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발(發) 지정학적 리스크가 고조되며 국제유가와 미국 국채금리, 달러화 가치가 동반 상승하는 가운데, 대표 안전자산으로 꼽히는 금 가격이 오히려 급락하고 있다. 이에 금 현·선물뿐만 아니라 채굴주 ETF(상장지수펀드)까지 일제히 하락세를 보이면서 투자자들의 실망감도 커지는 모습이다. 다만, 시장에서는 신흥국 중앙은행의 구조적인 금 매입 수요와 향후 미국 금리 인하 가능성을 감안할 때 하반기에는 금 가격이 반등 국면에 진입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1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KRX 금시장에서 1kg짜리 금 현물의 1g당 가격은 최근 1주일(2~11일)간 8.36%(21만8270원→20만30원) 하락했다. 소액 투자 수요가 높은 미니금(100g)도 이 기간 7.02%(21만5000원→19만9900원) 빠졌다.
특히 순도 99.99% 금 현물은 전날 1g당 19만8060원에 거래를 시작한 뒤 장중 한 때 19만6780원까지 떨어지기도 했다. KRX 금시장에서 금 가격이 20만원 선 아래로 내려간 것은 지난해 12월 이후 약 6개월 만이다.
국제 금값도 내림세다. 이날 오전 8시 기준(한국시간) 미국 CME(시카고상품거래소그룹) 산하 COMEX(뉴욕상품거래소)에서 8월 인도분 금 선물 가격은 온스(oz)당 4114달러다. 이는 지난 2일 4519.9달러에서 1주일 만에 8.98%나 급락한 수준이다.
같은 기간 국내 ETF 시장에서도 금 관련 종목들이 직격탄을 맞았다. 금 현물 종목인 미래에셋자산운용의 'TIGER KRX금현물'과 한국투자신탁운용의 'ACE KRX금현물'은 각각 7.29%, 7.49%씩 하락했으며 선물 ETF인 ▲삼성자산운용 'KODEX 골드선물(H)(-9.54%)' ▲TIGER 골드선물(H)(-9.43%) ▲TIGER 금은선물(H)(-10.06%) 등도 약세를 면치 못했다. 레버리지 종목인 'ACE 골드선물 레버리지(합성 H)'의 경우 17.99%나 급락했다.
이밖에 ▲NH아문디자산운용 'HANARO 글로벌금채굴기업(-13.91%)' ▲신한자산운용 'SOL 국제금커버드콜액티브(-7.67%)' ▲한화자산운용 'PLUS 금채권혼합(-4.11%)' ▲키움투자자산운용 'KIWOOM 미국S&P500&GOLD(-2.72%)' 등 금과 관련된 모든 종목들이 일제히 우하향 곡선을 그렸다. 금 선물 가격 하락에 베팅하는 'KODEX 골드선물인버스(H)' 홀로 8.61% 상승했다.
최근 금값 하락은 중동 지역의 지정학적 리스크가 오히려 부담으로 작용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통상 금은 지정학적 불확실성이 커지고 금융시장 변동성이 확대될 때 선호되는 대표적인 안전자산이다. 그러나 이번 미국-이란 간 전쟁은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국제유가를 끌어올렸고 이에 따라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인하 기대가 약화됐다. 그 결과 미 국채금리와 달러화 가치가 상승하고 실질금리까지 오르자 금 가격은 조정을 받는 모습이다.
홍성기 LS증권 연구원은 "지난 1분기 본격적인 호황과 폭락(Boom-bust) 사이클을 경험한 귀금속 시장은 이란 전쟁 발발 이후 국제 유가 상승으로 미 국채금리 상승, 달러화 강세, 실질금리 상승이 직접적인 하락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며 "단기적으로 지정학적 리스크가 오히려 금리와 달러를 통해 금 가격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시장에서는 금 가격이 하반기부터 다시 반등 국면에 접어들 것으로 전망했다. 지정학적 리스크가 신흥국 중앙은행의 구조적 금 매입을 유도하기 때문이다. 현재 금리 선물시장은 미 연준이 연말까지 금리를 동결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는데, 고용시장 취약성 등으로 연내 금리 인하 기대감이 반영되기 시작한다면 금 가격에 우호적인 환경이 만들어질 전망이다.
전규연 하나증권 연구원은 "트럼프 집권 기간 중 글로벌 경제 불확실성은 주기적으로 부각될 소지가 높아 자산 배분 차원에서 안전자산 성격의 금 수요는 꾸준히 유입될 가능성이 높다"며 "지정학적 리스크와 대외 불확실성 고려 시 신흥국 중앙은행의 금 선호 현상이 지속되며 구조적인 금 매입세가 이어질 전망"이라고 말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올해 들어 유가 상승과 함께 달러·금리가 상승하고 긴축 우려도 높아진 만큼 금 가격이 한동안 쉬어 갈 것이라고 진단했다.
오재영 KB증권 연구원은 "금의 조정은 연초 이후 지정학적 리스크 고조에도 국제유가가 상승하면서 미 연준의 금리 인하 기대가 후퇴하고 글로벌 유동성이 반도체 주식 등 일부 자산으로 쏠리면서 금으로의 투자도 위축된 모습"이라며 "또한 지난 3월 터키, 러시아 등의 중앙은행은 121톤의 금을 순매도하며 2023년 4월 이후 처음으로 월 순매도를 기록했다. 현 구간 4000달러 레벨에서 지지되지 못한다면 3000달러대 중반까지도 열어둬야 한다"고 분석했다.



































댓글 많은 뉴스
李대통령 "나도 탄핵 희생양 될 수도" 발언에…국힘 "피해자 코스프레"
'삼전닉스', 이달 말 지방 투자 공식화…대구경북은 빠지나
'반도체 유치戰' 손놓은 TK 정치권…'무기력 대응'에 비판 목소리
"농지·임야도 예외 없다…李정부, 토지 투기와 전면전"
[산업 입지 전쟁] "공천=당선" 안주하는 TK 정치권…중앙선 존재감 미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