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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부 모습 변했는데… 제도·시선 그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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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사람이 손을 맞잡고 있다. 이들은 법적 부부일 수도, 혈연이 아닌 비친족 가구일 수도 있다.
두 사람이 손을 맞잡고 있다. 이들은 법적 부부일 수도, 혈연이 아닌 비친족 가구일 수도 있다. '부부'와 가족의 모습은 점점 다양해지고 있지만, 이를 바라보는 법·제도와 사회적 시선은 여전히 과거의 기준에 머물러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병원 보호자 칸 앞에서 멈칫하는 동성 커플. 함께 살아도 가족관계증명서에는 이름이 오르지 않는 연인. "부부끼리 너무 계산적이다"라는 말을 듣는 엑셀부부. 문화센터에서 "엄마는 어디 갔냐"는 질문을 받는 전업아빠. "이 나이에 무슨 재혼이냐"는 주변 시선을 견뎌야 하는 노년의 커플까지.

기자가 이번 취재를 위해 만난 6쌍의 부부와 연인들은 서로 다른 방식으로 살아가고 있었지만, 사회가 기대하는 '정답형 부부'의 틀은 여전히 강하게 남아 있었다. '부부의 세계'는 달라지고 있지만, 이를 바라보는 법·제도와 사회적 시선은 아직 과거의 기준에 머물러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비전형적 가구 맞춤형 제도 필요

함께 살아도 법적으로는 '가족'으로 인정받지 못하는 경우가 대다수다. 현행 주거 정책과 복지 제도 상당수는 여전히 혼인 관계나 직계가족 중심으로 설계돼 있다. 이 때문에 비친족가구는 수술 동의, 임차권 승계, 유족 자격 등 여러 제도적 권리에서 배제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혼인신고를 하지 않은 동거 역시 민법상 부부로 인정되지 않는다. 신혼부부 특별공급이나 배우자 공제 같은 제도적 혜택에서도 제외된다. 주민등록등본상에도 단순 '동거인'으로만 표시돼 관계를 증명해야 하는 상황도 반복된다.

동성 커플 임아현·최진아 씨 역시 이러한 현실을 체감하고 있다. 두 사람은 "아직은 비교적 젊은 편이라 병원에서 보호자가 되어야 하는 상황은 많지 않았지만, 가장 가까운 사이임에도 서로의 의사를 대신 결정할 수 없는 순간들이 분명 존재한다"며 "함께 살아도 가족관계등록부상 가족이 아니다 보니 관계를 설명해야 하는 상황이 반복된다"고 말했다.

여성가족부는 지난해 발표한 '제4차 건강가정기본계획안(2021~2025년)'에서 비혼·동거 등 다양한 형태의 관계 역시 가족으로 포용하는 방향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다만 실제 제도화까지는 여전히 갈 길이 멀다는 평가가 나온다.

전문가들은 비전형적 가구가 이미 우리 사회의 한 축으로 자리 잡은 만큼, 제도 역시 변화 속도를 맞춰야 한다고 강조한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 김영란 연구원은 "기존의 혼인·혈연 중심 가족 개념에서 벗어나, 상호 돌봄과 친밀성 같은 관계의 기능을 중심으로 가족을 다시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비친족 가구 역시 서로 돌보고 의지하며 보호자 역할을 기대하는 등 단순한 타인을 넘어선 관계를 형성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비친족 가구는 단순한 주거 공유를 넘어, 대안적 친밀성을 기반으로 가족과 유사한 기능을 수행하는 경우가 많다는 점에 주목했다. 김 연구원은 "비친족 가구는 구성 인원이나 성별, 함께 사는 이유 등에 따라 필요한 정책 지원이 모두 다르다"며 "각 집단의 특성과 수요를 세분화해 맞춤형 제도를 설계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 다양한 관계, 사회적 시선 여전

달라진 것은 제도만의 문제가 아니다. 다양한 형태의 부부와 가족을 바라보는 사회적 인식 역시 아직 변화의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업아빠 김정현 씨는 "아이를 데리고 문화센터나 병원을 가면 아직도 '엄마는 어디 갔냐'는 질문을 자주 듣는다"며 "육아를 하는 아빠 자체를 낯설게 바라보는 시선이 여전히 존재한다"고 말했다.

이어 "동네 부모 모임도 대부분 엄마들 중심으로 이뤄져 있어 아빠 혼자 들어가기 어려운 분위기가 있다"며 "비슷한 처지의 아빠들과 소통하기 위해 직접 육아 블로그를 운영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생활비와 가사노동을 엑셀로 기록하는 이른바 '계산형 부부'를 향한 시선 역시 엇갈린다. 온라인에서는 "정이 없다" "부부 사이에 너무 계산적인 것 아니냐"는 반응도 적지 않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갈등의 배경에 세대 간 인식 변화도 자리하고 있다고 분석한다. 이혼 전문 변호사 김모 씨는 "과거에는 희생과 배려가 부부 관계의 미덕으로 여겨졌다면, 지금 세대는 관계 안에서도 '억울하지 않은 균형'과 공정한 분담을 더 중요하게 생각한다"며 "예전처럼 한 사람이 참고 감당하는 방식보다, 역할과 책임을 서로 조율하려는 경향이 강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황혼 재혼이나 비혼 동거 등을 바라보는 사회적 시선 역시 여전히 남아 있다. "이 나이에 무슨 재혼이냐"거나 "왜 굳이 결혼하지 않느냐"는 반응처럼 관계의 형태보다 '정상적인 가족'을 요구하는 인식이 여전히 강하다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가족과 부부의 형태가 이미 다양해진 만큼, 사회 역시 변화된 관계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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