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든의 나이에 두 번째 시집을 펴낸 이형순 시인은 여전히 사랑을 이야기한다. 시집 '행선지'는 삶과 자연, 사람을 향한 애정과 성찰을 차분한 언어로 담아낸 시집이다.
시집에는 62편의 시와 함께 사진 작품 17점이 실렸다. 작품들은 거창한 수사보다 일상의 풍경과 자연의 질서를 통해 삶의 의미를 길어 올린다. 꽃이 피고 지는 순간, 강물이 흐르는 모습, 바람이 지나가는 길목에서 시인은 인간이 따라야 할 순리와 사랑의 가치를 발견한다.
표제작 '행선지'는 시집 전체를 관통하는 메시지를 함축한다. 짧은 시이지만 자연의 섭리와 사랑의 본질을 함께 품고 있다. 바람과 강물이 자연의 이치를 따르듯 사랑 또한 계산이나 조건이 아니라 먼저 다가가는 마음이라는 것이다. 저자는 자연을 스승 삼아 살아온 삶의 태도를 이처럼 간결한 언어로 보여준다.
시집 곳곳에는 그리움이 배어 있다. '기다림'에서는 아득한 시간 속에서도 기다림을 기쁨으로 받아들인다. 사랑은 이루어짐보다 그 마음을 간직하는 과정에서 더욱 깊어진다는 사실을 일깨운다. '이별 연습'에서 꽃은 피고 지는 자연의 순리 속으로 돌아간다. 저자는 떠남을 받아들이려는 태도를 보여준다.
'행선지'는 결국 사랑에 관한 시집이다. 자연을 사랑하고 사람을 사랑하며 지나온 삶을 사랑하는 마음이 작품마다 잔잔하게 흐른다. 136쪽, 1만2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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