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선거가 끝나고 새로운 민선 9기 지방정부들이 출범했다. 지방선거가 끝나고 나면 지자체마다 새로운 지역발전 모델과 지역브랜드를 앞다투어 내놓았지만, 정작 차별화된 발전 전략은 좀처럼 보이지 않았다. 판교를 닮은 혁신도시, 강남을 닮은 업무지구, 수도권을 닮은 산업단지가 지역마다 되풀이된다. 비슷한 정책이 늘어날수록 지역 간 차별성은 오히려 옅어졌다. 대한민국은 어딜 가도 비슷한 풍경을 보이고 어디서 들어본 듯한 브랜드 슬로건을 보게 된다.
수도권은 이미 인구와 기업, 연구기관, 문화시설, 투자자본이 집중된 거대한 생태계를 갖추고 있다. 수도권은 모든 면에서 이미 압도적 우위를 갖고 있다. 서울보다 작은 서울을 만드는 전략으로는 지역의 미래를 바꿀 수 없다. 같은 방식으로 경쟁해서는 지역이 수도권을 앞설 가능성은 크지 않다. 후발주자가 동일한 방식으로 경쟁하면 격차는 결코 좁혀지지 않는다.
세계적인 경쟁력을 가진 지역을 보면 공통점이 있다. 남을 따라가기보다 자신만의 강점을 키웠다는 점이다. 자신이 가장 잘할 수 있는 분야를 선택하고, 그 분야에서 세계적인 경쟁력을 확보했다. 북유럽의 덴마크와 핀란드는 국토도 작고 인구도 적지만 규모의 경쟁을 포기하는 대신 교육과 연구개발에 집중하고, 자신들이 가장 잘할 수 있는 산업을 세계 최고 수준으로 키웠다. 이들의 성공은 규모가 아니라 차별화 전략의 결과였다.
지역의 경쟁력도 수도권의 벤치마킹이 아닌 차별성에서 나온다. 결국 지역의 미래는 수도권을 얼마나 잘 모방하느냐가 아니라 다른 지역이 쉽게 흉내 낼 수 없는 경쟁력을 얼마나 먼저 만들어 내느냐에 달려 있다. 이제 지역도 '패스트 팔로워(Fast Follower)' 전략에서 벗어나 '퍼스트 무버(First Mover)' 전략으로 전환해야 한다. 남이 만든 길을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길을 먼저 만드는 것이다. 특히 AI와 디지털 전환 시대에는 먼저 문제를 해결하는 지역이 새로운 산업과 일자리를 만들어 낼 가능성이 훨씬 크다.
모방은 창조의 어머니라는 말도 있지만, 모방은 출발점이 될 수는 있어도 미래 전략이 될 수는 없다. 지역은 수도권보다 먼저 해결해야 할 문제가 있다. 그리고 그 문제가 새로운 산업이 될 수 있다. AI 농업, 고령친화산업, 돌봄도시, 생활인구 정책, 치매친화도시는 수도권보다 지역이 먼저 설계하고 먼저 실험할 수 있는 의제다. 수도권이 대규모 산업과 금융에서 경쟁력을 가진다면, 지역은 고령사회와 농업, 돌봄, 문화, 복지처럼 자신이 가장 먼저 직면한 문제를 새로운 산업과 연구의 기회로 바꿀 수 있다.
물론 지역의 경쟁력은 산업기반과 양질의 일자리에서 출발한다. 그러나 그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지역이 오랜 시간 축적해 온 역사와 문화, 공동체의 신뢰, 생활양식, 지역민의 연대와 같은 무형의 자산 역시 다른 지역이 쉽게 모방할 수 없는 중요한 경쟁력이다. 산업과 일자리 위에 이러한 무형의 자산이 더해질 때 비로소 지역만의 차별성이 완성된다.
지역대학 역시 이러한 지역의 유형·무형 자산을 연결하고 새로운 가치로 발전시키는 역할을 해야 한다. 지금 지역거점국립대학들은 '브랜드 단과대학' 사업과 '서울대 3개 만들기' 사업 선정을 위한 총력전을 벌이고 있다. 이들 지원사업은 취업률이나 연구성과와 같은 정량적 지표에 상대적으로 무게를 두고 있다. 앞으로는 지역의 고유한 역사와 문화, 공동체 자산을 산업과 교육, 연구로 연결하는 노력도 대학의 중요한 성과로 평가될 필요가 있다. 지역마다 다른 강점을 키우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균형발전이기 때문이다.
서로 다른 산업과 인구구조, 서로 다른 대학을 같은 잣대로 평가하는 방식으로는 다양성이 자라지 않는다. 경쟁력은 차별성과 정체성에서 나오는 것이지, 동일한 획일적 기준에 의해서 만들어지지 않는다. 균형발전은 모두를 똑같이 만드는 것이 아니라, 저마다 다르게 성장하도록 돕는 것이다.
지방정부와 지역대학이 고민할 문제는 수도권을 얼마나 따라잡았는가가 아니다. 다른 지역이 쉽게 흉내 낼 수 없는 우리만의 경쟁력을 만들고 있는가이다. 지역의 경쟁력은 없는 것을 만드는 데 있지 않다. 지역이 가진 강점을 얼마나 새로운 기회로 연결하느냐에 달려 있다. 대구를 닮은 대구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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