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가 하루 단위로 급등과 급락을 오가는 극심한 변동성 장세에 빠졌다. 각국 중앙은행의 기준금리 향방, 스페이스X 상장과 마이크론 실적 발표 등 증시를 흔들 대형 이벤트가 줄줄이 대기하면서 당분간 방향성을 잡기 어려운 '핑퐁 장세'가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단기 변동성에 흔들려 추격 매수나 투매에 나서기보다 신중하게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1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오전 9시52분 현재 코스피는 전 거래일 대비 158.55포인트(2.05%) 하락한 7572.27에 거래되고 있다.
최근 국내 증시는 하락과 상승을 거듭하며 롤러코스터를 방불케 하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 지난 5일 5.54%, 8일 8.29% 연이어 급락하며 8000대가 무너졌다가, 9일에는 8.18% 급반등하며 8000대를 회복했다. 그러나 하루 만인 10일 다시 4.52% 하락한 7730.82에 마감하며 8000대 밑으로 내려왔다.
급락과 급등이 단기간에 반복되면서 시장 안전장치도 빈번하게 작동했다. 올해 들어 지난 10일까지 코스피와 코스닥 시장에서 발동된 사이드카는 각각 12차례씩 총 24번 발동됐다. 상반기 만에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2008년 연간 기록(26회)에 육박하는 수준이다.
옵션 가격에 반영된 시장의 기대 변동성을 측정해 이른바 '한국형 공포지수'로 불리는 코스피200 변동성지수(VKOSPI)는 지난 9일 91.23까지 치솟아 2009년 산출 이후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2008년 금융위기 당시 고점(89.30)마저 넘어선 수치다.
미국 VIX지수와 일본 니케이225 변동성지수가 3월 고점 대비 절반 수준으로 내려온 반면 VKOSPI는 3월 고점을 넘어선 점은 국내 증시 내부의 변동성 압력이 그만큼 크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코스피가 연일 급등락을 반복하면서 개인 투자자가 보유한 주식이 반대매매로 강제 처분된 규모는 지난 5일 1661억원, 8일 1391억원, 9일 1698억원 등 최근 3일 연속 1000억원대를 기록하고 있다. 반대매매가 3거래일 연속 1000억원대를 기록한 건 지난 2023년 10월 이후 처음이다.
최근 국내 증시의 변동성을 키우는 주요 원인은 중동 정세와 미국 통화정책 방향이 꼽힌다. 미국과 이란 간 군사적 긴장이 재차 고조되면서 국제유가가 상승했고 위험자산 회피 심리가 확대됐다. 간밤 발표된 미국 5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전년 동월 대비 4.2% 올라 2023년 4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하면서 기준 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감이 후퇴했다.
여기에 미국과 이란의 무력 충돌이 재개되며 지정학적 리스크도 다시 부각됐다. 지난 10일(현지시각)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은 대가를 치러야 할 것"이라며 추가 공격을 시사하자 투자심리가 위축됐다.
인공지능(AI) 반도체 밸류체인 피크아웃 우려도 증시 변동성을 키우고 있다. 브로드컴 실적 발표와 미국 데이터센터 개발업체 크루소의 1.8기가와트 규모 데이터센터 건설 중단 소식은 미국 증시를 비롯한 국내 반도체 섹터에도 악영향으로 작용하고 있다.
코스피 시가총액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단일종목 레버리지 출시로 변동성에 더 취약한 구조가 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당분간 변동성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날 국내 증시 선물·옵션 동시 만기일을 시작으로 12일 스페이스X의 나스닥 상장, 오는 16~17일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와 15~16일 일본은행 금융정책결정회의 등 굵직한 이벤트가 줄줄이 대기하고 있다. 일본은행의 기준금리 인상이 예상되면서 '엔캐리 트레이드 청산' 우려로 글로벌 증시 전반이 흔들릴 가능성도 제기된다.
다만 증권가에서는 변동성 확대를 곧바로 매도 신호로 해석할 필요는 없다는 조언이 나온다.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기업 이익 전망과 밸류에이션 매력이 여전히 유효하다는 이유에서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변동성 증폭 환경에서는 '마켓 타이밍'(쌀 때 매수·비쌀 때 매도) 전략을 실행하는 것보다는 기존 주도주 중심의 포트폴리오를 유지하는 것이 현실적인 접근"이라고 조언했다.
변준호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 5월 물가, 이란 사태 종전 여부, 스페이스X 상장 등 단기적으로 확인할 변수가 많은 만큼 조정 흐름이 좀 더 이어질 수 있다"면서도 "7000대 초반에서 단기 저점이 형성될 수 있다. 증시가 추가 하락할 경우 6월 말~7월 증시를 겨냥한 저가 매수 전략이 유리하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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