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해봐요, 저한데 왜 그랬어요?" '영화 '달콤한 인생'에 나오는 대사다. 한 폭력조직의 2인자 김선우(이병헌 분)가 자신을 죽이려는 보스 강회장(김영철)에게 이렇게 묻는다. 그에게 충성을 다했던 김선우는 강회장의 행동을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다.
많은 국민들이 홍명보 한국 축구대표팀 감독에게 묻고 싶을 듯하다. 도대체 왜 그랬는지. 역대 가장 '편한' 조에 편성됐고, 역대 최강 진용을 갖췄다. 그러고도 졸전을 거듭, 조별리그를 통과하지 못했다. 특히 손흥민의 활용법을 두고 논란이 크다.
왜 그랬는지는 모른다. 홍 감독은 그동안 손흥민을 끝없이 흔들었다. 겉으로 밝힌 이유는 "손흥민의 팀이 아니라 '원팀'이다" 정도. 한 사람에게 의존하지 않고 잘 짜여진 조직력으로 승부한다는 주장이다. 문제는 홍 감독이 팀을 그렇게 만들지 못했다는 점이다.
홍 감독은 12년 전에도 그랬다. 2014 브라질 월드컵 때 지휘봉을 잡고서 손흥민을 그저 '한명'의 선수로 취급했다. 당시 손흥민은 독일에서 한창 주가를 높이던 신예 공격수. 하지만 홍 감독은 '잘 드는 칼'을 최대한 활용하는 데 집중하지 않았다.
시간이 지나도 마찬가지. 지난해 8월엔 주장을 교체할 수 있다는 발언으로 논란을 일으켰다. 7년여 동안 주장 완장을 차온 손흥민을 흔드는 얘기. 이어 25일(한국 시간) 열린 대회 조별리그 A조 남아프리카공화국과의 최종전에선 손흥민을 선발로 내지 않았다.
홍 감독이 2002 한일 월드컵에서 뛸 때가 만 33세. 지금 손흥민 나이다. 하지만 손흥민을 두고선 "경기를 '풀'(경기 전 시간)로 뛸 나이는 지났다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남아공전 때 후반에 투입한 이유도 그 때문. '내로남불', '자격지심'이란 비판이 나올 수밖에 없는 이유다.
떠받들고, 끌려 다니라는 게 아니다. '특별함'을 인정해주고, 그걸 잘 살려야 한다는 얘기다. 한국은 세계적 강호가 아니다. 그럼에도 다들 두려워 하는 무기가 있다. 가장 날카로운 창을, 가장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을 포기한 게 문제란 뜻이다.
감독들은 가진 자원 중 최고를 중심으로 전술을 짜 이기려 하는 게 일반적. 아르헨티나와 리오넬 메시만 봐도 그렇다. 메시는 많이 뛰지 않는다. 활동량이 많은 자원들이 좀 더 뛰며 메시의 수비 부담을 덜어준다. 그들이 비운 자리는 또 다른 동료들이 메운다.
꼭 손흥민이 중심이 될 필요는 없다. 톱니바퀴같은 조직력을 갖췄다면 얘기가 달라질 수 있다. 하지만 대표팀의 경기력은 '원팀'이 아니었다. 선수들은 어디로 움직여야 할지 잘 모르는 듯했다. 한두 선수가 아니라 다들 그랬다면 컨디션 난조가 아니라 전술 부재 탓이다.
선수들이 월드컵에서 대충 뛸 리 없다. 선수에겐 꿈의 무대다. 나라를 대표한다는 자부심에 더해 개인적으로도 몸값을 높일 절호의 기회. 다들 제대로 못 뛰었다면 감독이 책임을 피하기 어렵다. 홍 감독은 다 차려진 밥상을 스스로 걷어찼다. 12년 전 실패를 되풀이했다. 귀국길이 평탄할지 의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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