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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순신 리더십 컨퍼런스] 윤동한 서울여해재단 이사장 "이순신은 최고의 경영자…리더는 방향을 제시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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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동한 이사장 '이순신 리더십 컨퍼런스' 기조연설
직원 교육 위해 시작한 이순신 연구, 40년간 이어져
"차별화 요소를 찾아야 경쟁에서 이긴다…대구경북 마찬가지"

윤동한 서울여해재단 이사장(한국콜마그룹 회장)이 3일 대구 그랜드호텔에서 매일신문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안성완 기자 asw0727@imaeil.com
윤동한 서울여해재단 이사장(한국콜마그룹 회장)이 3일 대구 그랜드호텔에서 매일신문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안성완 기자 asw0727@imaeil.com

3일 대구그랜드호텔에서 열린 '이순신 리더십 컨퍼런스'는 '이순신의 생애와 리더십'이라는 주제로 한 윤동한 서울여해재단 이사장(한국콜마 회장)의 기조강연으로 스타트를 끊었다.

그는 한국콜마를 창업해 국내 화장품 업계 첫 ODM(제조자개발생산) 비즈니스 모델을 도입하는 등 끊임없는 혁신과 열정으로 한국콜마를 세계적인 화장품 기업으로 성장시킨 기업인이다. 그러나 그가 반평생을 이순신 연구에 매진했다는 사실을 아는 이는 많지 않다. 그를 직접 만나 이순신 정신이 오늘날 기업 경영과 사회에 던지는 의미에 대해 들어봤다.

윤동한(콜마그룹 회장) 서울여해재단 이사장이 3일 대구 그랜드호텔에서 열린
윤동한(콜마그룹 회장) 서울여해재단 이사장이 3일 대구 그랜드호텔에서 열린 '매일신문 창간 80주년 기념 컨퍼런스, 위기 속 생존 전략, 이순신에 묻다'에서 기조강연을 하고 있다. 안성완 기자 asw0727@imaeil.com

-1990년 한국콜마를 창업하시고 K뷰티의 토대를 마련했다. 대표적인 자수성가형 기업가로 꼽히는데, 그 원천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결국 인간 존중이다. 기업을 하는 사람은 사람을 좋아해야 한다. 기업(企業)의 '기'(企)라는 글자도 사람(人)이 머문다(止)는 뜻을 담고 있다. 사람을 어떻게 머물게 할 것인가를 고민하는 것이 기업 경영의 핵심이다. 사람은 월급을 많이 준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 믿음을 줘야 한다. 결국 직원들이 회사가 지향하는 가치를 믿고 함께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사람을 움직이는 것은 돈보다 가치이며, 그 가치가 기업을 오래 가게 만드는 힘이라고 생각한다.

-기업가로 정점을 이르렀을 때 '충무공 이순신' 연구에 본격적으로 몰두하게 된 결정적인 계기는.

▶우리 회사 직원들에게 역사 교육을 하면서 훌륭한 모델을 소개해주고 싶었다. 그 모델로는 이순신 장군보다 더 좋은 인물이 없다고 생각했다. 좋은 모델을 직원들에게 소개하려면 나부터 제대로 알아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관련 책을 계속 읽고 유적지를 찾아다니기 시작했다. 지금도 신입사원 교육을 하면 목포에서 한산도까지 이어지는 유적지 탐방 코스를 운영한다. 유적지를 직접 가보면 그 장소가 갖고 있는 의미와 역사적 내용을 자연스럽게 이해하게 된다. 그렇게 공부한 지 벌써 40년 정도 됐다.

-수많은 역사적 위인 가운데 이순신 장군을 선택한 이유는 무엇인가. 기업가가 바라본 이순신의 경영가적 면모는 무엇인가.

▶가장 크게 다가온 것은 그의 합리성과 정의로움이다. 이순신 장군은 불의와 타협하지 않았고, 개인의 이익보다 국가와 조직 전체의 이익을 먼저 생각했다. 무엇보다 명분을 중요하게 여겼다. 군대는 살아남아야 하고 전쟁에서 이겨야 한다. 그러려면 훈련도 많이 해야 하고 무기도 개발해야 하며 식량도 공급해야 한다. 지금으로 치면 '종합적인 최고경영자' 역할을 한 것이다. 당시에는 군이 필요한 것을 스스로 해결해야 했다. 이순신 장군은 직접 고기를 잡아 팔아 화살촉을 사고, 한산도 죽도에서는 대나무를 길러 화살을 만들었다. 군대를 유지하기 위한 모든 일을 직접 해결했다. 다른 사람 같으면 그 돈을 사적으로 이용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순신 장군은 오직 군을 위해 사용했다. 조직을 유지하기 위해 필요한 자원을 확보하고, 그것을 사사롭게 쓰지 않고 공적인 목적에만 사용했다는 점에서 최고의 경영자라고 평가한다.

