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상청 레이더 영상을 보노라면 한 화면 안에 절반은 파랗게, 나머지 절반은 붉게 물들 때가 있다. 파란 쪽은 가랑비, 붉은 쪽은 폭우다. 같은 시각, 같은 하늘 아래 완전히 다른 날씨가 공존한다. 누군가는 우산을 접고 걷지만, 다른 쪽에 있는 이는 하수구가 역류하는 골목에서 발을 동동 구르고 있을 테다.
정부 부동산 정책을 보면 이 같은 그림이 자꾸 떠오른다. "국민이 '이재명 정부는 집 못 지어서 미쳤냐'는 생각을 할 수 있어야 한다." "부지를 마른 수건 짜듯이 짜야 한다." 이재명 대통령이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에게 했다는 이 지시는 절박함을 넘어 절실함에 가깝다.
이 대통령은 13일 수석보좌관 회의에서도 "공급 총력전에 나서야 한다"며 "부동산 문제 해결에 가용한 수단과 역량을 집중 투입해야 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서울 집값이 계속 오르니 정부로서는 다급할 만하다. 이를 탓할 생각은 없다. 문제는 이 절박함이 딱 서울에서 멈춘다는 데 있다.
국토부에 따르면 2026년 6월 기준 전국 미분양의 72.2%, 준공 후에도 안 팔린 이른바 '악성 미분양'의 84.2%가 지방에 쌓여 있다. 대구는 미분양이 4천383호로 다시 늘었고, 경북은 한 달 새 23.5%나 급증했다. 지방 부동산 시장은 지금 시장 기능 자체가 멈춰 섰다며 탄식을 쏟아낸다.
건설사는 공사비를 회수하지 못해 휘청이고, 분양 대행사는 일감을 찾아 서울로, 부산으로 떠돈다. 대구경북 업계 관계자들의 말은 한결같다. "IMF 외환위기 때보다 더 심각하다."
그런데 정부의 귀에는 유독 한 가지 목소리만 들리는 모양이다. "서울 집값이 너무 비싸 못 살겠다"는 아우성 말이다. 같은 나라 안에서 한쪽은 집이 없어서, 다른 한쪽은 집이 안 팔려 울상인데 정책은 한쪽 소리만 증폭해서 듣는다. 마치 레이더의 절반만 보고 일기예보를 하는 격이다.
정부는 1월에도 국유지와 공공기관 부지, 노후 청사까지 끌어모아 수도권에 6만 호를 공급하겠다고 했다. 이 대통령이 "수도권 집중은 국가 생존의 위협"이라고 경고한 지 불과 엿새 뒤였다.
반년이 지난 지금도 정부의 시선은 그대로다. 이달 13일 내놓은 주택 공급대책의 핵심도 수도권이었다. 서울·경기에 '23만 호+α'를 추가 공급해 치솟는 아파트값과 전셋값을 잡겠단 생각뿐, 지방 대책은 "필요시 지방으로 확대" 한 줄이 전부였다.
집값이 오르는 것도, 안 팔리는 것도 결국은 시장이 보내는 경고음이다. 다만 서울의 비명은 대통령 주재 회의 안건에 오르고, 대통령의 입을 통해 직접 정책으로 옮겨진다. 지방의 절규는 국토부가 매달 내놓는 통계표 어딘가에 숫자 몇 개로만 남아 있다가, 다음 통계가 나오면 그 위에 덮여 잊힌다. 4천383호, 23.5%, 이런 숫자는 데이터가 아니라 대구경북 어딘가에서 잔금을 걱정하는 건설업자와 팔리지 않는 아파트 앞에서 내 집 마련을 망설이며 발길을 돌리는 실수요자의 얼굴이다.
정부가 정말 '시장의 목소리'를 듣고 정책을 만든다면, 그 시장이라는 말에 지방도 포함돼야 한다. 균형발전은 예산 사업 한두 개 얹는다고 되는 일이 아니다. 세제 하나를 고칠 때도, 공급 계획 하나를 짤 때도 지방의 사정이 함께 계산돼야 진짜 균형이다. 서울에 우산을 씌워주는 동안 지방은 여전히 소나기 속에 서서, 정부가 레이더의 붉은 쪽을 봐 주기를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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