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태서맘 생존기] <11> 진짜 아줌마

구글 검색 선호 출처로 추가
로봇
mWiz 이 기사 포인트

키즈카페에서 처음 만난 또래 아이와 함께 놀고 있는 태서. 아이를 통해 낯선 사람과도 자연스럽게 인사를 나누고 대화를 시작하게 됐다.
키즈카페에서 처음 만난 또래 아이와 함께 놀고 있는 태서. 아이를 통해 낯선 사람과도 자연스럽게 인사를 나누고 대화를 시작하게 됐다.

"람쥐님, 저도 아기 낳았어요."

댓글 하나가 달렸다. 남편과 연애하던 시절, 기록이나 해둘까 싶어 시작한 블로그. 그곳에서 서로 이웃을 맺었던 한 분이었다. 공통점이라곤 대구에 산다는 것, 그리고 내가 신혼을 보냈던 오피스텔에 그분도 살았다는 것 정도다. 온라인에서는 꽤 친밀한 사이였지만 현실에서는 한 번도 만난 적 없는 사람이었다.

태서를 낳고는 블로그도 뜸해졌다. 육아하느라 바쁘다는 핑계도 있었고, 하루를 기록하기보다 하루를 버티는 일이 더 중요했다. 그런데 그 댓글 하나가 마음을 움직였다.

"람쥐님, 저도 아기 낳았어요."

태서보다 한 살 어리지만 개월 수는 다섯 달 정도밖에 차이 나지 않는다고 했다.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자연스럽게 "한번 만날까요?"라는 말이 나왔다.

예전의 나라면 절대 하지 않았을 일이다. 온라인에서만 알던 사람을 만나자고 하다니. 괜히 어색할 것 같아 남편까지 대동했다. 그런데 이게 웬걸. 처음의 어색함은 아이들이 서로를 쳐다보는 동안 사라졌다. 나이도, 직업도, 취미도 몰랐다. 아는 건 서로의 닉네임뿐이었다. 그런데 육아 이야기만으로 몇 시간을 웃었다.

조리원 동기도 만들지 않았던 나다. 다들 조리원에서 단체방을 만들고, 퇴소 후에도 만나 육아 정보를 나눈다고 했지만 나는 끝내 누구의 연락처도 묻지 않았다. '굳이….' 그게 당시 내 생각이었다.

회사 다니고, 결혼하고, 하루하루 바쁘게 살다 보니 정말 친한 친구들조차 자주 만나기 어려웠다. 한정된 시간을 새로운 사람에게 쓰고 싶지 않았다. 사람은 많을 필요 없고, 정말 마음 편한 사람 몇 명이면 충분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요즘의 나는 또래 아이만 보면 "몇 개월이에요?"부터 묻는다. 놀이터에서는 처음 보는 엄마와도 어린이집 이야기를 하고, 키즈카페에서는 "사진 한 장만 찍어주실래요?"라는 부탁도 스스럼없이 한다. 태서가 먹던 과자를 또래 아이가 빤히 쳐다보면 "하나 먹을래?"라는 말이 먼저 나오고 길에서 아이가 넘어질 것 같으면 내 아이도 아닌데 "조심!" 하고 외친다. 언제 이렇게 남의 아이까지 신경 쓰는 오지라퍼가 됐는지 모르겠다. 아기를 낳아야 진짜 아줌마가 되는 걸까. 요즘의 나는 제법 아줌마스럽다.

최신 기사

0700
AI 뉴스브리핑
정치 경제 사회 국제
이진숙 국민의힘 의원이 주최한 5·18 광주민주화운동 관련 토론회가 13일 국회도서관에서 열렸으나 참석자들의 고성과 몸싸움으로 파행을 겪었다...
중소기업들은 불합리한 규제가 성장에 저해된다고 호소하며 규제 개선을 요구하고 있다. 13일 대구에서 열린 '에스오에스 토크'에서 김재화 오에...
전북대 수의대생 이윤희씨의 실종 사건과 관련하여 이윤희씨의 아버지와 유튜버가 허위사실 유포 및 스토킹 혐의로 불구속기소된 가운데, 이들은 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백악관 대변인인 캐럴라인 레빗이 가족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내기 위해 이달 말 퇴임한다고 발표했으며, 레빗은 20..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