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구 삼덕동 & 수성구 삼덕동
- 중구 도원동 & 달서구 도원동
- 동구 동호동 & 북구 동호동
- 남구 이천동 & 수성구 이천동
- 달서구 본리동 & 달성군 본리리
도시는 이름으로 기억된다. 대구 지역 곳곳에는 각각의 고유한 스토리가 깃들어 있는 다양한 이름의 동명들이 있다. 그러나 때로는 하나의 이름이 두 개의 이야기를 품고 있기도 하다. 같은 이름을 가진 동(洞)들이 서로 다른 시간과 공간 속에서 전혀 다른 이야기를 만들어내고 있다.대구 곳곳에는 한자까지 동일한 '쌍둥이 지명'들이 존재한다.
대표적인 사례가 중구와 수성구에 있는 삼덕동(三德洞)이다.
중구 삼덕동은 천덕(天德), 지덕(地德), 인덕(人德)을 합하여 세 가지 덕이 있는 동네라 하여 삼덕동으로 불려졌다. 중구 삼덕동에는 일제강점기 항일 저항시인 이육사를 비롯해 수많은 독립 애국지사들이 복역한 대구형무소가 있었던 장소로, 근현대사의 아픔과 저항의 기억이 깊게 남아 있다. 대구시 중구 삼덕동은 현재 감성 소비와 문화 경험이 결합된 도심형 라이프스타일 공간으로 인식된다. 과거 대구형무소와 같은 역사적 장소였던 이 지역은, 현재는 삼덕동 벽화마을을 비롯한 카페와 공방, 소규모 전시공간이 밀집한 창의 문화지구로 변모했다. 특히 삼덕동은 단순한 상업지구라기보다 골목 기반의 감성 공간이라는 점에서 특징적이다.
수성구 삼덕동은 두 가지 유래가 전해진다. 인접한 마을인 대덕(大德), 덕천(德川), 외환(外患) 마을 등 세 마을을 가리켜서 삼덕이라고 한다는 설이 있다. 또 하나는 마을 앞에 있는 대덕산의 덕을 따서 유래된 지명이라고도 한다. 수성구 삼덕동은 중구에 있는 삼덕동과 한자까지 똑같다. 수성구 삼덕동에는 근·현대미술의 정체성을 제시하는 지방 최대 미술관 중 하나인 대구시립미술관과 문화보국(文化保國)의 상징인 대구간송미술관, 육상진흥센터 등이 있다. 말하자면 대구의 문화·체육 복합거점이자 외곽형 공공문화 클러스터다. 중구 삼덕동이 골목 기반의 감성 문화지라면, 수성구 삼덕동은 대규모 공공 인프라를 중심으로, 계획적으로 형성된 문화·스포츠 중심지이다.
참고로 대구에는 삼덕동과 발음이 비슷한 상덕동(尙德洞)이 있다. 상덕동은 중구에 있는 법정동으로 대한민국의 수많은 법정동 중에서 면적이 아주 작은 편이다. 상덕동의 면적은 2천971㎡로 평수로 보면 약 900평 정도가 된다. 일반적인 축구장 크기가 약 7천 ㎡인데, 상덕동의 면적은 이 축구장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따라서 상덕동 전체를 한 바퀴 도는데 걸리는 시간은 도보 기준 2~3분 정도면 충분하다. 현재 상덕동에 거주하는 세대수는 4세대이고, 주민 수는 6명이다.
또 하나 흥미로운 사례는 도원동(桃園洞)이다. 중구와 달서구에 동시에 존재하는 이 이름은 모두 중국 시인 도연명(陶淵明)의 「도화원기(桃花源記)」에 나오는 '무릉도원(武陵桃源)'에서 유래하였다. 다시 말해, '도원'이라는 지명은 이상향을 의미하며, 도시 속에서도 여전히 '살기 좋은 공간'에 대한 인간의 욕망을 반영한다. 중구 도원동은 인근 수창공원 등지와 경계를 이루면서 도심 재개발의 영향으로 면적의 대부분을 아파트가 차지하고 있다. 반면, 달서구 도원동은 수달이 살고 있는 친수공간인 월광수변공원과 같은 자연 친화적 공간을 품고 있다. 지명은 같지만, 도시의 성장 방식에 따라 전혀 다른 풍경을 만들어낸 것이다.
