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엔 친구들이랑 같이 운동하려고 시작했어요. 그런데 하면 할수록 너무 재밌고 이제는 국가대표가 꿈이 됐어요."
경북 의성컬링센터 빙판 위에 선수들의 외침이 울려 퍼졌다. 스톤이 하우스를 향해 미끄러지자 선수들은 브러쉬를 쉴 새 없이 문질렀다. 연습 경기가 끝난 뒤에는 서로 장난을 치며 웃다가도 다시 훈련이 시작되자 표정이 단숨에 진지해졌다.
'컬링 메카' 의성에서 성장 중인 의성여자중학교 컬링팀 이야기다.
◆전국 최강
의성여중은 지난 4월 열린 제3회 의성군수배 전국컬링대회 여자15세이하부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이번 대회는 청소년 국가대표 선발전을 겸해 열린 전국 규모 대회다. 선수들은 우승과 함께 청소년 국가대표로 선발돼 국외 전지훈련 기회도 얻게 됐다.
하지만 우승까지 과정은 쉽지 않았다.
앞서 의성여중은 지난 2월 열린 제107회 전국동계체육대회 여자15세이하부 단체전에서 준우승(2위)을 기록했다. 선수들은 결승 패배 뒤 "너무 속상했다"고 털어놨다. 이후 부족했던 체력과 집중력을 끌어올리고자 훈련 강도를 한층 높였다.
그 결과는 곧바로 나타났다. 4월 전국대회 결승에서 만난 의정부 민락중과의 경기는 손에 땀을 쥐게 했다. 팽팽한 접전 끝에 8대 6 승리를 거두며 정상에 올랐다.
현재 의성여중은 정서연(15·리드), 손가비(15·세컨드), 박소율(16·써드), 배지민(16·바이스스킵), 강민영(16·얼터네이트) 학생 선수 등을 중심으로 팀을 꾸리고 있다.
선수 대부분은 친구들과 함께 운동하기 위해 컬링을 시작했다. 하지만 4~5년 동안 빙판 위에서 땀 흘리며 실력을 키웠고 어느새 전국 정상급 선수로 성장했다.
겉보기와 달리 컬링은 체력 소모가 큰 종목이다. 대회 기간에는 하루 3경기까지 치를 때도 있다. 한 경기당 약 2시간 가까이 이어져 체력과 집중력이 동시에 필요하다. 이 때문에 선수들이 가장 힘들어하는 것도 체력훈련이다.
반복되는 스위핑 훈련 탓에 무릎과 어깨 통증은 기본이고 손에는 굳은살도 생긴다. 컬링 바지는 무릎 부분이 쉽게 닳아 자주 교체해야 한다.
◆의성군과 경북교육청 적극 지원
장비 부담도 상당하다. 컬링화는 한 켤레에 40만~50만원 수준이다. 일반 운동화와 달리 왼발과 오른발 바닥 재질이 서로 다르다. 한쪽은 미끄럽고 다른 한쪽은 미끄럽지 않은 특수 소재로 제작된다.
브러쉬 역시 고가 장비다. 카본 브러쉬 기본형도 60만원 수준이며 주문 제작 제품은 200만원을 넘기기도 한다. 경기 규정상 교체해야 하는 브러쉬 패드도 한 장에 4만원 정도다. 유니폼 역시 주문 제작이라 40만~50만원가량 든다. 선수 한 명이 컬링을 시작하려면 장비 값만 200만원 가까이 필요한 셈이다.
초기 진입장벽이 큰 운동이지만 의성군과 경북교육청은 컬링을 시작한 학생 선수들에게 관련 비용을 모두 지원하고 있다. 의성은 국내 최고 수준 컬링 인프라를 갖춘 지역으로 꼽힌다. 초·중·고는 물론 실업팀까지 운영되고 있다. 컬링을 배우고자 타 지역에서 전학 오는 사례도 있다. 실제 의성중에는 대구지역 남학생이 컬링을 배우려고 전학을 오기도 했다.
강도 높은 훈련과 많은 비용 투자에도 선수들이 빙판을 떠나지 못하는 이유는 분명하다.
선수들은 "어려운 샷이 성공했을 때 짜릿함이 정말 크다"며 "누가 마지막까지 실수를 하지 않는 지가 중요한 컬링은 결국 정신력 싸움"이라고 말했다.
◆국가대표 출신 김은정·김영미 코치진 합류
무엇보다 선수들에게 큰 힘이 되는 건 가까이에 있는 롤모델이다. '영미~' 열풍 주역인 국가대표 출신 김은정·김영미 선수도 현재 의성군 컬링 코치진에 합류해 후배 양성에 힘을 보태고 있다.
선수들은 "의성컬링센터의 코치님들은 모두 우리나라에서 유명하고 실력 있는 분들"이라며 "저희도 은정·영미 선배님처럼 되고 싶다"며 웃었다.
의성여중 선수들의 성과 이면에는 교사와 코치의 희생도 담겨있다.
현재 의성여중 컬링 선수는 모두 13명이다. 1학년 5명, 2학년 4명, 3학년 4명으로 선수층도 점점 두터워지고 있다. 선수단이 늘면서 과거 스타렉스 승합차로 이동하던 김양구 감독(의성여중 학생부장)은 최근에는 쏠라티 승합차까지 직접 운전하며 대회장을 오가고 있다.
실질적인 훈련은 의성컬링센터 소속 김호건 코치가 맡고 있다. 의성중과 의성여중 선수들을 모두 지도하는 김 코치는 의성중·의성고를 졸업한 선수 출신이다. 대회 기간에는 두 학교 선수단을 챙기느라 밥도 거를 만큼 바쁜 일정을 소화한다.
이들은 대부분 주말과 연휴에 진행되는 컬링 대회에 참여하고자 주말도 반납한 채 선수들과 전국을 누비는 중이다.
최재관 의성여중 교장은 "의성군 인재육성재단과 경북교육청 지원 덕분에 아이들이 안정적으로 운동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지고 있다"며 "청소년 국가대표 선발을 계기로 선수들이 더 큰 무대에서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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