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 안보를 위해 특정 지역이 희생했다면 그 비용 역시 국가가 책임지는 것이 마땅하다. 안보는 특정 지방자치단체의 선택적 사업이 아니라 대한민국 전체의 안전을 위한 국가적 책무이기 때문이다.
경북 성주군에서 추진되는 주한미군 공여구역 주변지역 지원사업은 이 원칙을 다시 묻게 한다. 성주군에서는 사드 배치에 따른 총 4천115억원 규모의 9개 사업이 진행 중이거나 예정이다. 온세대 플랫폼, 사드기지 진입 우회도로, 복지·문화시설 등 지역 숙원사업이 포함돼 있다.
문제는 이 사업들의 출발점이 '안보를 위한 지역의 희생'이라는 데 있다. 사드 배치로 성주군민들은 극심한 사회적 갈등과 생활상의 불편을 겪었다. 그런데 후속 지원사업에 또다시 지방재정이 투입돼야 한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총사업비 4천115억원 가운데 국비는 1천995억원으로 절반에도 못 미친다. 도비도 325억원에 그쳐 성주군이 부담해야 할 돈이 1천795억원에 달한다. 재정이 취약한 농촌지역 군 단위 지자체에겐 힘에 부치는 금액이다. 성주군민들이 '지원사업으로 포장한 국가의 책임 회피'라고 비판하는 이유다.
더 큰 문제는 형평성의 불균형이다. 성주뿐만 아니라 평택·동두천·의정부·파주 등 공여구역 지자체들은 오랫동안 규제와 제약을 감내해 왔다. 피해 보상을 위해 지원제도가 만들어졌으나, 원인 제공자인 국가가 비용 책임을 지방에 떠넘기는 구조가 반복되고 있다. 겉으로는 대규모 지원사업이지만, 피해지역이 또다시 재정 부담을 떠안는 셈이다.
안보의 혜택은 국민 전체가 누리지만, 피해와 갈등의 비용은 특정 지역이 오롯이 짊어진다. 피해 보상 사업조차 30~50%의 지방비 매칭을 요구해 "국가가 발생시킨 피해를 지방비로 복구하라"는 모순을 낳는다. 2025년 경기도의회에서 중앙정부의 지원계획 없이 지방재정을 선제 투입하는 것을 두고 논란이 일었던 이유도 바로 이 때문이다.
나아가 지자체 간 재정력 격차로 인한 불평등도 가중된다. 재정 자립도가 취약한 농촌 지자체가 막대한 지방비를 대기 위해선 복지예산 등을 줄여야 한다. 대규모 국책 인프라에는 국비가 최대 100%까지 투입되는 반면, 안보 희생 지역에 지방비를 지우는 것은 희생의 가치를 저평가하는 처사다.
이재명 대통령 역시 "공동체를 위해 특별한 희생을 치른 곳에는 특별한 보상이 주어져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국가 안보라는 공적 가치를 위해 특정 지역에 희생을 요구했다면, 이에 상응하는 재정적 책임 역시 중앙정부가 온전히 짊어지는 것이 그 국정 철학에도 부합한다.
정부는 공여구역 지원사업의 국비 지원 비율을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 성주의 문제는 성주만의 문제가 아니다. 앞으로 국가가 새로운 안보시설 입지를 결정할 때 주민들에게 희생을 요구하려면 국가가 무엇을 책임질지 먼저 약속해야 한다. 희생을 요구하면서 그 비용까지 지방에 떠넘긴다면 어느 지자체와 주민이 동참하겠는가. 님비(지역이기주의) 현상을 탓하기 전에, 희생한 지역을 외면하고 비용을 떠넘기는 국가 이기주의부터 성찰해야 한다.
국가 안보는 모두의 책임이다. 그렇다면 안보를 위한 희생의 대가 역시 국가가 책임지는 것이 정의에 맞다. 국가를 위해 희생한 지역에 또다시 재정적 희생을 요구할 것인가, 아니면 이제라도 국가가 그 책임을 온전히 질 것인가. 이 질문에 대한 정부의 답이 앞으로 대한민국의 안보시설과 지방자치의 관계를 결정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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