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정선거 논란 '오리무중', 종전 협상 '오리무중', 野 인물난에 대진표는 '오리무중'" 등등처럼 국내외의 정세가 한마디로 뿌연 안개 속이다.
'오리무중(五里霧中)'은, "다섯 오, 길이 리, 안개 무, 가운데 중"으로, "다섯 리(里, 2km)나 되는 거리가 안개 속이라 사람・사물의 행방을 도무지 알 수 없다"라는 뜻이다. 이 사자성어는 한국을 비롯하여 중국, 일본에서도 흔히 사용한다.
리(里)는 흔히 '마을'로 읽지만, 여기서는 '길이'의 명칭이다. 그래서 '길이 리'로 하였다. 그리고 '안개'는 공기 중 지면에 가까운 수증기가 냉각되어 작은 물방울이나 얼음 결정으로 응결하여 지표면에 떠 있는 현상을 말한다. 국제적으로는 가시거리가 1킬로미터 미만이면 '안개(fog)', 1킬로미터를 초과하면 '옅은 안개(mist)'라고 한다. 그래서 오리무는 후자에 해당한다.
오리무중의 '오리무'는 송나라 범엽(范曄, 398∼445)이 정리한 후한의 역사서 『후한서』 「정・범・진・가・장 열전(鄭范陳賈張列傳)」 가운데 '장해(張楷)'를 소개하는 부분에 나온다. 이후 '오리무'에다 '가운데 중' 자를 붙여 오리무중이 되었다.
『후한서』의 '장해' 소개 대목은 이렇다. "(장해는) 성품이 도술을 좋아하여 능히 '5리의 안개(五里霧)'를 만들 수 있었다. 이때 관서 사람 배우(裴優)도 또한 3리의 안개를 만들 수 있었는데, 스스로 장해보다 못하다고 여겨서 그에게 배우기를 원했다. 하지만 장해는 피하며 기꺼이 그를 만나보려 하지 않았다"(性好道術, 能作五里霧, 時關西人裵優亦能爲三里霧, 自以不如楷, 從學之, 楷避不肯見). 자연에 숨어서 사는 장해는 5리의 안개를 만들 정도의 특이한 도술로 명성이 높아지자 사람들이 몰려들었으나, 그는 이것을 싫어하여 아무도 만나지 않았다는 이야기이다.
이 대목을 흔히 「장해전」이라 소개하나 잘못됐다. 『후한서』에는 「장해전」이라는 별도의 항목이 없고, '정・범・진・가・장 열전' 가운데 장해의 전기가 섞여 나올 뿐이다. '정・범・진・가・장 열전'의 '정'은 정흥(鄭興)과 그의 아들인 정중(鄭衆), '범'은 범승(范升), '진'은 진원(陳元), '가'는 가규(賈逵), '장'은 장패(張霸)와 그의 아들 장해(張楷), 장릉(張陵), 장현(張玄)을 가리킨다. 이들은 주로 정권의 핵심에서 경학을 가르치거나, 경전의 주석을 달아 후대에 영향을 미친 인물이다. <정흥→정중>, <장패→장해・장릉・장현>처럼 부자 관계이거나 가학(家學)을 이어받은 경우가 대부분이다.
참고로, 중국에서 도량형 단위는 시대적으로 변천했는데, 후한 때는 1리가 300보(步)였다. 그리고 1보는 6척(尺), 1척은 23.04cm. 그러니 1보는 138.24cm(23.04cm×6척)가 되고, 5리는 207,360cm(138.24cm×300보×5리)이므로 2km 정도가 된다. 우리나라에서도 리의 길이는 시대마다 달랐는데, 현대에는 1리가 393m이나 올림하여 400m로 한다. 따라서 5리는 2,000m 즉 2km이다.
우리 고전 문집에서는 '오리무중'이란 사자성어가 드물게 최치원의 『계원필경집』 에 나온다. 하지만 혼란했던 근대기를 다양하게 증언하는 신문과 잡지 등의 사료에는 "오리무중에 방황・배회하는…" 식의 언급이 빈출한다. 이렇듯 '안개'의 이야기가 많이 나오는 시기에는 전망이 불투명하고 불안한 상황이다. 이럴 때일수록 사태의 추이를 관망하며 묵묵히 기다리는 지혜가 필요하다.




































댓글 많은 뉴스
[취재현장-박성현] 대구에서 태어난 죄
'유럽서 귀국' 李 대통령…정청래 90도 인사에 "수고했습니다"
李 대통령, 트럼프 대통령에 "중동처럼 북한 문제도 해결해 달라"
국회의원 보좌진 목덜미 잡은 경찰 [영상]
"구미, 반도체 소부장 국가거점으로"…구윤철 부총리 공식 선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