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이란의 종전 양해각서(MOU) 전문이 17일(현지시간) 공개되면서 이란이 완승했다는 분석에 힘이 실리고 있다. 심지어 이란이 호르무즈해협만 열었을 뿐 실속은 다 챙겼다는 평가가 나온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에게는 천사나 다름없다는 식의 혹평도 넘쳐나고 있다.
종전 MOU 세부 조항을 분석해 보면 적어도 액면상으로는 이란이 새로 내주는 게 거의 없다. 외려 숙원 사항을 한꺼번에 해결한 듯한 모양새다. 특히 경제적 합의를 다룬 조항들을 종합하면 이란은 호르무즈해협을 개방하는 대가로 즉시 원유 수출을 할 수 있게 된다. 경제난 타결의 기회가 된 셈이다. 3천억 달러(약 457조원) 규모의 재건기금 조성 마찬가지다. 이란은 오히려 이를 전쟁 배상금 성격으로 받아들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대통령이 비난했던 2015년 버락 오바마 정부의 이란 핵합의(포괄적공동행동계획·JCPOA)보다 더 나아졌다는 평가도 나온다. 미국의 제재로 묶인 동결자산의 최종 수혜자를 이란 중앙은행이 지정하도록 한 것이다. 수혜처를 인도주의 사업 등 비제재 대상에 국한한 JCPOA와 다른 점이다.
안보 측면에서도 비슷한 평가가 나온다. 레바논을 포함한 모든 전선에서 군사작전의 즉각적이고 영구적 종료를 선언했는데 이스라엘 입장에서는 황당한 노릇일 수 있다. 하마스와 헤즈볼라를 궤멸하다시피 하며 유리한 고지를 차지했음에도 전투를 곧장 멈춰야 하는 탓이다.
이번 전쟁의 가장 큰 명분이던 이란 비핵화 관련 조항에서도 미국은 한 발 물러서는 모양새다. 오히려 앞으로 60일 동안의 협상 기간 동안 첨예하게 대립할 수밖에 없는 핵심 의제로 여겨진다. CNN은 종전 MOU 14개 조항을 분석한 뒤 "이란이 호르무즈해협의 선박에 발포하지 않는 대가로 당장 많은 것을 얻어간다"고 봤다.
트럼프 대통령의 정치적 본거지인 공화당 정치인들과 마가(MAGA) 등 보수 인사들 사이에서도 종전 MOU에 대한 비판이 거세다. 빌 커시디 연방 상원의원은 전문을 읽은 뒤 "레이건이 무덤에서 뒤척이고 있다. (…) 최근 수십년간 최악의 외교정책 실수다"라고 혹평했다. 그러면서 "이란은 호르무즈해협을 위협하면 통한다는 점을 알게 됐고 장래에 틀림없이 이를 지렛대로 활용할 것"이라고 했다.
이란 문제에 대해 강경한 입장을 취했던 테드 크루즈 상원의원은 "우리를 죽이려는 신정주의 광인들에게 수십억 달러(수조 원)를 주는 것은 좋은 생각이 아니다"라고 했다. 그도 "호르무즈해협의 향후 통행료 부과를 막지 못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17일 베르사유궁전에서 가진 만찬 도중 종전 MOU에 서명했다고 백악관이 밝혔다. 당초 19일 미국과 이란 고위급이 스위스에서 만나 대면 서명을 할 계획이었으나 호르무즈해협 개방을 앞당기기 위한 조치였다는 설명이 붙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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