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9년 어느 봄날, 대구 시내 한 국민학교 운동장에는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햇살처럼 번져가고 있었다. 운동장 한쪽에서는 지구본 모양의 정글짐에 올라 모험을 즐기는 남자 아이들이 있었고, 또 다른 한편에서는 작은 생명들을 품에 안은 여자아이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었다.
그 시절 학교 교문 앞에는 늘 병아리 장수가 찾아왔다. 대나무 광주리 안에서 삐약삐약 울어대는 노란 병아리들은 아이들의 마음을 단숨에 사로잡았다. 몇십 원짜리 용돈을 손에 꼭 쥔 채 "아저씨, 제일 예쁜 걸로 주세요"라고 말하던 아이들의 눈빛은 세상 무엇보다도 반짝였다.
영숙이도 그날 병아리 한 마리를 샀다. 미숙이와 미희, 경미, 은희도 저마다 한두 마리씩 품에 안고 운동장으로 들어왔다. 수업이 끝난 뒤 집으로 곧장 가기보다는 친구들과 함께 병아리를 구경하는 일이 더 즐거웠던 시절이었다.
아이들은 운동장 모래밭에 동그랗게 둘러앉아 병아리들을 조심스럽게 내려놓았다. 병아리들은 낯선 세상이 신기한 듯 작은 발로 모래를 헤집으며 여기저기 뛰어다녔다. 누군가는 손바닥에 병아리를 올려놓고 쓰다듬었고, 누군가는 병아리가 달아날까 두 손으로 울타리를 만들었다.
"내 병아리가 제일 크다."
"아니야, 우리 병아리가 더 예뻐."
아이들은 별것 아닌 일에도 웃음꽃을 피웠다. 병아리 한 마리가 친구들 사이를 종종걸음으로 지나가면 모두가 까르르 웃으며 뒤를 쫓았다. 그 모습은 마치 운동장 한복판에 작은 봄이 내려앉은 것 같았다.
정글짐 위에서는 남자아이들이 원숭이처럼 오르내리고 있었지만, 여자아이들의 관심은 오직 병아리에게 쏠려 있었다. 노란 솜털이 바람에 살랑거릴 때마다 아이들의 눈동자도 함께 흔들렸다. 병아리를 품에 안고 있으면 자신이 마치 엄마가 된 것처럼 뿌듯했던 것이다.
그러나 그 행복은 그리 오래가지 못했다. 영숙이가 품에 안고 집으로 돌아간 병아리들이 며칠 만에 병이 들어 죽고 말았다. 영숙이의 어머니는 안타까워하면서도 담담하게 말했다.
"그러게, 밥만 주면 되는 줄 알았지? 생명 키우는 게 쉬운 일이 아니다."
영숙이의 아버지는 조금 무심한 듯 말했다.
"원래 병아리는 잘 죽는다."
영숙이가 눈물을 뚝뚝흘리며 죽은 병아리를 안고 담장밑으로 가서 작은 구덩이를 파서 묻어 주었다."잘 가"라고 인사하며 작은 병아리 장례식을 치뤘다.
영숙이와 미숙이, 미희와 경미, 은희가 운동장 모래밭에 둘러앉아 노란 병아리들을 쓰다듬던 그날의 풍경. 그것은 단순히 병아리를 가지고 놀던 추억이 아니라 가난했지만 정이 넘쳤던 시절, 작은 생명 하나에도 마음을 나누던 순수한 어린 날의 기억이었다.
세월은 흘러 국민학교는 초등학교가 되었고, 교문 앞 병아리 장수의 모습도 사라졌다. 하지만 봄 햇살 아래 삐약거리던 병아리들과 그 곁에서 환하게 웃던 아이들의 모습만은 오래된 사진 속에서 여전히 살아 움직이며 우리를 그 시절 운동장으로 데려다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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