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오는 날이면 총알이 몸 안에 남아 있는 것처럼 쑤십니다. 60년이 다 되도록 그날을 잊고 살아본 적이 없습니다."
궂은 날씨, 어김없이 다리가 먼저 신호를 보낸다. 박현욱(82·가명) 씨의 허벅지 깊숙한 곳 총상 흉터에서 시작된 통증은 무릎 아래까지 저릿하게 번진다.
현관문을 열고 나올 때도 거북이 걸음이다. 한참 동안 난간을 붙잡은 뒤에야 겨우 한걸음 옮길 수있었다.
◆ 군 복무 중 오발탄…양쪽 허벅지 관통
"탕!"
굉음이 부대 안을 뒤흔들었다. 순간 전쟁이라도 난 것만 같았다. 한국전쟁이 끝난 지도 10년이 넘었는데 어디서 총성이 울린 것일까. 누군가 총에 맞았다는 다급한 외침이 들려왔다.
현욱 씨도 놀란 얼굴로 주변을 살폈다. 사람들의 시선은 모두 자신을 향하고 있었다. 그제야 양쪽 허벅지 사이로 피가 흘러내리는 것이 보였다.
사고는 1966년 8월 15일 오전 10시쯤. 경기 파주 미군 제2사단에서 교대 근무를 앞두고 발생했다. 당시 육군 헌병으로 복무 중이던 현욱 씨는 동료와 함께 근무를 서고 있었다. 다음 근무자가 당직대에 놓여 있던 권총과 탄띠를 착용하는 과정에서 오발 사고가 났다.
총알은 낭심을 스쳐 오른쪽 다리까지 관통한 상태였다. 의무병은 왼쪽 다리만 급히 지혈했다. 육군병원으로 옮겨지는 데만 1시간 30분이 걸렸다.
양측 대퇴부 관통총상으로 응급 수술이 이어졌다. 수술 과정에서 거즈가 몸 안에 남은 채 봉합되면서 상처는 곪았고 재수술을 받아야만 했다.
평생 장애를 앓고 살아가야 했지만 의병 전역은 허락되지 않았다. 부대 내 총기 오발사고가 외부로 알려지는 것을 꺼리던 분위기 탓이었다. 그는 피눈물을 흘리며 만기 전역해야 했다.
◆ 아픈 다리 숨기고 가장으로 삶
전역 후 고향인 경북 하양으로 돌아온 현욱 씨는 생계를 걱정해야 했다. 총상을 입은 다리는 평생 짐이 됐다. 다리는 절뚝였지만 누구에게도 다친 사실을 말하지 않았다. 다리 때문에 취직도 결혼에도 영향을 미칠까 두려웠기 때문이다.
"군대에서 총을 맞았다고 이야기할 수도 없었어요. 사람들이 '병신'으로 볼까 봐 두려웠어요."
몸과 마음이 성한 현욱 씨를 보듬어준 건 중매로 만난 아내였다. 4개월 만에 유부남이 된 그는 한 창고 건물에서 신혼생활을 시작했다.
1980년대 후반에는 모아둔 돈과 대출을 보태 직접 회사를 차렸다. 그는 세 살 때 어머니를 여의고 어려운 가정형편 탓에 고등학교를 중퇴한 뒤 섬유회사에서 일했던 경험을 살렸다. 하지만 자본 부족에 섬유산업 침체까지 겹치면서 사업은 5~6년 만에 문을 닫았다.
빚만 남은 그는 다시 가족의 생계를 책임질 방법을 찾아야 했다. 결국 홀로 일본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타국의 건설현장에서 막노동을 하며 번 돈은 대부분 한국으로 보냈다.
3년 가까이 다니던 회사가 부도나면서 1년 치 임금을 받지 못했다. 다른 건설회사에서 일하던 중 철거 현장에 출동한 경찰에게 불법체류가 적발됐다. 그는 결국 한국으로 강제추방됐다.
◆ 가족도 집도 모두 잃어
귀국한 현욱 씨가 받아 든 건 이혼소송이었다. 가족을 위해 일본에서 막노동을 전전했던 그는 이유조차 제대로 알지 못한 채 법정에 섰다.
아내는 가정에 소홀했다는 이유를 들었다. 법정에서 가족을 두 번 본 것이 마지막이됐다. 가족이 살던 집 보증금도 이미 아내가 가져간 뒤였다. 이혼소송에서도 패했다.
가진 것을 모두 잃은 그는 갈 곳조차 없었다. 대구역 앞 24시간 목욕탕이 유일한 잠자리였다. 새벽이면 일용직 인력시장으로 향했고, 밤이 되면 다시 목욕탕으로 돌아오는 생활이 3년 가까이 이어졌다. 총상을 입은 다리로는 무리한 나날이었다.
어느날 국가유공자 상이 판정을 받을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여러 차례 진단서를 제출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포기하지 않고 당시 상황을 설명한 끝에 공상군경 7급 판정을 받았다.
현재 그는 보훈급여금과 노인연금을 합쳐 한 달 100만원가량으로 생활한다. 관리비와 공과금, 병원비를 내고 나면 손에 남는 돈은 70만원 남짓이다. 무더운 여름에도 에어컨은 엄두조차 내지 못한다. 다리 통증에 더해 신장 염증과 전립선 질환, 시력 저하까지 겹치면서 하루에 먹는 약만 스무 알이 넘는다.
