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와 독일, 스페인이 참여해 온 유럽 차세대 전투기 공동 개발 사업인 미래전 항공 시스템(FCAS)이 사실상 좌초됐다. 이에 따라 영국·일본·이탈리아가 추진하는 GCAP(글로벌 전투 항공 프로그램)과 미국 F-35가 대안으로 부상하는 가운데, 한국형 전투기 KF-21도 일부 틈새시장을 노릴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재무장 구호에도 사업 조율 실패
로이터통신은 8일(현지시간)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가 지난주 몬테네그로에서 만나 FCAS 문제를 논의한 끝에 차세대 유인 전투기 공동 개발을 더는 계속하기 어렵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고 보도했다. 사업 참여 기업 간 협상 교착이 해소될 가능성이 작다고 판단한 것이다.
FCAS는 프랑스 라팔 전투기와 독일·스페인 등이 운용하는 유로파이터를 대체할 6세대급 차세대 공중전 체계를 개발하는 사업이다. 유인 전투기뿐 아니라 무인기, 센서, 전투 클라우드 등을 묶는 유럽 방위 자율성의 상징적 프로젝트로 꼽혀 왔다.
그러나 러시아 위협에 맞서 유럽 각국이 재무장을 외치는 상황에서도 핵심 무기체계 개발을 둘러싼 산업적 이해관계 조율에는 실패했다. 로이터 등은 FCAS를 주도해 온 프랑스 다쏘와 독일·스페인 측을 대표하는 에어버스가 사업 주도권과 지식재산권, 기술 공유, 역할 배분 등을 놓고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고 전했다. 프랑스는 항공모함 운용과 핵투발 능력까지 고려한 전투기를 원한 반면, 독일은 자국 공군 운용 개념에 비해 과도한 요구라는 입장을 보여 온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FCAS 전체가 완전히 사라졌다고 보기는 이르다. 핵심인 유인 전투기 개발은 무산됐지만, 드론과 무기 네트워크, 전투 클라우드 등 일부 구성 요소는 별도 유럽 협력 틀에서 이어질 가능성이 거론된다. 앞서 에어버스 방산 부문도 위기에도 불구하고 무기 네트워크와 드론 프로그램 등은 계속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FCAS 좌초로 우선 수혜 후보로 거론되는 것은 영국·일본·이탈리아가 추진하는 GCAP이다. GCAP은 2035년 전력화를 목표로 차세대 유인 전투기와 무인 전력, 센서·데이터 통합 체계를 개발하는 사업이다. 이탈리아 의회가 초기 단계 예산 87억7천만 유로를 승인하는 등 사업은 속도를 내고 있지만, 개발비 상승과 일정 지연 가능성은 변수로 남아 있다.
◆틈새시장 노릴 만하다
미국 F-35도 대안으로 부상할 가능성이 크다. FCAS 지연으로 유럽 각국이 단기간에 전력을 보강해야 할 경우, 이미 양산·운용 체계를 갖춘 F-35 의존도가 더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높은 획득·운용 비용과 미국과의 정치·안보 관계, 정비·업그레이드 종속성 등은 부담 요인으로 꼽힌다.
이 틈에서 KF-21도 일부 시장을 노릴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KF-21은 6세대 전투기의 직접 대체재는 아니지만, F-16과 미그-29, 토네이도 등 노후 4세대 전투기를 교체해야 하는 국가들에는 비용 대비 성능을 앞세운 선택지가 될 수 있다. 특히 고가의 F-35 도입이 부담스럽거나, 라팔·유로파이터·그리펜 등 유럽 기종과 가격·납기 경쟁을 벌이는 시장에서 기회가 생길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수출 경쟁력을 확보하려면 개발 일정을 맞추고 무장 통합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KF-21은 상대적으로 낮은 도입 비용과 국내 방산업체의 양산 능력이 장점으로 꼽히지만, 블록2 공대지 능력 개발, 수출용 무장·센서 통합, 미국산 GE F414 엔진의 제3국 수출 승인 문제 등은 과제로 남아 있다.
양욱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2029년 블록2 양산 등 개발 일정을 맞춰 KF-21의 경쟁력을 수요 국가들에게 보여줘야 한다"며 "무기체계 확보와 센서 통합 등은 국외 도움이 절실한데, 이런 요소가 수출 길을 막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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