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세제 개편안이 곳곳에서 삐걱거리고 있다.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개편안과 이른바 '주가 누르기 방지' 방안은 반발이 커지자 이재명 대통령이 전면 재검토를 지시했다. 종합부동산세와 양도소득세 개편안에도 입법예고 닷새 만에 4천 건이 넘는 국민 의견이 쏟아졌다. 세 부담 증가에 대한 반대는 물론 실거주 예외, 육아·가족 돌봄, 재건축·리모델링, 부부 공동명의 등 쟁점이 쏟아지고 있다.
정부는 의견을 충분히 듣고 합리적 제안은 반영하겠다고 한다. 그러나 애초에 정부가 과연 제대로 검토하고 법안을 내놨는지부터 따져볼 일이다. 세제는 여론을 떠보는 정책이 아니다. 한 번 바뀌면 국민 자산 배분과 기업 의사결정, 시장 가격 형성에 막대한 영향을 미친다. 특히 부동산과 자본시장, 상속·증여세를 한꺼번에 손대야 한다면 복잡한 이해관계, 시장 반응, 편법 가능성까지 살펴야 한다. 그런데 정부는 법안을 내놓고 반발이 커지자 재검토한다는 입장이다. 입법예고가 부실(不實) 준비를 대체하는 절차로 전락할 판이다.
848만 명이 가입하고 59조원이 쌓인 ISA부터 그렇다. 정부는 납입 한도 이월(移越)을 폐지하고 계약 기간을 5년으로 축소하면서 기존 ISA의 선택권을 줄였다. 국민의 장기 자산 형성을 돕는 제도를 국내 증시 자금 유인책으로 바꾸려는 의도다. '주가 누르기 방지' 방안의 경우 주가순자산비율(PBR)이 낮다는 이유만으로 의도적인 주가 낮추기로 판단할 수는 없다. 이를 입증하려면 PBR뿐 아니라 배당·자사주·특수관계인 거래 등 실제 기업행동을 종합해 살피는 기준이 필요하다. 부동산 세제는 더 복잡하다. 실거주 요건만 해도 취학·전근·질병·해외 체류·부모 봉양에 이어 육아와 가족 돌봄까지 예외로 인정해 달라는 요구가 나왔다. 재건축·재개발뿐 아니라 리모델링으로 이주한 기간도 거주 기간에 넣어 달라는 의견이 나왔다. 부부 공동명의 1주택자 공제 방식과 기존 보유자에 대한 장기보유특별공제 한도 적용을 둘러싼 문제 제기도 있다.
수천 건의 국민 의견과 정치권 반발, 대통령 재검토 지시가 이어지는 과정에서 정부와 국회가 들이는 시간과 행정력은 결국 국가가 부담해야 할 비용이다. 국민과 기업에 불확실성을 안기고, 정부가 내놓은 세법을 언제든 바꿀 수 있다는 불신도 키운다. 눈에 드러난 재정 비용만이 국가적 손실이 아니다. 개편안 재검토는 개별 조항 일부 손질에 그쳐서는 안 된다. 애초 정부 의도에 맞춰 국민과 기업을 움직이게 할 수단으로 세제를 동원한 것이 문제이고, 시장의 복잡성을 터무니없이 단순한 기준과 세제 혜택으로 통제하려던 것은 더 큰 문제다. 동기와 과정이 틀린 탓에 반발과 부작용이 쏟아지고 있다. 단순한 정책 실수가 아니라 세제 개편을 준비하는 정부의 자세에 관한 문제다. 불순한 의도와 조악(粗惡)한 방법으로는 결코 지지율을 높일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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