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모차보다 아기띠." "2지구부터 공략." 맘카페와 SNS에는 서문시장 '공략법'이 넘쳐난다. 아기옷은 어디서 사고, 원단은 어느 층에서 떼며, 어떤 동선으로 돌아야 하는지까지 부모들의 경험담이 이어진다. 온라인 쇼핑이 익숙한 시대, 부모들이 굳이 서문시장으로 향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 직접 보고, 만져보고, 비교까지
첫아이를 키우고 있는 박지은 씨(35)는 온라인 대신 서문시장을 찾는 가장 큰 이유로 '직접 비교'를 꼽았다. 이 씨는 "첫아이 엄마라 소재나 마감을 정말 꼼꼼하게 보는 편인데 온라인에서는 확인하기 어렵다"며 "서문시장에서는 원단을 직접 만져볼 수 있고, 같은 90사이즈라도 브랜드마다 크기가 달라 직접 비교해보고 살 수 있는 점이 가장 좋았다"고 말했다. 이어 "여러 매장을 둘러보며 가격까지 비교할 수 있어 실패 없이 쇼핑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시장 옷은 촌스럽다'는 인식도 옛말이다. 최근 서문시장에는 온라인에서 인기를 끄는 감성 아동복을 취급하는 젊은 상인들이 늘고 있다. 매장마다 인스타그램 등 SNS 계정을 운영하며 신상품을 올려 고객들이 미리 둘러보고 방문할 수 있도록 하고, DM이나 온라인 주문도 받는다. 가격 흥정이 익숙하지 않은 젊은 부모들을 위해 정찰제로 운영하는 매장도 적지 않다.
2지구에서 아동복 매장을 운영하는 한 상인은 "남대문에서 부모들이 오픈런을 할 정도로 인기 있는 디자인을 직접 들여오고 있다"며 "인스타그램을 보고 온라인으로 주문하는 고객도 많다. 시장이라고 품질이나 디자인을 걱정할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예전에는 연세 많은 손님이 많았다면 지금은 SNS를 보고 찾아오는 20~30대 엄마·아빠가 눈에 띄게 늘었다"고 말했다.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에 다니기 시작하면 아이 옷이 자주 필요해지는 만큼 엄마들끼리 함께 시장을 찾는 모습도 쉽게 볼 수 있다. 달서구에서 왔다는 김미희 씨(40)는 "유치원 엄마들과 아이들을 등원시키고 종종 서문시장에 온다"며 "아이 옷도 사고 땅콩빵이나 호떡 같은 간식도 먹으면서 반나절 나들이처럼 시간을 보낸다"고 말했다.
◆ 원단 떼서 직접 만들기도
아이 옷을 사러 오는 것에서 더 나아가 직접 만들기 위해 서문시장을 찾는 부모들도 늘고 있다. 서문시장 2지구 3~4층에는 다양한 원단 매장이 몰려 있고, 4층에서는 떨이 원단과 자투리 원단도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다.
유예지 씨(32)는 여름이면 4중 거즈 원단을 가장 먼저 찾는다. 그는 "거즈 소재라 시원하고, 4중 거즈는 앞뒤 패턴이 달라 뒤집어도 귀여운 느낌이 난다"며 "원단은 보통 '한 마' 단위로 구매하는데 가게마다 가격이 1천~2천원 정도 차이가 나 여러 곳을 둘러보고 산다"고 말했다.
원단을 고른 뒤에는 시장 안 홈패션 수선타운으로 향한다. 샘플이 걸려 있는 매장은 "이 디자인 그대로 만들어 달라"고 주문하면 되고, 일부 매장은 본이나 샘플을 가져가야 제작이 가능하다. 직접 고른 원단으로 가족 옷을 맞춰 입는 재미도 쏠쏠하다. 유 씨는 "두 마 정도면 엄마 고쟁이와 아기 블루머를 만들 수 있고, 세 마면 아빠 반바지까지 맞춰 온 가족 시밀러룩을 만들 수 있다"며 "남은 원단은 손수건으로 만들어 버리는 천 없이 알뜰하게 활용한다"고 웃었다.
원단을 골라 아이 옷과 육아용품을 만드는 부모들이 늘면서 원단 매장도 활기를 띠고 있다. 서문시장 2지구에서 원단점을 운영하는 김경희(41) 대일상회 대표는 "예전보다 원단만 구입해 제작하려는 부모들이 확실히 많아졌다"며 "SNS 릴스나 숏폼을 통해 만드는 과정이 알려지면서 관심이 크게 늘었다"고 말했다.
그는 "아기 고쟁이 바지와 블랭킷, 손수건 제작 문의가 가장 많고, 거즈와 면 원단이 특히 인기가 좋다"며 "완제품을 사는 것보다 합리적인 가격에 원하는 원단과 디자인을 직접 고를 수 있고, 세상에 하나뿐인 아이 옷과 육아용품을 만들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매력"이라고 덧붙였다.
◆ 출산·육아용품도 한 번에
옷만 사러 왔다가 양손 가득 돌아가는 부모들도 적지 않다. 서문시장에서는 출산·육아용품부터 여아 악세사리, 문구류까지 한자리에서 둘러볼 수 있기 때문이다.
출산 준비를 앞두고 서문시장을 찾았다는 이경희 씨(36)는 완제품 대신 원단을 직접 구입해 육아용품을 마련했다. 친정어머니가 재봉을 할 수 있어 블랭킷과 아기 침대 매트는 원단만 구매하고, 필요한 용품은 직접 만들어 사용하기로 했다.
이 씨는 "손수건 30장과 천기저귀 10장, 블랭킷 원단 6마, 아기 침대 매트 원단 1마, 턱받이용 테리 원단 1마, 방수요까지 모두 13만원 정도 들었다"며 "브랜드로 알아봤을 때보다 많이 싸다"고 말했다. 거즈와 엠보거즈, 밤부 소재 손수건은 장당 500~1천원 수준으로 다양한 무늬를 고를 수 있고, 신생아 속싸개와 천기저귀, 턱받이, 방수요, 블랭킷, 아기 침대 매트용 원단까지 한자리에서 둘러볼 수 있다.
특히 서문시장은 여아를 키우는 부모들 사이 '딸맘들의 성지'로 통하기도 한다. 머리끈과 공주풍 머리핀, 머리띠 등 다양한 악세사리 매장이 곳곳에 자리해 최신 유행 디자인부터 개성 있는 제품까지 저렴한 가격에 만날 수 있다.
송지안 씨(40)는 "우리 딸은 머리끈이나 공주풍 핀을 정말 좋아해서 서문시장에 오면 가장 먼저 악세사리 가게부터 들른다"며 "신상품이 정말 빨리 들어오고 흔하지 않은 디자인도 많아 구경하는 재미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아이 것만 사려고 왔다가 귀걸이나 팔찌, 집게핀까지 사게 돼 엄마들도 빈손으로 나오기 쉽지 않다"고 웃었다.
아이와 함께 들르기 좋은 문구점도 인기다. 키캡과 볼펜 꾸미기 용품, 말랑이 장난감, 슬라임, 산리오 등 인기 캐릭터 상품을 직접 만져보고 고를 수 있도록 위생장갑을 비치한 매장도 적지 않다. 쇼핑을 마친 뒤에는 호떡과 땅콩빵, 빙수 등 시장 먹거리까지 즐길 수 있어 서문시장은 부모와 아이가 함께 시간을 보내는 나들이 공간으로도 자리 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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