무엇보다 견디기 힘든 것은 세 딸에 대한 그리움이다. 이혼한 지 20년이 넘었지만 딸들을 한 번도 만나지 못했다.
행정복지센터를 두드려봐도 개인정보라는 이유로 연락처는 알 수없었다. 가족관계등록부를 통해 주소는 확인했지만 찾아가지는 못했다. 혹시라도 딸들에게 부담이 될까 두려웠기 때문이다.
여든을 넘은 그가 바라는 건 거창한 것이 아니다. 딸들과 '안부 인사'다.
"일본으로 간 것도 아이들 학비를 벌겠다는 생각뿐이었어요. 가정이 궁금해도 돈을 벌어야 한다는 마음으로 버텼습니다. 이제는 욕심도 없습니다. 생명이 다하기 전에 딸들과 전화 한 통만 할 수 있다면 소원이 없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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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성금내역]
◆가정폭력 피해자 정선아 씨에 2,240만원 전달
어려운 가정형편 속에서도 아들의 꿈만큼은 꼭 지켜주고픈 가정폭력 피해자 정선아 씨(매일신문 7월 28일 11면)에게 2천240만4천445원을 전달했습니다. 이 성금엔 ▷변호사박헌경사무소 20만원 ▷동산내과(강민규) 5만원 ▷동산내과(박경아) 5만원 ▷동산내과(박준석) 5만원 ▷박전호 30만원 ▷김승하 10만원 ▷이창영 5만원 ▷김노주 3만원 ▷이병규 2만5천원 ▷신종욱 2만원 ▷최은서 2만원 ▷최정원 2만원 ▷배상영 1만원 ▷정준홍 1만원 ▷최종석 1만원 ▷이장윤 4천원 ▷전소현 500원 ▷'이웃사람' 1만5천원 ▷'더운날씨에모두건강' 800원이 더해졌습니다. 성금을 보내주신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가족 위해 청춘 바친 김수형 씨에 5,155만원 성금
젊은 시절 가족을 위해 청춘을 바쳤고 50대가 된 지금은 입원실에 누워 파킨슨병을 앓는 어머니를 걱정하는 김수형 씨(매일신문 8월 4일 11면)에게 61개 단체, 616명의 독자가 5천155만5천758원을 보내주셨습니다. 성금을 보내주신 분은 다음과 같습니다.
▷에스엘㈜ 200만원 ▷피에이치씨큰나무복지재단 200만원 ▷건화문화장학재단 150만원 ▷㈜일지테크 100만원 ▷㈜태원전기 100만원 ▷한성철강㈜ 100만원 ▷신라공업 50만원 ▷㈜태린(김동수) 40만원 ▷최상규이비인후과 40만원 ▷㈜신행건설(정영화) 30만원 ▷㈜동아티오엘 25만원 ▷㈜백년가게국제의료기 25만원 ▷KT부동산㈜(허은) 20만원 ▷금강엘이디제작소(신철범) 20만원 ▷대창공업사 20만원 ▷새화성약국(박경옥) 20만원 ▷㈜삼이시스템 20만원 ▷하람산업(김병윤) 20만원 ▷경주천마운전전문학원 10만원 ▷교문인쇄나라(현병준) 10만원 ▷김영준치과의원 10만원 ▷김정수경영회계사무소 10만원 ▷뉴세븐모터스(문석태) 10만원 ▷동양자동차운전전문학원 10만원 ▷레인보우음악줄넘기(장은열) 10만원 ▷바른약국(김성희) 10만원 ▷법무사권미숙사무소 10만원 ▷법무사김태원사무소 10만원 ▷보경사(조영석) 10만원 ▷세움종합건설(조득환) 10만원 ▷신영메딕스(신원상) 10만원 ▷우리들한의원(박원경) 10만원 ▷유성에스에이치(이석현) 10만원 ▷㈜구마이엔씨(임창길) 10만원 ▷㈜우주배관종합상사(김태룡) 10만원 ▷창성정공(허만우) 10만원 ▷프렌즈(손순영) 10만원 ▷KGM자동차(맹유빈) 5만원 ▷건천제일약국 5만원 ▷국제정밀(김용근) 5만원 ▷베드로안경원 5만원 ▷삼보엔지니어링(이병호) 5만원 ▷서울한의원(이승섭) 5만원 ▷선진건설㈜(류시장) 5만원 ▷연합광고(김천수) 5만원 ▷전피부과의원(전의식) 5만원 ▷칠곡한빛치과의원(김형섭) 5만원 ▷홍익모터스(박종학) 5만원 ▷국선도두류수련원 3만원 ▷동신통신㈜(김기원) 3만원 ▷매일신문구미형곡지국(방일철) 3만원 ▷㈜동위(이석우) 3만원 ▷보성카써비스(김영수) 2만원 ▷서성상회(박형근) 2만원 ▷수성장원공인중개사사무소(권태철) 2만원 ▷통영굴국밥국수(허정) 2만원 ▷링커스(이서진) 1만원 ▷법무사김재갑사무소 1만원 ▷서광테크(박세은) 1만원 ▷월성사랑약국 1만원 ▷하나회(김미라) 1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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