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인공지능(AI) 스타트업 문샷이 공개한 거대언어모델 '키미 K3'가 미국 최상위 모델에 근접한 성능을 내놓으면서 고점 논란에 놓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도 불똥이 튀었다. 다만 증권가는 최근 급락을 수급 요인으로 진단하며 주가 향방은 이달 말 실적과 빅테크 투자 계획에서 갈릴 것으로 본다.
2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키미 K3는 지난 17일 중국 상하이에서 열린 세계인공지능대회(WAIC)에서 공개됐다. AI 성능 평가 플랫폼 아티피셜 애널리시스 기준 지능 점수는 57점으로, 앤스로픽의 클로드 페이블5(60점)와 오픈AI의 GPT-5.6 솔 맥스(59점)에 이어 3위에 올랐다. 매개변수는 2조8000억개로 오픈소스 모델 가운데 세계 최대 규모이며, 이용료는 토큰 100만개당 15달러로 클로드 페이블5(50달러)의 3분의 1 수준이다.
시장이 주목한 대목은 가격이 아니라 성능이다. 지난해 딥시크가 저비용을 무기로 충격을 줬다면 키미 K3는 절대 성능에서 미국을 바짝 따라붙었다는 점에서 결이 다르다. 미국의 고강도 반도체 수출 통제 속에서도 중국이 모델의 규모와 성능을 동시에 키운 것이다. 이온 스토이카 미국 캘리포니아대 버클리캠퍼스 교수는 중국과 미국 최첨단 모델의 격차가 기존 6~9개월에서 2~3개월 수준으로 좁혀졌다고 분석했다.
파장은 곧바로 증시로 옮겨붙었다. 공개 다음 날인 17일(현지시각) 나스닥지수는 1.40% 하락했고 엔비디아(-2.2%), 어플라이드머티리얼즈(-5.6%), 인텔(-2%), 샌디스크(-4%) 등 반도체주가 일제히 밀렸다. 실리콘밸리가 투입한 막대한 투자금이 성과를 낼 수 있겠느냐는 회의론이 확산됐기 때문이다. 여기에 일본 메모리 대장주 키옥시아홀딩스가 미국 법원의 특허 침해 평결로 2억2900만달러를 배상하게 되면서 17일 장 중 하한가까지 밀린 점도 부담으로 작용했다.
김석환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중국 기업들이 메타와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등이 제공하는 AI 모델에 뒤지지 않는 성능을 더 낮은 비용으로 구현한다면 미국 빅테크가 지금처럼 천문학적인 자금을 투입해야 할 유인이 약해질 수 있다"며 "이는 데이터센터 증설 속도와 규모 확대, 나아가 AI 반도체 수요 증가를 뒷받침해온 기존 내러티브를 흔들 수 있는 요인이라는 우려로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국내 증시는 키미 쇼크 이전부터 이미 가파른 조정 국면에 들어서 있었다. 지난주(10~16일) 코스피는 8.77% 급락해 6820.60으로 마감했고, 같은 기간 삼성전자는 10.53%(28만5000원→25만5000원), SK하이닉스는 15.50%(218만원→184만2000원) 하락했다. 연휴를 마치고 개장한 이날 오전 9시41분 기준 삼성전자는 전 거래일 대비 0.20% 상승한 25만5500원, SK하이닉스는 2.17% 오른 188만2000원에 거래되고 있다.
키미 쇼크가 국내 반도체주에 미칠 영향을 두고는 해석이 엇갈린다. 우선 중국이 자국산 반도체로 고성능 모델을 구현했다면 메모리 수요에 균열이 생길 수 있고, 저비용 고성능 모델의 확산으로 AI 인프라 투자 자체가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반론도 만만치 않다. 성능 좋은 AI가 저가나 무료로 풀릴수록 이를 구동할 연산 수요는 오히려 늘어난다는 논리다. 모델 이용료가 낮아지면 사용자가 늘고, 그만큼 메모리와 데이터센터, 전력 인프라의 가치도 높아진다는 것이다. 키미 쇼크의 핵심이 중국의 기술 추격이 아니라 AI 경쟁에서 인프라의 비중이 커졌다는 데 있다는 해석이다. 이 경우 세계 최고 수준의 메모리를 생산하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는 위협보다 기회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키미 쇼크와 별개로 시장의 근본적인 쟁점은 메모리 업황이 정점을 지났느냐는 피크아웃 논란이다. 최근 반도체주 급락의 배경에는 AI 투자 과열에 대한 의구심이 자리 잡고 있으며, 키미 쇼크는 이를 자극한 촉매에 가깝다는 평가다. 업황이 꺾이지 않았다는 근거가 확인될 경우 낙폭 회복도 빠르게 이뤄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증권가가 이번 급락을 펀더멘털(기초체력) 훼손으로 보지 않는 근거도 여기에 있다. 반도체 업종의 실적 전망은 유지되고 있고 D램 현물 가격도 오름세를 이어가고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2분기 실적이 사상 최대 수준으로 예상되는 데다 고대역폭메모리(HBM)를 중심으로 한 공급 부족도 해소되지 않았다. 마이크론 등 글로벌 메모리 업체들이 장기공급계약(LTA) 확대로 이익 변동성을 줄이고 있다는 점도 업황의 구조적 변화를 뒷받침한다.
김성노 BNK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주가 급락은 펀더멘털 훼손 때문은 아니다"라며 "과잉 투자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면서 포트폴리오 리밸런싱에 들어간 모습"이라고 진단했다.
김 연구원은 "7월 들어서 반도체 주가가 급락한 상태라는 점에서 코스피가 언제든지 반등을 시도할 수는 있다"면서도 "외국인 매매 방향성이 리밸런싱으로 흘러간다면 변동성 확대가 지속될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피크아웃 논란의 향방은 이달 말 판가름날 전망이다. SK하이닉스는 오는 29일 2분기 실적을 발표한다. 실적 규모보다 회사가 제시할 하반기 업황 진단과 가격 전망이 관건으로 꼽힌다. 뒤이어 알파벳과 마이크로소프트, 메타, 아마존 등 미국 하이퍼스케일러의 실적 발표가 예정돼 있다. 이들의 자본적지출(CAPEX) 합산 증가율은 올 3분기 92%까지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해당 수치가 확인될 경우 AI 투자 위축 우려는 상당 부분 해소될 수 있지만 투자 계획이 후퇴하는 신호가 나올 경우 피크아웃 논란은 확대될 수밖에 없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알파벳 실적에서 TPU 등 자체 AI 가속기 수요의 견조함이 확인된다면 HBM뿐 아니라 범용 메모리 수요의 중장기 가시성을 높인다는 점에서 국내 반도체주에 긍정적인 재료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인텔 실적에서는 데이터센터 매출 증가율보다 서버 CPU 출하량이 실제로 회복되고 있는지가 관전 포인트"라며 "그동안 실적 개선이 평균판매가격 상승에 의존한 측면이 있었던 만큼 서버 출하량까지 반등한다면 AI 데이터센터 투자가 GPU와 HBM을 넘어 CPU와 범용 메모리로 확산되고 있다는 신호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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