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성형 인공지능(AI)이 출판 산업 전반으로 빠르게 확산하면서 AI 활용 여부를 어디까지 공개해야 하는지를 둘러싼 논쟁이 확산되고 있다.
최근 한 고전문학 구독형 앱이 700여 권의 고전문학을 생성형 AI로 번역해 서비스하면서 논란이 일었다. 운영사는 '최고 수준의 전문가 검수'를 거쳤다고 홍보했지만 AI 번역 사실을 이용자에게 충분히 알리지 않았다는 지적이 제기됐고 결국 환불에 나섰다.
앞서 지난 4월에는 출판사 커뮤니케이션북스가 '인간 저술 출판물(HAP·Human Authored Publication) 보증제'를 도입해 주목받기도 했다. 생성형 AI 활용을 막는 것이 아니라, 인간이 저작의 주체임을 확인하고 AI 활용 여부를 투명하게 공개하기 위한 인증 체계다.
해당 보증제는 저자가 AI 활용 사실을 밝히고 AI가 생성하거나 정리한 내용이라도 사실관계와 인용 등을 검증하도록 하는 윤리 기준을 담고 있다. 출판사는 이를 통해 독자의 알 권리를 보장하고 출판 윤리를 강화한다는 취지다.
하지만 국내 출판계 전반으로 보면 여전히 AI 활용 여부를 구분할 명확한 기준은 부족한 상황이다. 출판계에서는 번역뿐 아니라 집필, 편집, 교정, 오디오북 제작 등 다양한 영역에서 AI 활용이 늘고 있지만 이를 표시할 공통 기준이나 검수 절차는 아직 마련되지 않고 있다.
출판사 학이사 관계자는 "책을 만드는 과정 전반에서 AI 활용이 늘고 있는 만큼 독자가 알 수 있는 기준이 필요하다"며 "AI를 활용하는 것 자체가 불법은 아니기 때문에 결국 지금은 출판사의 양심에 맡겨진 부분이 크다"고 말했다.
AI 활용은 번역에만 그치지 않는다. 웹소설과 오디오북 등 디지털 출판 분야에서도 제작 과정 전반으로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오디오북 플랫폼은 AI 음성을 활용한 낭독 서비스를 확대하고 있으며 출판 현장에서도 다양한 업무에 AI가 활용되는 추세다.
웹소설 출판사 관계자는 "현재 업계에서는 AI를 창작의 주체가 아니라 작업 효율을 높이는 보조 도구로 활용하는 경우가 많다"며 "맞춤법 검수나 표지 시안 제작, 번역 내용 확인, 서평 초안 등은 AI의 도움을 받지만 작품 자체를 AI가 대신 쓰는 것은 별개의 문제로 인식하고 있다"고 말했다.
출판계 안팎에서는 AI 활용을 막기보다 투명한 공개와 책임 있는 활용을 위한 기준 마련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대구출판산업지원센터 관계자는 "현재 AI기술 수준으로는 시장에 바로 내놓을 정도의 완성도를 갖췄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특히 문학 번역은 장편 작품의 문맥과 감성, 뉘앙스를 섬세하게 살리는 데 한계가 있고 이미지 생성 역시 만족할 만한 수준에 이르지 못한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최근 출판사에서도 저작권과 AI 활용 표시 기준 등에 대한 교육과 세미나도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관련 기관들과 함께 업계가 참고할 수 있는 가이드라인 마련 방안도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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