도동(道洞) 역시 두 개의 이야기를 가진다. 동구 도동(道洞)은 이 지역에 살았던 효심 깊은 서시립(徐時立)을 기려 나라에서 마을 이름을 도리동(道理洞)이라고 명명하였고, 이 '도리'라는 명칭에서 비롯된 윤리적 의미를 기려 도동이 되었다고 전해진다. 도동에는 대한민국 천연기념물 제1호인 도동 측백수림(側柏樹林)과 임진왜란 때 왜군에 맞서 싸웠던 역사적 자원인 용암산성 등이 자리하고 있다. 한편, 달성군 구지면에도 같은 한자를 쓰는 도동리(道東里)가 있다. 도동리는 동방오현의 수현(首賢)인 한훤당 김굉필을 기리기 위해 세워진 교육·제향 공간인 도동서원이 위치한 곳이다. 이러한 도동리는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된 도동서원을 중심으로 유교적 학문 전통과 정신문화가 중심이 되는 공간이다.
그리고 자연과 생활이 결합되어 지명이 탄생한 지역도 있는데, 그 지역은 바로 동구와 북구의 동호동(東湖洞)이다. 동구의 동호동은 반야월초등학교 인근에 못이 하나 있는데 그 못의 동쪽을 동호동, 서쪽을 서호동(西湖洞)이라 불리면서 탄생하였다. 북구 동호동은 저수지인 서리지의 동쪽에 위치해 있다고 하여 생긴 지명이다. 이 두 동호동은 모두 각각 다른 호수의 동쪽이라는 지형적 특징에서 유래한 지명이다.
그리고 배나무와 관련이 있는 지명도 있는데, 바로 남구와 수성구에 있는 이천동이다. 남구 이천동은 옛날에 배나무가 많았고, 그 밑에 맑은 샘물이 솟았다고 한다. '배나무 밭에 있는 샘'이라는 뜻에서 마을 이름이 유래했다. 남구 이천동은 각종 골동품, 고가구 등을 판매하는 서울 인사동과 비슷한 공간인 이천동 고미술거리와 대구 최초 수도시설인 대봉배수지, 미8군 캠프헨리(Camp Henry) 등 전통·근대·외국문화가 겹겹이 쌓인 도심형 생활문화 공간이다.
수성구 이천동은 예전 이 마을 앞을 흐르는 하천에 배나무가 많이 재배된 것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이천동이라는 명칭은 바로 배나무 이(梨) 자와 내 천(川) 자를 합하여 동명을 정한 것이다. 남구 이천동(梨泉洞)과 수성구 이천동(梨川洞)은 서로 다른 한자를 쓰고 있으나 뜻은 비슷한 의미를 담고 있다. 이는 자연환경이 지명을 형성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였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그리고 달서구 본리동(本里洞)과 달성군 본리리(本里里)는 '근본'이라는 의미를 공유한다. 달서구 본리동, 달성군 화원읍 본리리는 '근본이 되는 마을', '으뜸이 되는 마을'이라는 뜻을 지니며, 지역의 중심성과 정체성을 상징한다. 달성군에는 '본리리'라는 지명이 세 군데가 있다. 화원읍과 논공읍, 옥포읍 등에 본리리가 입지하고 있다. 화원읍 본리리에는 예전 농촌마을의 정겨운 풍경을 고스란히 간직한 마비정(馬飛亭) 벽화마을이 있다. 또 목화씨를 들여온 문익점의 후손들이 살아가는 남평문씨 본리 세거지인 인흥마을 등 대구 시민이 가장 쉽게 만날 수 있는 살아 있는 전통마을이라고 할 수 있다. 전통마을 풍경과 문화유산이 살아 있는 공간으로, 과거의 삶이 현재까지 이어지는 흔적을 보여준다.
이처럼 대구 지역 곳곳에는 한자까지 이름이 똑같은 동명 지역이 많이 분포하고 있다. 이는 대구라는 도시가 얼마나 다층적인 구조를 가지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결국 지명은 좌표가 아니라 이야기다. 같은 이름이라도 그 안에 담긴 시간과 기억은 모두 다르다. 그래서 우리 지역을 자세히, 그리고 오래 보면, 동일한 지명 속에 숨은 서로 다른 이야기를 읽어낼 수가 있다.
대구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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