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오전 10시쯤 경북 포항시 남구 오천읍 오어지 원효교(출렁다리) 아래. 맑은 물이 찰랑거려야 할 저수지 상류는 거대한 빈터로 변해 있었다. 물이 빠져나간 바닥에는 모래와 크고 작은 돌멩이, 나무 뿌리와 쓰레기가 나뒹굴었다. 메마른 땅 위로는 발목 높이까지 자란 잡초가 무성했다. 원래라면 물속이었을 안쪽까지 걸어 들어가 보니 발걸음을 옮길 때마다 마른 흙먼지가 풀풀 날렸다. 오어지 둘레길을 찾은 시민들은 말라붙은 바닥을 한참 바라보거나 사진을 찍으며 지역에 닥친 가뭄을 실감했다.
현장의 심각성은 수치로도 확인된다. 한국농어촌공사에 따르면 현재 오어지 저수율은 28.5%에 불과하다. 지난해 이맘때 66%를 기록하고 평년 기준 73.9%였던 것과 비교하면 물이 크게 말라붙었다. 2022년 큰 수해를 불러왔던 태풍 힌남노 이후 폭우에 대비해 저수지 물을 평소보다 적게 채운 데다 긴 가뭄까지 겹쳐 수위가 더 낮아졌다.
기상청 가뭄 지표에서도 포항의 물 부족 현상을 뚜렷하게 볼 수 있다. 지난 11일 기준 포항 지역 표준강수지수(SPI)는 최근 1개월 지표가 -1.1(약한 가뭄) 상태다. 표준강수지수는 -1.00 이하면 가뭄을 뜻한다. 최근 2개월과 4개월 누적 지표는 각각 -1.53과 -1.65를 기록해 '보통 가뭄' 단계에 들어섰다. 포항은 1개월부터 24개월까지 모든 기간 지표가 마이너스를 기록하고 있다. 장기적으로 비가 계속 내리지 않았다는 의미다. 비가 오지 않은 날을 따져보면 여름이 시작된 지난 6월 1일부터 13일 현재까지 74일 중 53일이나 된다.
바닥을 훤히 드러낸 저수지를 지켜보는 농민들 시름은 깊다. 70대 한 농민은 "비 구경한 지가 언젠지 까마득하다"며 "하루가 다르게 말라붙는 저수지 바닥을 보면 속이 바싹 타들어 간다"고 토로했다.
다행히 당장 인근 농가에 닥친 피해는 없다. 상류 바닥은 드러났어도 하류 논밭으로는 농사에 쓸 물이 정상적으로 흘러가고 있다. 한국농어촌공사 관계자는 "농사에 쓰는 물은 보통 9월 초까지 사용해 현재의 저수율로도 올해 농사를 짓는 데는 문제가 없다"며 "아직 가뭄 피해 접수도 없고 물도 모자라지 않게 공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비가 오지 않는 상황이 길어질 때다. 이런 상태에서 9월 농사철이 끝나면 저수율이 10% 후반에서 20% 초반대까지 떨어져 내년 농사는 시작부터 차질을 빚을 것으로 당국은 내다봤다.
우려는 현실이 될 가능성이 적지 않다. 기상청이 발표한 대구·경북 지역 3개월 전망을 보면 이달 강수량은 평년과 비슷하겠지만 다음달은 오히려 평년보다 대체로 적을 확률이 높게 점쳐졌다. 다만 10월은 우리나라 남동쪽에 고기압성 순환이 발달해 평년보다 강수량이 증가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포항시 관계자는 "가뭄 장기화로 내년 농사 준비마저 차질을 빚을까 우려된다"며 "하지만 시 차원에서 가용 수자원을 동원하고 장기적인 대책을 철저히 마련해 농민들이 안심하고 생업에 집중할 수 있도록 온 힘을 쏟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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