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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걸 칼럼] 위선과 궤변의 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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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걸 (재)문화영토연구원 이사장·국민대 명예교수

홍성걸 (재)문화영토연구원 이사장·국민대 명예교수
홍성걸 (재)문화영토연구원 이사장·국민대 명예교수

무더위와 간헐적 폭우 속에 제87주년 제헌절이 지났다. 지금 우리는 자유민주주의 국가로서 전 세계가 부러워하는 선진국의 하나가 되었지만 1948년 냉전의 시작과 함께 좌우 대립이 극에 달한 상황에서 '간신히' 대한민국의 간판을 내걸 수 있었다. 그것도 "정읍선언"으로 알려진 이승만 초대 대통령의 결단이 없었다면 어영부영하다가 공산주의 체제가 됐을지 모른다.

헌법은 국민의 기본권을 비롯해 모든 제도와 법률, 정책의 기본 방향을 제시하는 기본법이다. 과거 권위주의 정부에서 자의적 개폐 문제가 있었기에 87년 헌법에서는 국회에서의 가중다수결(재석 2/3 이상의 찬성)로 의결하고, 주권자인 국민이 투표를 통해 최종적으로 확정하도록 했다. 다만 세월이 흘러 시대에 맞지 않는 부분이 누적되어도 이를 고치기 어려운 것도 사실이다.

18년 만에 국경일로 재지정된 제헌절에 최근 개헌 요구의 타당성을 생각해 보자. 우선 개헌 논의를 재점화시킨 선관위원회 개혁을 위해 개헌이 필요하다는 주장은 어떤가. 선관위를 헌법에 규정한 것은 3·15 부정선거와 같은 조작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도록 하자는 취지였다. 정치권은 선관위가 헌법기관이라고 국민의 통제나 통상적 감사, 감찰을 받지 않아야 독립성을 유지할 수 있다는 궤변을 받아들였다. 그 결과로 오늘과 같이 특권과 부패가 만연한 가족회사가 탄생한 것이다. 만일 선관위의 논리가 맞다면 대통령을 비롯한 다른 헌법기관들은 왜 국민적 통제의 대상이 되는가.

정치권은 '5·18 광주 정신'을 헌법 전문에 넣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호남을 비롯해 많은 국민도 그래야 한다고 생각한다. 헌법은 건국 이후 최초 전국적 규모의 민주화 운동으로 '4·19 혁명'을 대표적으로 전문에 수록해 민주화를 위한 희생을 통합적으로 강조했다. 만일 '5·18 광주'를 추가하려면 다른 민주화 운동과 다른 특별한 이유가 있어야 한다. 게다가 5·18 유공자는 그 명단조차 공개하지 않고 있다. 유공자 명단도 공개하지 못하면서 헌법 전문에 수록할 정도로 의미 있는 일이라는 게 말이 되는가.

누적된 개헌의 필요성은 이 짧은 칼럼에서 언급하기엔 차고도 넘친다. 그런데도 선뜻 개헌하자는데 찬성하기 어려운 이유는 무엇보다 정치권의 위선과 궤변이 너무 심해 개악될 가능성이 더 크기 때문이다. 겉으로는 나라를 위하는 척하면서 실제로는 정파적 이익을 추구하고, 오늘은 이 말했다가 내일은 내가 언제 그랬냐며 그 반대를 주장하는 사람들이 너무나도 많다.

이재명 대통령은 취임 후 에너지 문제에 대하여 RE100 전환을 강조하면서 원전은 짓는데 15년 이상 걸리고 지을 장소도 없다면서 어느 세월에 원전을 짓느냐, 태양광과 풍력 등 재생에너지 확대만이 정답이라고 강조했었다. 그랬던 그가 일언반구 사과도 없이 반도체 산업의 최적지로 광주와 전남 지역을 선정하고는 김용범 정책실장을 통해 원전 증설을 주장하고 나섰다. 호남이 반도체 산업의 최적지라면 왜 지금까지 기업들이 들어가지 않았을까. 스스로 지역균형 발전이 목표라고 하면서 800조에 달하는 호남에의 대규모 투자가 나라의 운명을 좌우할 반도체 산업의 경쟁력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왜 설명하지 않는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이명박 정부는 4대강 사업의 신속 추진을 위해 인접지역 환경영향평가 자료를 활용했는데, 민주당은 이를 문제 삼아 극력 반대했다. 그런 당이 이 대통령의 호남 반도체 단지 신속 추진을 위해 주변 지역의 기수행된 환경영향평가 결과를 활용하라는 지시에는 박수만 친다. 문재인 정부 때 4대강 사업의 문제를 지적하면서 재자연화를 주장해 섬진강과 금강의 수많은 보를 해체했던 민주당이 호남의 공업용수가 충분하단다. 재자연화 이후 농업용수는 물론, 생활용수도 부족해 아우성치던 일을 잊었는가.

위선과 궤변이 일상화된 사람들에게 개헌이라는 중차대한 국가 대사를 맡길 수는 없다. 혹시라도 국민의힘은 놔두고 민주당만 비판한다는 사람들이 있을까 하여 사족을 붙이자면 그 당은 자신이 무엇을 어떻게 해야하는지조차 모르고 있어 논평할 가치가 없기 때문임을 밝혀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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