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동, 대한민국 정신문화수도의 길
황대욱 신경주대학교 교수
한 도시의 품격은 높은 건물이나 화려한 시설에서 비롯되지 않는다.
오랜 세월 지켜온 정신과 문화, 그리고 그것을 미래세대와 세계에 어떻게 전하느냐가 도시의 진정한 경쟁력을 결정한다.
그런 점에서 안동은 대한민국 정신문화수도라는 이름을 가장 잘 설명하는 도시다. 안동은 오랜 세월 한국 정신문화의 중심 역할을 해왔다.
퇴계 이황의 성리학은 사람을 먼저 세우는 인문정신을 꽃피웠고, 도산서원과 병산서원은 학문과 인성을 함께 기르는 교육 전통을 이어왔다.
유네스코 세계유산인 하회마을은 공동체와 예절, 배려의 가치를 오늘날까지 전하는 살아 있는 문화유산이며, 한국국학진흥원이 보존하는 유교책판과 고문서, 문중 기록은 우리나라 기록문화와 정신문화의 깊이를 보여주는 소중한 자산이다.
안동의 가치는 과거를 보존하는 데 머물지 않는다. 2014년부터 문화체육관광부와 경상북도, 안동시가 함께 개최해 온 21세기 인문가치포럼은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국제 인문포럼으로 자리매김했다.
공감과 배려, 생명, 공동체, 포용, 인간다움 등 시대가 요구하는 인문적 가치를 세계 석학들과 함께 논의하며, 안동은 전통을 현대적으로 해석하고 미래의 가치로 확장하는 인문도시로 성장해 왔다.
그 성과는 2024년 세계인문도시네트워크(World Humanistic Cities Network)출범으로 이어졌다.
세계 17개국 27개 도시가 참여한 이 네트워크는 인문학을 기반으로 도시 정책과 지속가능한 발전을 모색하는 국제 협력체다.
이는 안동이 전통문화를 간직한 역사도시를 넘어 세계 인문도시를 연결하는 플랫폼으로 도약했음을 보여준다.
전통문화가 미래 도시의 경쟁력이 될 수 있음을 실천으로 증명한 사례이기도 하다. 필자에게 안동은 연구 대상이기 이전에 청춘의 기억이 살아 있는 도시다. 고등학교 시절 안동차전놀이에 직접 참여했던 경험은 지금도 생생하다.
수백 명이 하나의 호흡으로 차전을 밀고 맞부딪치던 그 순간, 공동체는 책이 아니라 몸으로 배우는 삶의 교육이었다.
그 경험은 정신문화가 기록 속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의 삶과 실천 속에서 이어질 때 비로소 살아 있는 문화가 된다는 사실을 깨닫게 했다.
오늘날 세계 인문도시를 향해 나아가는 안동의 모습은 그때 체험했던 공동체 정신과 자연스럽게 겹쳐진다.
이제 안동은 도산서원과 병산서원, 하회마을, 한국국학진흥원의 기록문화, 21세기 인문가치포럼, 세계인문도시네트워크를 하나의 인문 브랜드로 연결해야 한다.
여기에 디지털 콘텐츠와 K-컬처, 국제학술교류, 인문관광을 접목한다면 안동은 대한민국을 넘어 세계인이 찾는 인문도시로 더욱 성장할 수 있다.
전통을 미래의 가치로 전환하는 일이야말로 안동이 가진 가장 큰 경쟁력이다.
대한민국 정신문화수도는 선언으로 만들어지는 이름이 아니다.
시대가 요구하는 가치를 끊임없이 담아내고 전통을 미래로 이어갈 때 비로소 그 의미가 완성된다.
퇴계 이황의 학문과 하회마을의 공동체 문화, 한국국학진흥원의 기록문화, 21세기 인문가치포럼, 세계인문도시네트워크는 안동이 걸어온 길과 앞으로 나아갈 방향을 보여주는 든든한 기반이다.
안동이 그 가치를 흔들림 없이 이어갈 때 대한민국 정신문화수도라는 이름은 역사적 수식이 아니라 미래를 향한 약속이 될 것이며, 안동은 세계가 배우고 찾는 인문도시로 더욱 굳건히 자리매김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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