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84제곱미터'와 '빈틈없는 사이'는 공통점이 있다. 층간소음(벽간소음)을 다뤘다는 점이다. 장르와 관점(觀點)은 다르다. '84제곱미터'는 심리스릴러, '빈틈없는 사이'는 로맨틱코미디다. 층간소음은 고통과 공포의 대상이지만, 사랑을 불러오기도 한다. 영화적 상상력이다.
'84제곱미터'는 직장인 노우성이 '영끌'을 해서 구입한 33평형 아파트에서 시작된다. 밤마다 정체불명의 '쿵쿵쿵' 소리에 시달린다. 관리사무소에 민원을 넣어도 소용없다. 참다못한 그는 소음의 진원지를 찾아 나선다. 윗집, 더 윗집, 또 더 윗집을 추궁하다가 꼭대기까지 올라간다. 여기서 기괴한 반전이 펼쳐진다. 주인공이 되레 층간소음 유발자(誘發者)로 몰린다.
'빈틈없는 사이'에선 소음이 사랑의 도화선(導火線)이 된다. 남녀는 얇은 벽을 사이에 둔 공간에 산다. 생활 소음이 심각하다. 소음에 소음으로 대응하던 두 사람은 공생(共生)을 도모한다. 한 사람이 4시간을 자유롭게 생활하고 나면, 다른 사람이 4시간을 마음껏 누릴 수 있는 방식이다. 시간이 흐르면서 그들은 벽을 마주한 채 술을 마시며 속내도 터놓는다. 그렇게 '벽'은 허물어진다.
지난 9일 대구의 한 아파트 엘리베이터에서 한 주민이 이웃 주민을 흉기로 살해한 사건이 발생했다. 두 사람은 1년 전부터 층간소음 문제로 갈등(葛藤)을 겪었다. 층간소음 갈등이 살인과 방화 같은 강력범죄로 이어지는 일이 끊이지 않는다. 지난해에도 갈등 끝에 뜨거운 식용유를 뿌리거나 아파트에 불을 지르는 사건이 잇따랐다. 온라인에는 소음 복수법도 공유된다. 이웃집을 향해 대형 스피커로 음악 틀기, 불쾌한 음식 냄새와 담배 연기 내보내기 등이다.
층간소음 민원은 2020년 4만여 건에서 지난해 10만 건을 넘어섰다. 해결은 쉽지 않다. 관리사무소는 민원을 전달하는 역할만 할 수 있을 뿐이다. 아파트 내 층간소음관리위원회는 형식적으로 운영되거나 아예 없는 경우도 많다. 정부 중재 기관인 '이웃사이센터' 역시 상담과 현장 측정까지 수개월이 걸린다. 그 사이 당사자의 갈등은 쌓이고, 감정은 극단으로 치닫는다. 층간소음은 한국 사회의 고질적(痼疾的)인 문제다. 개인의 불편이나 이웃 간 갈등의 차원을 넘었다. 이제는 공동체의 안전 문제로 관점을 바꿔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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