-이순신 장군은 마치 초인처럼 느껴진다. 선천적인 인물이었다고 보는가, 후천적인 노력의 결과였다고 보는가.

▶현실을 타개해 나가는 힘이 매우 뛰어난 사람이었다고 생각한다. 그런 환경에 처하면 어떻게든 해결책을 만들어냈다. 국가에서 소금을 공급하지 않으니 직접 바닷물을 끓여 소금까지 만들었다. 필요한 것은 대부분 스스로 자립했다. 또 선조로부터 끊임없이 의심을 받으면서도 끝까지 충효 정신을 지켰다. 백성들에게는 큰 인기를 얻었고 부하들도 많이 따랐지만, 역심을 품은 적은 한 번도 없었다.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충과 효를 끝까지 지켜낸 인물이라는 점이 무척 존경스럽다.

-대구가톨릭대 이순신학과에서 국내 1호 '이순신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은퇴를 고려할 나이에 정식 학위 논문을 쓰고 학문적으로 정립하기까지 쉽지 않았을 텐데.

▶대구가톨릭대에서 전국 최초로 이순신학과를 만들었으니 누군가는 빨리 석·박사를 배출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생각했다. 내가 하는 것이 가장 빠르겠다고 판단했다. 그래서 문학박사 과정을 밟았다. 논문을 쓰려면 자료가 있어야 한다. 오랫동안 이순신을 연구해온 만큼 더 많이 알고 있는 부분도 있다고 생각했다. 누군가 먼저 박사가 나와야 학문도 체계를 갖추고 발전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내가 먼저 시작했다.

윤동한(콜마그룹 회장) 서울여해재단 이사장이 3일 대구 그랜드호텔에서 매일신문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안성완 기자 asw0727@imaeil.com
윤동한(콜마그룹 회장) 서울여해재단 이사장이 3일 대구 그랜드호텔에서 매일신문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안성완 기자 asw0727@imaeil.com

-방대한 이순신 관련 자료는 어떻게 수집하고 검증하는가.

▶항상 적어도 두 가지 이상의 자료를 확인한다. 한쪽 자료만 보면 잘못 따라갈 수도 있고 편견을 가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서로 다른 자료를 비교해 같은 내용을 확인하면 훨씬 더 확신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당시 경남 통영에서 청어를 잡았다는 기록이 있다. 원래 청어는 포항보다 북쪽의 차가운 바다에서 잡히는 어종인데, 통영에서 잡혔다는 기록이 있어 처음에 의아했다. 자료를 찾아보니 당시가 '소빙기'여서 바닷물이 차가워졌고, 그래서 청어가 통영까지 내려왔다는 연구 결과가 있었다. 이런 식으로 여러 자료를 비교하면서 역사적 사실을 확인하고 연구한다.

-우리 사회의 갈등과 분열을 극복하는 데 이순신 리더십이 주는 메시지는.

▶갈등이라는 것은 결국 서로 가는 방향이 달라질 때 생긴다. 같은 방향으로 갈 수 있도록 의미를 풀어주는 힘이 필요하다. '갈등'이라는 말도 칡과 등나무에서 나온 것이다. 등나무는 오른쪽으로 감고 칡은 왼쪽으로 감는다. 만약 두 나무가 같은 방향으로 감았다면 훨씬 튼튼했을 것이다. 결국 갈등이라는 것은 서로 다른 방향으로 얽혀 있는 상태를 말한다.

사회의 리더는 갈등의 원인을 찾아 근본적으로 해결해야 한다. 어릴 적 시골에서 농사를 지을 때도 논에 물을 대는 문제로 다투는 일이 많았다. 높은 곳에서 물이 내려오면 계단식 논마다 물이 골고루 흐르도록 방향을 정하는 사람이 있었다. 그 판단을 하는 사람이 당시의 리더였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방향과 원칙을 제시하는 힘이 리더에게 가장 중요하다.

-거북선을 'R&D의 결과물'로 해석했다. 오늘날 중소기업에는 어떤 교훈을 준다고 보는가.

▶중소기업은 부가가치가 높은 것을 꾸준히 만들어내야 한다. 그러려면 아이디어를 끊임없이 생각해야 한다. 거북선도 완전히 새로운 배가 아니었다. 맹선과 판옥선의 장점을 응용해 위를 덮고 거북 머리를 달아 위압감을 높인 것이다. 결국 기존 기술을 어떻게 활용하고 변화시키느냐의 문제다. 거북선은 선체 위를 덮어 노를 젓는 사람들이 더 안전하지만 불편한 점도 있었다. 그런 장단점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 판단하는 것이 중요하다. 삼천포해전 등에서 거북선을 본 적군은 그 위용만으로도 두려움을 느꼈다. 기존 기술을 어떻게 응용하고 변화시키느냐가 결국 경쟁력이다.

