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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나의 두발 산책] 시를 품고, 독립을 외치다… 앞산 '시인·애국의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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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동강승전기념관 바로 옆 수풀에 있는 우재 이시영 선생의 순국기념탑. 정두나 기자.
낙동강승전기념관 바로 옆 수풀에 있는 우재 이시영 선생의 순국기념탑. 정두나 기자.

도심에서 가장 가까운 쉼터인 앞산. 가벼운 마실을 나서듯 오를 수 있는 '시인, 애국의 길'이 있다. 천천히 숲길을 걷다 보면 아름다운 풍경은 물론, 대구경북에서 태어난 위인들의 인생을 엿볼 수 있다. 저마다 다른 삶을 산 이들을 자연스럽게 하나로 엮어낸 산책길을 걸어봤다.

◆ 앞산에서 만난 시인

낙동강 승전기념관부터 앞산 케이블카까지 이르는 짧은 길에 대구경북의 역사가 옹기종기 모여 있다. 기념관에서 출발하면 가장 먼저 두 시인을 만나볼 수 있다. 다만 지금은 앞산 일대에 무장애길을 조성하는 중이라, 두 기념비는 가까이서 관람하기가 어렵다.

먼발치에서 '이윤수 시비'를 둘러봤다. 울퉁불퉁한 돌에 선명한 검은 글자로 그의 삶과 시 '파도'가 새겨져 있다. 시비에 적힌 구절 "헤아려도 헤아려도 헤아릴 수 없는 인간 삶의 사랑과 슬픔과 고뇌의 씨앗들, 파도 되어 밀려온다"는 구절을 되뇌며 주변을 맴돌았다.

호가 석우인 이윤수 선생은 대구 출신 시인이다. 1938년 일본 시단을 통해 등단한 그는 평생 시 창작에 몰두했다. 멋스러운 옷차림과 건장한 체구, 나이가 든 이후에도 잃지 않은 열정으로 잘 알려졌지만 무엇보다 시를 향한 열정이 남다른 이였다. 그 열정으로 국내 최초의 순수 시 전문지 '죽순'을 대구에서 창간했다.

시를 널리 알리고 오래 기억되도록 하는 일에도 앞장섰다. 달성공원에 대구 출신 민족시인 이상화를 기리는 시비를 세웠는데, 이는 전국 최초의 시비였다. 이전까지는 시인을 기리는 시비를 세운 사례가 없었던 만큼, 우리나라 시비 문화의 시작을 연 셈이다.

이윤수 시인의 시비에 시
이윤수 시인의 시비에 시 '파도'가 새겨져 있다. 정두나 기자.

이윤수 시비에서 멀지 않은 곳에 이호우 시비가 자리 잡고 있다. 여름철 울창하게 우거진 숲길 속 하늘을 향해 뾰족하게 솟은 시비다. 이곳에는 이호우 시인의 대표 시 '개화'가 새겨져 있다.

시인은 1912년 청도에서 태어나 일본 동경 예술 대학에 유학을 다녀왔다. 1940년 시조 '달밤'으로 등단하고, 매일신문에 근무하며 수많은 칼럼을 썼다. 영남 시조 문학회의 초대 회장을 맡거나, 전국 예술 단체 총연맹을 만들어 민족 문학을 부흥시키는 데도 관심을 가졌다. 이 공로를 인정받아, 1956년 제1회 경상북도 문화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 새겨진 항일의 역사

작고 짧은 다리를 건너 낙동강승전기념관을 지나면 애국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기념관 바로 위에는 수풀에 가린 붉은 벽돌 탑이 언뜻 보인다. 편의점 뒤로 돌아서서 수풀 속으로 들어가면, 우재 이시영 선생의 항일 투쟁을 기리는 기념비가 고고하게 서 있다.

이시영 선생은 대구에서 태어나 독립운동가다. 대한광복회를 조직한 후 전국 각지와 베이징, 만주를 끊임없이 돌아다니며 항일 운동의 동력을 만들어냈다. 그의 모습을 본 안창호 선생은 "마치 날개가 달린 호랑이 같다"며 극찬했다. 비와 바람에도 끄덕없을 듯한 기념비의 모습에서 호랑이 같은 기개가 느껴지는 듯했다.

졸졸 흐르는 개울 소리를 따라 다음 코스로 발을 옮겼다. 탁탁 발을 구를 때마다 도망치는 벌레들의 뒤를 쫓아 산을 올랐다. 개울에서 흐르는 차가운 바람과, 나무가 만들어주는 그늘 밑으로 걷다 보니 더위도 조금 가셨다.

심연 송두환 의사상이 시인과 애국의 길 안내판과 함께 산책로 구석에 자리잡고 있다. 정두나 기자.
심연 송두환 의사상이 시인과 애국의 길 안내판과 함께 산책로 구석에 자리잡고 있다. 정두나 기자.

◆ 흉상이 전하는 굳은 의지

채 5분도 안 되는 거리에 송두환, 임용상 선생의 흉상이 있었다. 송두환 선생은 1892년 당시 달성군에서 태어났는데, 서울에서 학교를 다니다 귀향한 후 항일 비밀 결사단을 꾸렸다. 신배달회라 불리는 조직은 대구를 거점으로 항일 운동을 펼쳤다. 국산품을 장려해 독립심을 키우는 동시에, 전국 곳곳을 돌아다니며 무기를 모았다.

임용상 선생은 경북 청송 출신의 독립운동가다. 그는 주로 무장 항일 투쟁의 선봉장을 밭았다. 일본군이 주재한 곳을 직접 덮쳐 독립을 부르짖거나, 직접 의병을 꾸려 움직였다. 그 혐의로 10개월 동안 감옥에서 옥살이한 뒤에도, 청송과 의성에서 일본군을 무찌르며 독립심을 다졌다. 끝내 그는 징역 10년이라는 중형을 선고받기에 이른다.

이들의 꿋꿋한 삶을 보여주듯 흉상 속 두 선생은 굳건한 표정으로 방문객을 맞이했다. 특히 임용상 선생의 흉상에는 거미줄이 잔뜩 드리워져 있었지만, 형형한 눈빛만큼은 조금도 빛을 잃지 않았다. 일제의 탄압에도 꺾이지 않았던 독립 의지가 그대로 전해지는 듯했다. 그 앞을 쉽게 지나칠 수 없어 한동안 흉상 앞을 서성였다.

한 시간이 채 걸리지 않는 짧은 마실이었다. 하지만 다섯 사람의 삶을 돌아보고 대구경북의 역사를 되새기기에는 부족함이 없었다. 여름철 계곡을 찾아 앞산에 올랐다면, 시원한 물길을 따라 '시인, 애국의 길'도 천천히 걸어보길 권한다. 짧은 산책이 예상보다 오래 마음에 남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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