을 확인했다. 기업이 만든 브랜드가 아니라 소비자가 지켜낸 브랜드가 된 셈이다.

21세기 들어 비만과 당분 문제가 세계적 이슈가 되면서 코카콜라는 또 한 번 위기를 맞았다. 탄산음료 자체가 시대착오적 상품으로 취급받기도 했다. 그러나 코카콜라는 제로슈가 제품 출시와 스포츠·에너지 음료 확대 등으로 생존 전략을 바꿨다. 시대 변화에 맞춰 자신을 해체하고 다시 조립하는 능력을 보여줬다. 라이벌 펩시의 전략을 따라한 부분도 없지 않지만, 그렇게 해서라도 펩시를 이기고 마는 게 코카콜라다.

여기서 대한민국 산업이 배워야 할 대목이 나온다. 지금 한국은 반도체, 2차전지, 조선, 방산, K팝 같은 분야에서 세계를 선도하거나 강력한 경쟁력을 보여주고 있다. 하지만 중요한 건 '지금 앞서고 있다'가 아니라, 코카콜라처럼 '100년 뒤에도 살아남을 수 있느냐' 아닐까.

산업의 진짜 승부는 단기 실적이나 일시적 유행이 아니라 표준(標準) 장악에서 갈린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의 반도체가, 한국 조선업의 LNG선 기술이, K팝 시스템이 세계 기준으로 자리 잡으려면 단순 생산 능력을 넘어 생태계와 문화까지 다져놔야 한다. 코카콜라가 음료를 넘어 전 세계인이 따라하는 미국식 생활양식의 상징이 됐듯이.

그러는 과정에서 위기를 대하는 태도가 중요해진다. 대한민국 산업은 중국의 추격, 미국의 공급망 재편, 저출산과 인재 감소 같은 복합 위기에 직면해 있다. 코카콜라의 역사는 위기 자체보다 위기 이후의 대응이 더 중요하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한 번 성공한 방식에 집착하면 무너지고, 스스로를 계속 혁신해야 살아남는다.

139년 된 탄산음료가 여전히 세계 최강 브랜드인 이유는 자신이 무엇인지 잊지 않으면서도, 시대가 바뀔 때마다 자신을 새롭게 바꾼 것이다. 대한민국도 지금의 성공 공식을 반복하는 데 만족하는 순간 추월당한다. 기술을 지키되 기술에 안주하지 않는 것, 코카콜라가 남긴 가장 중요한 교훈일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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