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근대사에서 포스코를 일으켜 대한민국을 살린 박태준 회장의 '우향우 정신'을 모르는 사람은 드물다. 전쟁 후 50~60년대, 북한은 발 빠르게 천리마 운동을 통해 '전체는 하나를 위하여, 하나는 전체를 위하여'라는 사회주의 구호와 함께 강선제강을 일으키며 중공업 중심 성장으로 앞서갔다. 그러나 후진적 농업국가 한국은 해방 이후 냉전 이데올로기로 빨갱이 사냥에 몰두하고 친일 매판 자본가들에게 특혜를 주면서 국가 경제는 낙후를 면치 못했다. 1970년대 유신시대 포스터에는 '10월 유신, 100억불 수출, 1,000불 소득'이라는 구호가 들어있었고 70년대 초 1인당 GDP는 300~400달러로 세계 최빈국 수준이었다.
그 가난했던 나라가 1965년 일본으로부터 대일청구권 자금과 차관으로 받아낸 자금 중 일부(약 24%)를 사용하여 1968년 포항종합제철을 세웠다. 우향우 정신을 내세운 박태준 회장과 포스코 임직원의 눈물겨운 노력으로 마침내 1973년 6월 9일 고로 1기에서 첫 쇳물이 쏟아진 것이다. 을사늑약 이후 일본의 강제 국권 침탈에 대한 어떤 사과 및 배상도 받지 못한 치욕을 무릅쓰고 얻어낸 돈이었지만, 결과적으로 그렇게 세워진 포스코는 대한민국 근대화의 초석이 되었다. 한국경제가 그때부터 앞서가기 시작하였으니 그해 6월 9일(철의 날)은 오늘날 대한민국이 근대에서 현대로 넘어간 역사의 분수령이 아닐 수 없다.
박 회장의 우향우 정신은 조상들의 핏값으로 세운 포항제철이 실패하면 모두 우향우를 하여 영일만에 빠져 죽자는 일사각오의 정신을 잘 나타내고 있다. 당시 일본 측은 한국의 기술·자본·운영 역량을 낮게 보아 실패 확률을 더 크게 보았고, 기술 영향력 확대를 위해 최신예 LD제강까지 기술이전하였다. 그러나 포스코에는 박태준의 우향우 정신이 있었고 일본의 예상을 뛰어넘는 속도와 품질로 일관제철소를 성공시켰다. 그 결과 포항제철은 신기술을 흡수·개량해 세계적 철강기업으로 성장했다.
박태준 회장을 잘 아는 사람들은 그분이야말로 진정한 사회주의자였다고 회고한다. 그는 포스코를 통해 오늘날 자동차, 조선, 기계, 건설, 방산의 모든 기초를 놓은 제철보국의 신화를 이루었을 뿐 아니라, 청렴한 기업인의 표상으로 사적 이익을 추구하지 않고 기업의 공공성과 책무를 강조하며 국가 주도의 민족경제를 일으키는데 생을 바친 인물이기도 하다. 그는 포스코 임직원과 노동자들에게 "회사를 위해 일하지 말고 민족을 위해 일하라"고 주문했던 진정한 민족주의자이기도 했다. 기업의 이윤을 사회에 환원하며 포스텍과 RIST를 함께 지어 산학연 단지를 구축하기도 하였으며, 시대를 앞서가는 통찰력으로 북한에 들어가 제철소를 지어 포스코가 세계에 우뚝서는 기업이 되기를 소원했던 선지자이기도 했다.
박태준의 우향우 정신은 단순한 일사각오의 의미만이 아니다. 포스코가 세워지던 1968년 세계 철강 대국은 1억톤을 넘긴 미국을 이어 소련, 일본 순이었다. 철강생산이 그 나라의 국력과 비례하던 산업사회에서 우리는 당연히 우향우 정신으로 미국과 일본에게 다가갈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오늘날은 다르다. 세계 조강생산의 50%를 훌쩍 넘긴 중국이 10억톤을 넘나들고 있으며, 일본(3위) 미국(4위) 한국(6위) 독일(7위)을 제외하면, 세계 10위권 안에 인도(2위), 러시아(5위), 이란, 브라질, 튀르키에까지, 중국이 주도하는 BRICS+ 국가가 절반이다. 공급과잉과 철강관세 및 CBAM 환경세로 절체절명의 위기에 처한 한국 철강업이 소생하기 위해서, 이미 구매력 평가 GDP에서 G7을 추월해버린 BRICS와 함께 그 물살을 타야 한다. 어쩌면 1991년 남북한이 유엔 동시 가입을 추진했듯이 이제는 중국 주도의 G2-벨트 안으로 우리가 들어가기 위해 남북한이 동시에 BRICS+ 가입을 추진해야 하는 날이 10년 안에 다가올 수도 있다. 바야흐로 우리의 생존을 위해 좌향좌 정신이 필요한 시대가 되었다.
철 지난 멸공타령과 정신 나간 기업인의 스타벅스 탱크데이로 온 나라가 시끄럽다. 좌우이념 전쟁시대는 끝난 지 오래다. 이제는 생존을 위한 현실인식과 실용주의만이 살 길이다. 탈바꿈에 실패하여 폐허가 되어버린 철강도시 러스트벨트처럼 되지 않으려면, 포항도 변해야 한다. 박태준 회장이 돌아오신다면 이렇게 외칠 듯하다. "이제는 좌향좌 정신이야! 정신차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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