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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어드는 日 중의원 숫자…국민 요구에 부응하는 日 정치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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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중의원 45석 감축 추진
여권 비자금 파문, 신뢰 바닥
정치 개혁 요구에 정당이 응답
韓 개혁 주장만 반복, 실행 드물어

다카이치 사나에 새 총리(자민당 총재)와 제2야당 일본유신회 요시무라 히로후미 대표가 지난해 10월 20일 연정 수립 합의문을 들고 있다. 연합뉴스
다카이치 사나에 새 총리(자민당 총재)와 제2야당 일본유신회 요시무라 히로후미 대표가 지난해 10월 20일 연정 수립 합의문을 들고 있다. 연합뉴스

일본 연립 여당인 자민당과 일본유신회가 중의원 의원 정수를 줄이기로 하고 지난 6월 24일 관련 법안을 국회에 공동 제출했다. 여야 협의회에서 1년간 선거제도 개편과 정수 감축을 논의하되 결론을 내지 못하면 비례대표 45석을 자동 감축한다는 게 골자다.

감축이 이뤄지면 중의원 정수는 465석에서 420석으로 준다. 비례대표는 총 176석에서 131석으로 줄어든다.

올해 총선 때 양당이 내세운 정치개혁안을 실행에 옮긴 셈이다. 한국 정치권이 선거를 앞두고 의원 정수 감축 등 정치 개혁을 내세우지만, 선거 후 흐지부지되는 것과 비교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의회 불신, 정수 감축으로 달랜다

앞서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자민당 총재)는 6월 1일 "이번 국회에서 정수 10% 감축을 목표로 하되 감축은 비례대표로 하도록 당내 의견을 정리해달라"고 지시했다. 스즈키 슌이치 자민당 간사장은 4일 당 본부에서 열린 정치제도개혁본부 총회에서 이 같은 지시를 공개하고, 중의원 465석의 10%에 해당하는 비례대표 45석 감축 방향으로 논의를 진행하자고 요청했다. 지방의 목소리를 제대로 반영하려면 소선거구가 아닌 비례대표 중심으로 줄여야 한다는 설명도 곁들였다. 당내 이견을 고려해 논의를 이어간 자민당은 11일 합동회의에서 법안을 승인했고, 유신회도 같은 날 법안을 승인했다.

하세가와 준지 자민당 정치제도개혁본부 사무국장은 11일 법안을 설명하면서 "소선거구를 줄이면 지방 의석이 더 줄어드는 데다 도시 선거구는 한층 세분화된다"고 밝혔다. 소선거구제를 유지·강화해 민의를 모으고 신속한 의사결정을 뒷받침한다는 취지도 강조했다.

무엇보다 자민당과 유신회는 의원 정수 감축을 국민적 요구에 부응하는 정치개혁이라고 설명한다. 양당은 지난해 10월 연립 결성 당시 합의서에 '10% 감축'을 명기했고, 임시국회에 '소선거구 25석·비례 20석' 감축안을 제출했으나 올 1월 중의원 해산으로 폐기됐다. 이어 2월 총선에서 재차 공약으로 내걸었고, 유신회가 주장해온 비례 45석안으로 다시 추진하는 것이다.

의원 정수 감축을 곧 정치개혁으로 보는 시각은 유신회가 오사카 지역 정당으로 발돋움한 사건과 맞닿아 있다. 창당 초기였던 2011년 유신회는 오사카부(도에 해당하는 광역지자체) 의회에서 재정 위기 극복을 위한 행·재정 개혁 조례를 통과시켰다. 당시 반대파가 의회에 바리케이드를 쌓고 저항할 만큼 진통이 컸다. 이때 부의회 의석 감축(109석에서 88석)도 함께 관철해 지역 사회의 큰 지지를 얻었다. 유신회가 의원 정수 감축을 '뼈를 깎는 개혁'이라 주장하는 배경으로 꼽힌다.

◆비자금 스캔들…의원 감축 요구 빗발

2023년 말 불거진 자민당 정치자금 스캔들도 이번 감축에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가 나온다. 자민당은 기업·단체 헌금 모금 행사인 파티에서 소위 '파티권'을 할당량 이상 판 의원에게 초과분을 되돌려주는 방식으로 비자금을 조성한 사실이 적발됐다. 이 사건으로 일부 의원이 징계를 받았고 자민당 파벌도 대부분 해체됐다. 의원들이 기업 후원금을 받고도 투명하게 관리하지 않는다는 인식이 퍼지면서 의회와 의원에 대한 국민 신뢰가 크게 떨어졌고, 정치권으로서는 국민적 반감을 달랠 필요가 커졌다.

