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증권사들이 잇따라 유상증자에 나서며 자기자본 규모를 키우고 있다. 자본력이 곧 기업금융(IB)과 종합투자계좌(IMA), 발행어음 사업 경쟁력 등으로 이어지는 만큼 대형사들의 몸집 불리기가 가속화되는 모습이다.
자본력을 앞세운 대형사들이 성장 동력을 확보하는 동안 중소형사들은 수익성 악화와 자본 부담이라는 이중고에 직면하면서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심화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1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최근 일부 중대형 증권사들은 수천억 원에서 수조 원 규모의 자본 확충에 나서며 미래 성장 력 확보에 속도를 내고 있다.
NH투자증권은 지난 2일 NH농협금융지주를 대상으로 4000억 원 규모의 제3자배정 유상증자를 결정했다. 확보한 자금은 최근 금융당국으로부터 인가를 받은 IMA 사업과 기업금융, 신용공여 확대 등에 활용할 계획이다. IMA는 고객 예탁금을 기업금융과 다양한 투자자산에 운용해 수익을 제공하는 상품으로, 대규모 자기자본이 필수적인 사업으로 꼽힌다.
KB증권도 앞서 지난 2월 KB금융지주로부터 7000억 원을 수혈받았다. KB금융이 증권 계열사에 대규모 증자에 나선 것은 2016년 이후 10년 만으로, KB증권은 이번 증자를 통해 자기자본 규모를 한 단계 끌어올리며 초대형 IB 경쟁력을 강화하겠다는 전략이다.
한국투자증권도 올해 초 모회사인 한국금융지주로부터 1조5000억 원 규모의 자금을 지원받으며 자기자본을 12조 원 이상으로 끌어올렸다. 업계 최대 수준의 자본력을 바탕으로 발행어음과 IMA, 해외 대체투자 등 대형 사업에서 우위를 확보하겠다는 전략이다.
우리투자증권 역시 출범 이후 공격적인 자본 확충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달 우리금융그룹으로부터 약 1조 원 규모의 자금을 수혈받아 자기자본을 2조2000억 원으로 확대, 단숨에 업계 11위권 자본력을 갖추게 됐다
우리금융지주는 내년 추가 증자를 통해 우리투자증권의 자기자본을 3조 수준까지 확대하고 종합금융투자사업자(종투사) 진입을 추진할 계획이다. 종투사로 지정되면 신용공여 한도가 자기자본의 100%에서 200%로 확대돼 기업금융과 투자 사업의 경쟁력을 한층 강화할 수 있다.
증권사들이 경쟁적으로 자본 확충에 나서는 배경에는 금융당국의 IMA 제도 도입과 발행어음 시장 확대가 있다. 두 사업 모두 일정 수준 이상의 자기자본을 요구하는 데다 조달한 자금을 활용해 수익을 창출할 수 있어 증권사 입장에서는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평가된다.
기업금융 시장에서도 자본 규모의 중요성은 더욱 커지고 있다. 대규모 인수·합병(M&A) 자문과 인수금융, 기업공개(IPO) 주관, 프리IPO 투자 등 수익성이 높은 사업은 대규모 자본 투입이 필수적이기 떄문이다. 특히 최근에는 모험자본 공급 확대와 신성장 산업 투자 수요가 늘어나면서 증권사들의 자기자본 경쟁이 한층 치열해지고 있다.
자기자본 차이에 따른 실적 격차도 확대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자기자본 기준 10대 증권사(미래에셋·한국투자·키움·NH투자·삼성·KB·신한투자·메리츠·대신·하나)의 1분기 합산 당기순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약 114% 증가한 4조3318억 원으로 집계됐다.
증시 거래대금 증가와 기업금융 수수료 확대, 운용 손익 개선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미래에셋증권, 한국투자증권 등 일부 초대형 대형사들은 대부분 시장 기대치를 넘어 사상 최고 실적을 경신하기도 했다.
반면 중소형 증권사들은 시장 호황의 수혜를 충분히 누리지 못했다. 한화투자증권은 기업금융과 운용 부문 실적 부진으로 당기순이익이 전년 대비 26.9% 감소했고, iM증권(-20.6%), 다올투자증권(-46.5%), 한양증권(-10.7%), 부국증권(-29.9%) 등도 성장세가 둔화됐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증시 활황에 따른 수혜가 브로커리지 부문에 집중되면서 리테일 기반이 상대적으로 약한 중소형 증권사들은 수익 개선 효과를 충분히 누리지 못하고 있다"라며 "중소형사들은 부동산 PF 익스포저 부담이 여전히 남아 있는 데다 IB 부문에선 대부분이 자기자본 규모가 큰 증권사 중심으로 배정되면서 수익 격차가 확대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업계에서는 이러한 양극화가 앞으로 더욱 심화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초대형 IB 사업과 발행어음, IMA 등 자본집약적 사업이 증권사의 핵심 수익원으로 자리 잡고 있는 만큼 자기자본 규모에 따른 경쟁력 차이가 구조적으로 확대될 수밖에 없다는 분석에서다.
한국기업평가는 최근 보고서에서 "자본력은 종합 IB 사업 경쟁력의 핵심 원천"이라며 "상위 5개 종투사는 자본력을 토대로 은행권과의 격차를 좁히는 동시에, 발행어음과 IMA를 축으로 기업금융과 모험자본 공급을 넓히는 자본시장형 플레이어로 진화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어 "IMA와 발행어음은 대규모 자금조달 능력과 자본 효율성 제고를 의미한다"라며 "기업 여신 확대와 자본시장 성장의 선순환 구조를 만들 수 있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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