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이란 간 호르무즈 해협 정상화 기대가 다시 꺾이면서 국제유가가 급등했다. 10일(현지시간) 서부텍사스산원유(WTI)와 브렌트유는 5%가량 올랐다. 수입 원유의 60% 이상이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우리나라는 대체 조달선과 운송 경로를 확보해도 공급 차질이 불가피하다. 정유·석유화학·철강·항공·해운 등 에너지 집약 업종의 원가와 물류비도 걱정이다. 원·달러 환율이 1천410원대까지 떨어져 수입물가 압력은 상당 부분 완화됐지만 국제유가와 폭염이 복병(伏兵)이다. 7월 소비자물가는 2.8% 상승에 그쳤지만 이후 폭염으로 농산물 가격이 급등하고 있다. 폭염에 따른 공급 감소가 밥상물가를 흔드는 이른바 '히트플레이션'이 현실의 물가 문제로 떠올랐다.
중동발 에너지 공급 차질은 원유와 운송비를 통해 생산비와 소비자물가를 밀어 올리고, 폭염은 농·수산물 공급을 줄여 생활물가를 자극한다. 두 요인이 장기화하면 물가는 크게 흔들리게 된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는 시금치 가격이 한 달 새 152% 폭등했다는데, 농림축산식품부는 평년 대비 오히려 값이 낮아졌다고 해명한다. 김밥에 시금치가 빠진 이유도 모르는 정부다. 유가 상승은 기업의 생산비와 물류비를 높이고, 농산물과 식품 가격 상승은 가계의 실질 구매력을 떨어뜨린다. 비용 부담이 커진 기업은 투자와 고용을 줄일 수 있고, 물가 부담이 커진 가계는 소비를 줄여 결국 내수를 더 위축(萎縮)시킬 수 있다.
고유가에 대한 국제사회의 완충(緩衝) 여력도 예전보다 크게 약해졌다. 미국의 전략비축유(SPR)는 3억 배럴 아래로 떨어져 1983년 이후 최저 수준이다. 정부는 비축유 관리뿐 아니라 유가 상승이 운송비와 식품·서비스 가격으로 번지는 경로를 점검해야 한다. 비축 물량 방출 등 가능한 수단을 신속하게 가동해 물가 불안을 해소해야 한다. 호르무즈 사태의 진짜 위험은 유가 자체보다 충격이 물가와 산업, 민생으로 번지는 데 있다. 통계를 들먹이며 민심을 교란(攪亂)하는 여유를 부릴 때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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