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마침내 총파업이라는 파국(破局)을 단 1시간 남기고 극적인 노사 잠정 합의를 이끌어냈다. 국가 경제의 중추인 반도체 생산 라인이 멈춰 서는 최악의 사태를 피했다는 점에서 천만다행인 일이다. 그러나 이번 합의안의 뚜껑이 열리자마자 삼성전자는 '주주(株主)의 법적 집단 반발'과, 성과주의의 대원칙 위배로 인한 기업의 가장 기본적인 운영 질서 훼손, '노노(勞勞) 갈등'의 심화라는 또 다른 국면의 위기에 직면하게 됐다.
삼성전자 주주 단체인 '대한민국 주주운동본부'는 21일 삼성전자 노사의 임금협상 잠정 합의안을 위법으로 규정하며 법적 대응을 예고했다. 세전 영업이익의 무려 12%(OPI 포함)를 주주총회 결의도 없이 성과급 재원으로 사전 할당하는 방식은 주주 제안권과 배당가능이익 산정 절차를 무시한 위법 행위라고 강력 반발하고 있는 것이다.
이들은 이사회 결의 무효 소송은 물론, 찬성 이사 전원을 상대로 상법상 '이사의 충실의무' 위반에 따른 손해배상 청구까지 예고했다. "세금도 떼기 전에 영업이익의 일정 비율을 제도적으로 나눠 갖는 것은 투자자도 할 수 없는 일"이라는 대통령의 지적처럼, 기업의 주인인 주주의 몫을 도외시한 채 비용을 과다 지출하는 구조는 자본주의 시장경제의 근간(根幹)을 흔드는 일이 될 수도 있다.
사업부 간의 극심한 보상 격차가 숫자로 드러나면서 대체 '성과주의'의 원칙이 무엇이냐는 측면에서 기본적인 기업 운영의 질서가 무너졌다는 점도 풀어야 할 난제다. 합의안에 따르면 반도체(DS) 부문은 기존 성과급과 더불어 영업이익의 10.5%를 상한 없이 나누는 '특별경영성과급' 제도를 도입해, 메모리 사업부의 경우 올해 인당 6억2천만원에 달하는 사상 초유의 성과급을 챙길 것으로 전망된다. 반면 완제품(DX) 부문은 기존의 50% 상한선에 묶여 잘해야 5천만원 안팎이다.
더 큰 문제는 형평성의 왜곡이다. DS 부문 내에서 연간 조 단위의 적자를 내는 시스템 LSI와 파운드리 사업부조차 '부문 내 공동 분배' 원칙에 따라 DX 부문보다 몇 배나 많은 2억원이 넘는 성과급을 보장받게 됐다. 반면 흑자를 내고도 적자 사업부보다 터무니없이 적은 보상을 받게 된 DX 부문 임직원들은 상대적 박탈감과 소외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 이미 DX 부문을 중심으로 노조 탈퇴 운동이 거센 데다 교섭 중단 가처분 신청까지 제기된 상황이다. 노사 협상 과정에서 불거진 노노 갈등의 불씨가 이번 잠정 합의를 통해 해소되기는커녕 더욱 큰 상처를 남기고 만 것이다.
여기에다 삼성전자의 사례가 노동계 전반으로 확산할 경우 대기업은 물론이고 하청·자회사, 중소기업 곳곳에까지 터무니없는 성과급 요구가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있어서는 안 될 나쁜 선례(先例)를 남긴 셈이어서 경제계의 우려도 크다. 당장 삼성전자 노사 합의를 지켜본 주요 사업체의 노조 역시 사측에 사업 성과의 N%를 성과급으로 요구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구조는 상법의 기본 원칙을 훼손하는 동시에 분배 정의에도 어긋난다는 지적이다.
기업이 번 돈을 미래 기술 개발과 시설 투자, 그리고 주주에게 돌리지 않고 고비용 급여 구조를 유지하는 데 탕진한다면 기업의 글로벌 경쟁력은 추락할 수밖에 없다. 성과급의 제도화와 고정급화는 시장경제의 원칙을 무너뜨리는 모순이라는 점에서 사측은 법과 원칙을 지키는 단호한 경영 판단을 내려야 마땅했다. 파업이라는 노조의 초강수를 피해 가려다 기업의 기초체력인 '조직문화'와 '시장 신뢰'를 모두 잃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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