-2017년 '서울여해재단' 설립 당시 가장 최우선으로 두었던 가치와 목적은.

▶중요한 것은 재단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설립 목적에 맞는 활동을 꾸준히 이어가는 것이다. 이순신 정신을 널리 알리고 사람들을 교육하려면 비영리 재단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여해'는 이순신 장군의 자(字)다. 그 정신을 전하고 교육하는 것이 재단의 가장 중요한 목적이다.

- '이순신학교'는 1천명이 넘는 수료생을 배출했다. 가장 큰 변화는 무엇이라고 보는가.

▶교육을 받은 사람들이 이순신을 많이 알게 됐다. 동시에 자신의 삶도 변화해야겠다는 마음을 갖게 되기를 기대한다. 우리 회사 직원들도 이순신 관련 책을 읽고 독후감을 쓰며 공부한다. 공부하는 이유는 책 속의 내용을 자신의 삶에 흉내내고 실천하기 위해서다. 결국 사람은 환경보다 스스로 변화하려는 의지가 중요하다. 진취적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역사를 삶 속으로 끌어들이고, 그 의미를 현실에서 발전시켜 나간다.

윤동한(콜마그룹 회장) 서울여해재단 이사장이 3일 대구 그랜드호텔에서 매일신문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안성완 기자 asw0727@imaeil.com
윤동한(콜마그룹 회장) 서울여해재단 이사장이 3일 대구 그랜드호텔에서 매일신문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안성완 기자 asw0727@imaeil.com

-여러가지 공익 사업을 해오고 있는데 서울여해재단이 앞으로 지향하는 목표는 무엇인가.

▶예전에는 이순신 교육 자체가 목적이었다. 하지만 대학에서 가르치면 학문으로 체계화할 수 있고 확산 속도도 훨씬 빨라질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고향인 대구의 대구가톨릭대에서 이순신학과를 시작하게 됐다. 한국적인 것이 세계적인 것이 될 수 있다. 앞으로는 이순신에 관한 역사적 사실을 더 많이 알리고 전시도 할 계획이 있다. 번역 작업도 계속하려고 한다. 지금은 일본이나 미국에서도 이순신 장군을 아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지만, 자료는 충분하지 않다. 번역과 감수에 시간이 많이 걸리지만 꾸준히 진행하고 있다.

-침체를 겪고 있는 대구경북의 미래와, 진로를 고민하는 청년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은.

▶스스로 차별화 요소를 만들어야 한다. 남들보다 다른 점을 찾아내 발전시켜야 한다. 경영학에서는 그것을 '차별화 전략'이라고 한다. 나 역시 대구에서 중·고등학교와 대학교를 나왔다. 지방에 있어서 안 된다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 예전에는 서울에 정보가 많고 지방에는 정보가 적었을지 모르지만, 지금은 실시간으로 모든 정보가 공유된다. 그래서 오히려 차별화가 더 중요하다. 지방에 있다면 그 지역만의 특성을 어떻게 살릴 것인지 치열하게 고민해야 한다. 열이 날 정도로 고민해서 자신만의 경쟁력을 찾아야 한다. 그래야 어떤 분야를 하더라도 다른 사람보다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 차별화의 크기에 따라 세계적인 기업까지 발전할 수 있다. 똑같은 것을 봐도 다르게 생각할 줄 알아야 한다. 그리고 자신의 삶과 연결해서 생각해야 한다.

-차별화의 중요성을 설명하며 '너덜 속 염소'를 예로 들었는데.

▶어린시절 시골에 살면서 본 적이 있다. 산에는 자갈이 쌓인 '너덜'이 있었는데, 전쟁이 나자 버려진 동네 염소들이 모두 그 안으로 들어가 있었다. 산에는 늑대가 많았지만 염소는 뾰족한 발굽 덕분에 자갈밭을 잘 다녔고 늑대가 오히려 염소를 쫓지 못했다. 염소는 자신의 강점을 이용해 살아남은 것이다. 사람도 마찬가지다. 자신의 강점을 스스로 찾아야 한다. 지방에 있다는 이유로 스스로 한계를 긋지 말고, 그 지역의 장점을 어떻게 활용할지 계속 고민해야 한다.

-끝으로 대구경북 독자들에게 한 말씀.

▶대구는 원래 서울, 평양, 대구라고 할 정도로 중요한 도시였다. 지금은 부산이 더 커졌지만 대구가 가진 전통과 저력을 어떻게 극대화할 것인지를 고민해야 한다. 패배의식을 가질 필요는 없다. 스스로 한계를 극복할 방법을 찾고, 대구만의 강점을 살려 나간다면 충분히 다시 도약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대담=전창훈 문화특집부장

정리=김세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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