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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친구 AI] 상사 답장부터 싸움 중재까지…AI가 대신 말하는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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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성형 AI가 인간 사이의 대화와 관계 속으로 들어오기 시작한 모습을 AI 이미지로 구현했다. 상사 답장과 인간관계 대화까지 AI의 도움을 받아 작성하는 최근 일상 풍경이다.
생성형 AI가 인간 사이의 대화와 관계 속으로 들어오기 시작한 모습을 AI 이미지로 구현했다. 상사 답장과 인간관계 대화까지 AI의 도움을 받아 작성하는 최근 일상 풍경이다.

직장인 A씨는 요즘 상사에게 답장하기 전 먼저 챗GPT를 연다. 불쾌한 업무 지시가 와도 바로 답하지 않는다. 카카오톡 내용을 그대로 복사해 넣고 "너무 감정적이지 않게", "선을 지키면서도 예의 있게" 답장 써달라고 부탁한다. AI가 써준 문장은 대부분 그대로 복붙(복사해서 붙여넣기)된다.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상사 메시지를 챗GPT에 넣고 답장한다'는 글이 화제가 됐다. 그런데 더 많은 공감을 얻은 건 댓글이었다. "상사도 니가 보낸 메시지에 AI로 답변하고 있을껄"

◆ 공지·민원…말을 대신 써주는 AI

사람과 대화하기 전에 AI와 먼저 대화하는 시대. 생성형 AI가 이제는 검색을 넘어 인간 사이 '말하기' 자체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사람들이 AI에게 가장 많이 맡기는 건 의외로 거창한 업무가 아니다. 오히려 감정 소모가 큰 일상 대화다. "거절 메시지 부드럽게 써줘" "기분 안 나쁘게 항의하는 법 알려줘" "읽씹 안 당할 답장 추천 좀"

서비스업 종사자들 사이에서도 활용은 빠르게 퍼지고 있다. 대구에서 사진관을 운영하는 이모(36) 씨는 손님 공지나 예약 변경 안내를 보낼 때 챗GPT를 자주 사용한다. 이 씨는 "맞춤법이나 비문 걱정을 안 해도 되고 말이 훨씬 정리돼서 손님들이 이해하기 편한 것 같다"며 "예전에는 공지 하나 쓰는데도 스트레스였는데 지금은 훨씬 수월하다"고 말했다.

AI는 단순히 문장을 다듬는 수준을 넘어 관계 속 거리 조절까지 돕는다. 너무 차갑지도, 너무 감정적이지도 않게 표현을 정리해주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이를 "감정 노동의 외주화" 현상으로 보기도 한다. 직접 표현하며 생기는 갈등과 피로를 AI가 완충해준다는 의미다.

◆ "AI 판사님, 누가 잘못했나요"

그런가하면 AI는 인간 관계의 '중재자' 역할도 맡고 있다.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부부싸움 뒤 챗GPT를 함께 활용했다는 글이 올라와 화제가 됐다. 작성자는 "별것 아닌 걸로 싸웠는데 객관적인 시각이 궁금했다"며 "상담전문의·부부심리 전문가 역할을 부여한 뒤 같은 세션에서 아내와 각자 입장을 입력했다"고 했다.

결과는 의외였다. 두 사람 모두 AI의 분석을 읽은 뒤 "서로 미안하다"며 사과했다는 것이다. 또 다른 이용자는 "논쟁이 붙으면 챗GPT에게 판사 역할을 시킨다"며 "화가 막 나다가도 AI가 아내 편을 들면 이상하게 수긍하게 된다"고 적었다.

왜 사람들은 인간보다 AI의 판단을 더 쉽게 받아들이는 걸까. 전문가들은 AI가 감정을 드러내지 않는다는 점에 주목한다. 사람은 편을 들거나 감정적으로 반응할 수 있지만, AI는 '중립적'이라는 인상을 준다는 것이다. 실제로 많은 이용자들이 챗GPT를 사용할 때 "객관적으로 봐줘", "중립적으로 판단해줘" 같은 표현을 자주 입력한다.

한 상담심리 전문가는 "AI는 감정적으로 맞서지 않고 말을 끊지도 않는다"며 "사용자 입장에서는 공격받는 느낌없이 자기 이야기를 정리할 수 있다는 점에서 심리적 안정감을 느끼게 된다"고 말했다. 실제 학계에서도 AI의 상담 능력은 이미 인간을 위협하는 수준으로 평가받는다.

경성대학교 경제금융물류학부 연구진이 발표한 논문 〈중소기업 애로상담에 대한 생성AI의 튜링 테스트〉에 따르면, 인간 전문가와 AI의 상담 답변을 두고 블라인드 테스트를 진행한 결과 참가자들은 둘을 거의 구별하지 못했다. 연구진은 "평가자들은 오히려 인간 전문가(13.9%)보다 생성AI의 답변이 더 만족스럽다(32%)고 평가했다"며, "생성AI가 자연스러운 대화문을 생성해 상담 분야에서 인간 전문가를 충분히 대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 인간 특유의 표현들 사라질수도

문제는 AI를 거친 이러한 말들이 점점 인간의 실제 대화를 대체하기 시작한다는 점이다. 요즘 온라인에서는 "AI 냄새 나는 말투"라는 표현도 자주 등장한다. 지나치게 정중하고, 논리적이고, 매끈한 문장들이다. 사과문도, 연애 답장도, 업무 메일도 점점 비슷한 형태를 띠기 시작했다.

실제로 사람들은 이제 대화하기 전 먼저 AI에게 검수를 맡긴다. 감정적인 표현은 순화되고 갈등은 완충된다. 관계는 부드러워질 수 있다. 하지만 동시에 인간 특유의 날것의 감정과 서툰 표현 역시 점점 사라지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간단한 대화에도 AI를 활용한다는 김범석(25) 씨는 "AI 도움을 받으면 깔끔한 문장이 나오긴 하지만, 어느 순간 내 언어가 사라지는 느낌이 든다"며 "하도 도움을 받다 보니 이제는 짧은 문장도 혼자 잘 못 쓰겠다"고 토로했다.

전문가들은 생성형 AI가 인간관계를 보조하는 도구가 될 수는 있지만, 감정 표현 자체를 대신하기 시작하면 관계 능력 자체가 약해질 가능성도 있다고 우려한다. 직접 부딪히고 표현하며 조율하는 과정 역시 인간 관계의 중요한 부분인데, AI가 갈등을 줄여주는 순기능은 있어도 장기적으로는 인간 스스로 감정을 표현하고 조절하는 능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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