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은 사상 최대 기록을 갈아치우고 증시는 장기 호황을 이어가고 있지만 원화 가치만 거꾸로 움직이고 있다. 수출 호조로 달러 유입이 확대되는 유리한 여건이 마련됐음에도 원·달러 환율은 1,550원 선을 넘어섰다. 기업의 달러 보유 심리와 외국인 투자자금 이탈이 맞물리면서 환율이 수출·증시 흐름과 따로 움직이는 '나홀로 역주행'을 거듭하는 분위기다.
◆수출-환율 디커플링
1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5.5원 오른 1,554.9원에 거래를 마쳤다. 환율은 지난달 말 1,540원대로 올라선 데 이어 이날 1,550원 선까지 넘어섰다.
특히 수출이 늘고 무역수지가 개선되면 달러 공급이 확대됐음에도 불구하고 최근 시장 흐름은 이 같은 공식과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실제 이날 산업통상부가 발표한 6월 수출액은 1천억 달러를 넘어섰다. 우리나라 월간 수출이 1천억 달러를 돌파한 것은 사상 처음이다.
하지만, 수출로 벌어들인 달러가 곧바로 시장에 풀리지 않으면서 원화 가치는 오히려 떨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정부와 외환당국은 주요 기업들을 상대로 수출대금 환전을 당부하고 있지만, 환율 추가 상승 가능성과 대외 불확실성에 대비해 달러 보유를 늘려야 한다는 인식이 팽배하다. 지난달 기준 주요 은행의 기업 달러예금 잔액은 3년 5개월 만에 최대 수준까지 불어난 것으로 파악됐다.
◆외국인 매도→달러 강세
증시 자금 흐름도 환율 상승 압력을 키우고 있다. 국내 증시는 최근 코스피가 회복세를 보이며 반도체와 대형주를 중심으로 강한 상승세를 보였지만, 외국인 투자자들은 차익실현에 나서고 있다. 외국인이 국내 주식을 팔면 매도 대금은 원화로 들어오지만, 이를 다시 달러로 바꿔 해외로 내보내는 과정에서 달러 수요가 늘어난다. 이 같은 환전 수요는 원·달러 환율을 끌어올리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1일 증시에서도 외국인은 1조7천11억원을 순매도했다. 외국인은 지난 19일 이후 이날까지 9거래일 연속 순매도에 나서면서 달러 환전 수요가 급증했다.
기업의 달러 보유와 외국인의 주식 매도, 대외 불확실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환율 고공행진이 지속될 수 있다는 분석에 무게가 실린다.
◆ "1,600원 갈 수도"
글로벌 투자은행(IB) 노무라증권은 인공지능(AI) 과잉 투자 우려가 글로벌 반도체주와 메모리 비중이 높은 한국 증시를 강하게 압박하면 외인 이탈 가속화로 오는 9월 말 달러·원 환율이 1,600원선까지 도달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우리은행 민경원 연구원도 "환율 수준이 IMF 이후 최고가이기 때문에 시장참가자들의 심리가 중요한 상황"이라며 "일단 1차적으로 1,550원이 뚫리면 자기강화적으로 1,600원까지 도달할 가능성은 열려 있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대외적으로는 악재도 달러 강세를 부추기고 있다. 문다운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엔화 약세와 함께 예상보다 매파적이었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케빈 워시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의 전략적 모호성으로 강달러 압력이 확대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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