실제 중앙조사사 조사에서 의원 신뢰도는 5점 만점에 2.4점으로 조사 대상 10개 직종·기관 중 가장 낮았다. 의원을 신뢰하지 않는다는 응답은 48.8%에 달했고, 응답자의 68.9%는 국민 신뢰를 얻기 위해 가장 먼저 노력해야 할 집단으로 의원을 꼽았다.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아래 가운데)가 지난달 15일 도쿄 국회에서 열린 중·참 양원 국가기본정책위원회 합동심사회에 참석하고 있다. AFP 연합뉴스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아래 가운데)가 지난달 15일 도쿄 국회에서 열린 중·참 양원 국가기본정책위원회 합동심사회에 참석하고 있다. AFP 연합뉴스

국민들이 정수 감축을 정치개혁 수단으로 여기는 점도 동력이 된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FNN·산케이 조사에서 응답자의 76.2%는 비례대표든 소선거구든 어떤 방식으로든 줄여야 한다고 답했다. JX통신사·선거닷컴 조사에서 감축이 필요한 이유를 묻자 '의원에게 들어가는 경비가 너무 많다'는 응답(인터넷 41.9%, 전화 35.8%)이 가장 많았다. '정치인과 국회에 대한 불만·불신'(인터넷 13.0%, 전화 20.7%), '의원 수 자체가 너무 많다'(인터넷 15.5%, 전화 20.5%)는 답도 적지 않았다.

다만 지지통신 등 일본 언론은 정수 감축을 통해 어떤 개혁을 추진하려는 것인지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한다. 의석을 줄이는 것은 수단이지 목적이 아니라는 것이다. 오히려 양당은 유신회의 간판 공약이던 기업·단체 헌금 전면 금지를 협의체를 만들어 다카이치 총리 임기 내에 논의하기로 미뤄뒀다. 연정 유지를 위해 기존 공약을 슬그머니 뒤로 물렸다는 비판이 나오는 대목이다. 팀미라이 등 소수정당들은 비례대표가 176석에서 45석 줄면 소수정당의 원내 진입 길이 막히고 거대 정당의 상대적 의석 비중만 커진다고 반발하고 있다.

◆ 韓 개혁 주장만…실행 없어

한국에서도 정치개혁의 일환으로 의원 정수 감축 제안이 반복돼 왔지만, 실제 감축은 일시적이었고 대부분 공수표로 돌아갔다.

2000년 16대 총선 당시 IMF 위기 속 고통 분담 차원에서 의석을 299석에서 26석 줄여 273석으로 만들었으나, 17대 총선에서 299석으로 되돌아갔다.

22대 총선을 앞둔 2023년에는 김기현 당시 국민의힘 대표가 의원 정수 30석(전체 10%) 감축을 주장했고, 이듬해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여기에 20석을 더해 50석 감축을 내걸었다. 한발 더 나아가 ▷불체포특권 포기 ▷금고형 이상 확정 시 재판 기간 세비 반납 ▷귀책 사유로 치러지는 보궐선거 무공천 등도 약속했다.

민주당은 ▷국회 윤리특별위원회 상설화 ▷국회의원 징계 시 벌금제 신설 ▷공직자 이해충돌 방지 의무 이행 강화 ▷공직자 부패 처벌 강화 등을 제안했다. 그러나 이들 공약은 대부분 선거 종료와 함께 사라졌다.

물론 입법이 아예 없었던 것은 아니다. 2016년에는 체포동의안이 72시간 내 표결되지 않으면 이후 첫 본회의에 자동 상정하도록 한 국회법 개정안이, 2017년에는 국회의원의 배우자와 4촌 이내 친인척의 보좌진 채용을 금지한 법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하지만 이 역시 국회가 국민 여론에 떠밀려 마지못해 바뀐 것일 뿐, 스스로 결단한 정치개혁으로 보기는 어렵다는 평가가 나왔다.

일본 정치권이 한국과 다른 점은 구속력 있는 개혁 법안을 만들어 실행에 옮겼다는 데 있다. 국회가 민의를 떠받든다며 선거 때마다 정치개혁 구호만 내놓을 게 아니라, 이 정도 결단은 보여줘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일본 정치권 의원 정수 감축 움직임과 관련해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여론을 의식해 내려지는 정당 간 합의와 정치 개혁 움직임이 배울 점은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정치 개혁 방안과 관련해 "현재 인구 대비 의원 정수가 많다고 본다. 다만 우리 정치 풍토에서 의원 감축은 어려울 것"이라면서 "사실상 유명무실해진 비례대표를 지역구로 돌려서, 의원들의 인구 대표성을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하면 좋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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