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핵심 관료들이 억만장자 성범죄자인 고(故) 제프리 엡스타인 관련 기밀문서 공개 문제를 두고 여러 차례 비공개 대책회의를 열며 충돌한 것으로 전해졌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지층에 약속했던 엡스타인 의혹 해소 방안을 놓고 자료 공개 범위와 방식, 관련자 인터뷰 등 여러 선택지를 검토했지만 논란을 잠재우기는커녕 의혹을 키웠다는 평가가 나온다.
10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백악관 내부 논쟁은 지난해 7월 법무부와 FBI(연방수사국)가 "엡스타인의 이른바 '고객 명단'은 발견되지 않았다"는 취지의 메모를 공개한 뒤 본격화했다.
그동안 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를 주장하는 트럼프 지지 세력) 진영 일각에서는 엡스타인 관련 자료가 공개되면 정·재계 권력자들의 범죄 은폐 의혹, 이른바 '딥스테이트'의 실체가 드러날 것이라는 주장이 확산돼 왔다. 트럼프 대통령도 대선 과정에서 관련 자료 공개를 시사하며 지지층의 기대를 키웠다.
하지만 2기 행정부 출범 뒤 팸 본디 법무장관이 엡스타인 관련 자료가 "책상 위에 있다"고 언급하고, 일부 자료를 보수 성향 인플루언서들에게 먼저 제공하면서 논란은 오히려 커졌다. 공개된 자료가 기대에 미치지 못하자 지지층 내부에서는 "무언가를 숨기는 것 아니냐"는 반발이 터져 나왔다.
백악관에서는 자료를 최대한 투명하게 공개하자는 JD 밴스 부통령 측과, 의혹 해소 수준에서 정치적 리스크를 관리해야 한다는 참모진의 입장이 맞선 것으로 전해졌다. 일부 참모들은 공개용 자료를 선별하거나, 엡스타인의 공범인 길레인 맥스웰을 인터뷰해 트럼프 대통령과 관련한 의혹을 부인하게 하는 방안까지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다.
NYT는 이 논쟁을 "엡스타인 파일 문제의 축소판"으로 평가했다. 의혹을 통제하려는 시도가 반복됐지만, 엡스타인 피해 여성들의 증언과 권력층 연루 의혹을 둘러싼 의심은 사라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결국 지난해 11월 미 의회는 '엡스타인 파일 투명성 법안'을 통과시켰고, 트럼프 대통령도 이를 서명했다. 이후 법무부가 관련 자료를 단계적으로 공개했지만, 자료 상당수가 가려져 있거나 피해자 신원 보호가 미흡하다는 비판이 이어졌다.
공개 자료에는 트럼프 대통령을 비롯해 빌 게이츠 등 유명 인사들의 이름과 엡스타인과의 과거 접촉 기록이 포함됐다. 다만 이름이 등장한다는 사실만으로 범죄 연루를 의미하는 않는다.
게이츠는 이날 하원 감독위원회 비공개 조사에서 엡스타인과 만난 것은 "심각한 판단 착오"였다고 밝혔다. 그는 엡스타인의 범죄 행위를 목격하거나 관여한 적은 없다고 주장했다.
여론은 트럼프 행정부에 냉담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로이터통신과 입소스 조사에서 트럼프 행정부가 엡스타인 사건 관련자들의 책임을 묻는 데 도움이 됐다고 답한 응답자는 10%에 그쳤다. 공화당 지지층에서도 21%만이 같은 평가를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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