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는 왜 이 글을 쓰는가
필자는 사람들의 삶이 참 궁금하다. 한 사회에서 나고 자라다 보면, 그 사회의 가치관과 문화가 자연스레 몸에 밴다. 내게 주어진 이 삶, 이 환경,이것을 그냥 당연하게 받아들이기만 해도 되는 것인가. 그 질문 때문이었던 것 같다. 다른 나라 사람들과 이야기하고, 다른 사회의 일상을 기웃거리고, 낯선 문화의 구석구석을 들여다보려 했던 것이.
그러나 그렇게 하면서 필자가 정작 보고 싶었던 것은 '그들'이 아니라 '우리'였다. 그들을 더 많이 알고, 그 눈을 빌려 우리를 조금 더 객관적으로 들여다보면 이 삶을, 이 환경을 그리 어렵지 않게 나아지게 할 방법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필자는 그 질문을 해보고 싶었다.
14년 전, 짐을 싸서 캐나다로 떠났다. 행정 현장에서 일했던 경험 때문에 더더욱 캐나다 사람들의 일상이 어떻게 설계되어 있는가에 눈이 갔다. 도로 위에서, 공사 현장에서, 졸업식장에서 겉으로는 작은 것들이다. 하지만 필자는 이 작은 것들 안에서 계속 같은 종류의 무언가를 보게 되었다.
지난 14년 동안 내가 가장 낯설게 경험한 것은 캐나다의 자연경관도,복지 수준도,어떤 거창한 사건이나 획기적인 정책도 아니었다. 일상의 아주 작은 장면들 안에서, 내가 느낀 것은 이런 것이었다. 내가 규칙을 지키면 그들도 지켰다. 내가 약속을 따르면 그들도 따랐다.
그렇게 사회라는 것이 작동하고 있다는 느낌. 내가 무슨 대단한 일을 하고 있어서가 아니었다. 그저 사회라는 틀 안에서, 나도 그 일부로 살아 있는 존재라는 자각. 말이 서툴러도 그 느낌은 분명했다. 내가 그 사회에서 투명인간이 아니라는 느낌이었다.한국에서도 그것을 원한다. 그것이 이 글을 시작하는 이유다.
◇ 어느 날 날아든 수표 한 장
십여 년 전 10월의 어느 날. 우편함에 캐나다 연방정부 발신의 편지 한 통이 들어 있었다. 열어보니 수표였다.1천100달러. 한참을 들여다보았다.신청한 기억이 없었다.한국에서의 우편함에는 거의 언제나 돈을 내야 하는 고지서들이 빼곡했던 기억이다.
그 수표의 사연인즉,교사 파업 관련 보상금이었다.주 정부와 교원 노조 간 분쟁으로 학교 수업이 중단되면서 아이를 집에서 돌봐야 했기에 직장을 빠져야 했던 사람도,사설 돌봄기관에 비용을 써야 했던 사람도 있었다.파업은 정부와 노조 사이의 일이었지만,그 손실은 아이를 가진 가정이 고스란히 감당해야 했다.정부는 그 손실을 계산했다.해당 가정을 찾아냈다.그리고 먼저 찾아왔다.
나는 한참 멍했다.행정 현장에서 십 수 년을 보낸 사람으로서,이 수표 한 장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 것 같았기 때문이다.국가가 나를 보고 있었다.세금을 납부하는 재원으로서, 선거철이 돌아오면 표를 던지는 유권자로서,혹은 일이 터졌을 때 어쩔 수 없이 상대해야 하는 민원인으로서가 아니라,지금 여기서 살고 있는 사람으로서 사회가 보고 있었던 것이다. 아니 더 정확히 말하면 그냥 보통 사람들이 시스템 안에 제대로 자리 잡고 있었다는 뜻이다.
그 감각이 낯설었다. 그리고 그 낯섦이 오래 남았다.
◇ 우리가 아직 묻지 않은 것들
이 칼럼은 캐나다 예찬이 아니다.캐나다도 지금 많이 흔들리고 있다.주거비 폭등,의료 시스템 과부하,이민 정책 혼란.나는 그 사회의 문제들을 가까이서 보며 살고 있고, 캐나다가 답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필자가 쓰고 싶은 것은 다른 것이다.그 수표 한 장이 내게 물어온 것 ,이 사회는 나를, 개인을 어떤 존재로 보고 있는가? 이 질문이 14년 동안 계속 다른 얼굴로 나타났다.공사 현장의 STOP 사인, 매일 마주치는 교차로, 다섯 시간이 넘는 고등학교 졸업식,태어나서부터 만 18세까지 매월 지급되는 지원금 등에서.
그 수표 한 장이 처음 던졌던 질문의 결국은 이것이었다. 우리 사회는 조건과 처지를 막론하고 모든 사람을 존엄한 존재로 대하고 있는가.그리고 우리는 서로의 존엄을 그만큼 존중하고 있는가.이 글은 정답을 내놓는 글이 아니다. 독자와 함께 들여다보는 글이다. 우리가 그 질문을 제대로 해본 적이 있는가가 먼저다. 묻지 않은 것은 사라지는 것이 아니다. 쌓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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