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가톨릭대 연구진이 암세포끼리 서로 경쟁하는 원리를 이용해 혈액암 치료 효과를 높일 수 있는 펩타이드(단백질 조각) 후보물질을 개발했다. 혈액암세포를 직접 약하게 만드는 동시에 항암제가 세포 밖으로 빠져나가는 것을 막아 적은 양의 항암제로도 치료효과를 높이며 동시에 항암제 내성을 억제할 수 있는 가능성을 확인한 것이다.
대구가톨릭대는 보건관리학과 박희성 교수 연구팀의 이 같은 연구 결과가 지난달 16일 국제학술지 온콜로지 리서치(Oncology Research)에 게재됐다고 21일 밝혔다.
이번 연구의 핵심은 암세포들끼리 생존을 위한 경쟁에서 주고받는 '신호물질'을 치료에 활용했다는 점이다.
연구팀이 주목한 것은 GPI(포도당인산이성화효소)라는 단백질이다. 이 단백질은 원래 세포 안에서 음식물을 분해해 에너지를 만드는 데 필요한 효소지만, 암세포에서는 세포 밖으로 분비돼 AMF(자가운동인자)라는 신호물질 역할을 수행한다.
AMF는 암세포가 자신이나 주변 암세포에 "더 증식하라", "더 움직이라"는 신호를 보내는 물질이다. 흥미로운 점은 같은 암세포에는 생장을 돕지만, 다른 암세포에는 생장을 억제하는 신호물질(killing signal)로 작용한다는 점이다.
연구팀은 치료제로 활용하기 어려운 580개 아미노산의 AMF 대신 핵심 기능만 담은 14개 아미노산 펩타이드 'AAP'를 제작해 같은 효과를 확인했다. AAP는 혈액암 세포의 성장을 억제하고, 항암제를 밖으로 내보내는 ABC 수송체 단백질의 발현을 감소시켜 항암제가 암세포 안에 더 오래 머물도록 함으로써 치료 효과를 높였다. 이번 기술은 국제특허 출원을 완료했다.
실제로 혈액암 치료제인 독소루비신과 AAP를 함께 처리한 결과, 암세포 생장을 절반으로 줄이는데 필요한 독소루비신의 농도가 혈액암 종류에 따라 28-53% 감소했다. 이는 기존보다 적은 양의 항암제로도 같은 수준의 치료효과를 낼 수 있다는 가능성을 의미한다.
박희성 교수는 "이번 연구는 새로운 항암물질을 외부에서 찾는 기존 방식과 달리 인체에 원래 존재하는 암세포 간 경쟁원리를 치료전략으로 활용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며 "암세포를 직접 약하게 만드는 동시에 항암제 내성을 낮춰 기존 치료 효과를 높일 수 있는 새로운 다제내성 극복 전략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앞으로 림프종과 다발성골수종 등 다양한 혈액암으로 연구를 확대하고 동물실험을 통해 효능과 안전성을 검증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편 이번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재원으로 한국연구재단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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