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시작한 낯선 창작뮤지컬을 보기 위해 런던 관객들이 실제로 극장을 찾아와 객석을 채워주었다는 사실 자체가 가장 인상 깊고 감사했습니다"
대구에서 출발한 창작뮤지컬 '유앤잇'(YOU & IT)이 지난 20일 영국 런던 킹스 헤드 극장(King's Head Theatre)에서 첫 공연을 마쳤다. 첫 프리뷰 공연은 약 90%의 객석 점유율을 기록하며 기분 좋은 출발을 알렸고, 오는 9월 26일까지 오프웨스트엔드 공연을 이어갈 예정이다. 한국 공연팀이 그대로 진출하는 방식이 아닌 영국 배우와 현지 창작진, 프로덕션이 참여해 새롭게 제작된 작품으로 런던 관객들과 만나고 있다.
2019년 제13회 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DIMF) 창작지원작으로 초연돼 그해 창작뮤지컬상을 수상한 '유앤잇'은 사별한 아내(미나)의 기억과 데이터를 기반으로 구현된 인공지능(AI) 휴머노이드와 함께 살아가는 남편(규진)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기술이 빠르게 발전하면서 작품이 다루는 소재 역시 시간이 지날수록 현실감을 더해왔다.
작품의 원작자인 이응규 이지뮤지컬컴퍼니 대표는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사실 '유앤잇'이 처음부터 해외 진출을 염두에 두고 기획한 작품이었다고 설명했다. 창작 초기 컴퓨터 작업 폴더 이름도 '해외진출작 유앤잇'으로 정할 만큼 언젠가는 세계 관객들에게 작품을 선보이겠다는 목표를 품고 작업을 시작했다는 것이다. 그는 "언젠가 그날이 왔을 때를 대비해 처음부터 부실공사가 없는 작품을 만들자는 마음으로 세밀하게 공을 들였다"고 말했다.
초연 이후 작품은 곧바로 해외 진출을 위한 현지화 작업에 들어갔다. 만다린 버전으로 대만에서 공연됐고, 영어 버전은 2024년 에든버러 프린지에 진출해 '머빈 스터터스 픽 오브 더 프린지'에 선정되며 해외 시장에서 가능성을 확인했다. 이를 계기로 이 대표는 세계 뮤지컬의 양대 시장인 웨스트엔드와 브로드웨이에서 작품성을 검증받겠다는 목표를 세웠고, 영국 현지 창작진과 협업해 이번 오프웨스트엔드 공연을 준비했다.
이 대표는 이번 런던 공연을 준비하며 단순히 한국어 대사와 가사를 영어로 옮기는 데 그치지 않고, 영국 관객이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공감할 수 있는 작품으로 만드는 데 중점을 뒀다. 이를 위해 현지 연출가와 번역·작사팀, 음악팀, 배우들이 함께 작품을 다듬으며 대사의 호흡과 유머, 장면의 속도 등을 새롭게 구성했다. 그는 "한국 공연의 영어판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원작의 핵심 감정은 유지하면서 영국 관객을 위한 새로운 프로덕션을 만드는 과정에 가까웠다"고 말했다.
하지만 작품의 배경인 대구 북성로와 한옥, 바둑 등 한국적인 요소는 그대로 유지했다. 그는 "작품 속 요소들은 인물들이 어떤 공간에서 살아왔고, 어떤 기억을 함께 쌓아왔는지를 보여주는 중요한 부분"이라며 "이 작품이 어디에서 태어난 이야기인지 분명하게 보여주는 것이 '유앤잇'만의 정체성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어 "이를 처음 접하는 영국 관객도 별도의 설명 없이 이야기와 감정을 따라갈 수 있도록 대사와 상황을 정리하는 데 집중했다"고 덧붙였다.
이러한 방향성은 캐스팅에도 반영됐다. 규진과 미나가 한국에서 살아가는 인물인 만큼 아시아계 배우를 기용해 작품의 정체성을 유지했다. 미나 역에는 올리비에 어워드 여우조연상 후보에 올랐던 프랜시스 메일리 매캔이, 규진 역에는 뮤지컬 '디어 에반 핸슨' 등에 출연한 재커리 팡이 출연한다.
끝으로 이 대표는 지역 창작자들에게 "처음부터 서울이나 해외의 문법에 맞추려고 하기보다 자신이 가장 잘 아는 장소와 사람, 이야기를 충분히 단단하게 만드는 것이 먼저"라고 조언했다. 이어 "지역에서 자신만의 이야기를 꾸준히 만들어간다면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멀리 갈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포기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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