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증시가 반등세를 이어간 가운데 자동차주만 유독 부진한 흐름을 나타냈다. 현대자동차 노조의 전면파업에 이어 부품사까지 파업에 나서면서 생산 차질 우려가 커진 데다 판매 부진과 수익성 부담까지 겹친 영향으로 풀이된다. 외국인과 기관이 자동차주를 대거 팔아치운 반면 개인투자자들은 물량을 대부분 받아내 투자 주체별 온도 차도 뚜렷하게 나타났다.
3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KRX 자동차' 지수는 최근 1주일(20~28일) 동안 4.93% 하락했다. 이는 코스피(4.91%)·코스닥(1.69%) 지수 수익률을 밑도는 수치며 거래소가 산출하는 40개 산업 지수 가운데 최하위 수준이다.
같은 기간 지수를 구성하는 20개 종목 중 13개가 하락했고 6개만 상승했다. 1개 종목은 보합을 기록했다. 특히 현대차그룹 주요 종목이 일제히 부진했다. 현대모비스가 이 기간 11.49% 급락했으며 현대차와 기아도 각각 3.50%, 3.76% 떨어졌다. 반면 세방전지는 19.03% 급등했고 한국앤컴퍼니(2.48%), 일진하이솔루스(2.40%), 성우하이텍(2.19%) 등은 상승했다.
수급에서도 투자심리 위축이 고스란히 나타났다. 최근 1주일간 KRX 자동차 구성 종목 20개에 대해 외국인은 총 3591억원, 기관은 5633억원을 각각 순매도했다. 두 투자 주체의 순매도 규모를 합하면 약 9224억원에 달한다. 반면 개인은 9236억원어치를 순매수하며 이들이 내놓은 물량을 사실상 대부분 받아냈다.
특히 지수 내 비중이 큰 현대차·기아·현대모비스에 매도세가 집중됐다. 세 종목에 대해 기관은 5584억원, 외국인은 3384억원어치를 각각 팔아치웠다. 개인은 세 종목에서만 8988억원을 순매수했다. 주가가 두 자릿수 하락한 현대모비스의 경우 개인이 2633억원어치를 사들인 반면 기관과 외국인은 각각 1980억원, 677억원 순매도했다.
자동차 관련 상장지수펀드(ETF)도 이를 피해 가지 못했다. 삼성자산운용의 'KODEX 자동차'가 5.17% 떨어져 낙폭이 가장 컸으며 ▲신한자산운용 'SOL 자동차TOP3플러스(4.09%) ▲키움투자자산운용 'KIWOOM 현대차그룹TOP3채권혼합50(-2.09%)' ▲하나자산용 '1Q 현대차기아채권혼합50(-1.56%)' ▲SOL 자동차소부장Fn(-1.13%) 등도 일제히 약세를 나타냈다.
자동차주를 끌어내린 가장 직접적인 요인으로는 파업에 따른 생산 차질 우려가 꼽힌다. 현대차 노조는 지난달 21일 임금협상 난항으로 10년 만에 8시간 전면파업에 돌입했다. 당시 울산·전주·아산공장의 모든 생산라인이 멈췄으며 업계에서는 전면파업 당일까지 누적 생산 차질 규모가 약 5만5200대에 달한 것으로 추산했다.
현대차 노사가 지난 25일 임금·단체협약 잠정 합의안을 마련하면서 완성차 파업 우려는 한고비를 넘겼지만, 이번에는 부품사로 불똥이 옮겨붙었다. 현대모비스의 생산 자회사인 모트라스와 유니투스가 26일과 28일 부분파업에 나서면서 현대차·기아 공장까지 영향을 받았다. 두 회사의 파업에 따른 완성차 생산 차질 규모가 1만대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되기도 했다.
판매와 수익성에 대한 우려가 이어지고 있는 점도 부담이다. 현대차의 지난 7월 글로벌 판매량은 31만8454대로 전년 동월 대비 5.1% 감소했다. 국내 판매가 14.4% 줄었고 해외 판매도 3.2% 감소했다. 올해 2분기 현대차의 매출액은 분기 기준 최대치를 기록했지만 영업이익은 2조8509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20.8% 줄었다.
증권가에서도 이미 완성차의 단기 실적 모멘텀 둔화를 경계해 왔다. 대신증권은 현대차의 판매 부진과 파업 장기화, 기아의 전기차(EV) 판매 비중 확대에 따른 수익성 믹스 악화 등을 이유로 3분기 완성차 실적 모멘텀이 제한적일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증권가에서는 단기 생산 차질과 수익성 부담이 자동차 업종의 중장기 성장성 훼손으로 직결되는 것은 아니라는 분석도 나온다. 현대차는 지난 26일 '2026 CEO 인베스터 데이'를 통해 2030년 글로벌 판매 555만대 목표를 재확인하고 권역별 생산능력 확대와 100종 이상의 신차 출시, EREV(주행거리연장형 전기차) 도입 등을 제시했다. 북미 부품 현지화율도 현재 60%에서 2030년 80%까지 높인다는 계획이다.
2030년 영업이익률 목표도 기존 8~9%에서 9% 이상으로 높였다. 하이브리드차 판매 비중 확대와 매출원가율 3%포인트 절감을 통해 수익성을 개선한다는 구상이다. 올해 보유 자사주 전량을 소각하는 등 주주환원책도 이어간다.
환율 환경도 향후 완성차 업체의 실적 부담을 일부 덜어줄 변수다. 유지웅 다올투자증권 연구원은 "원·엔 환율의 장기 하락 추세가 종료될 가능성이 최근 들어 부각되고 있다"며 "엔화 강세가 현실화될 경우 상대적으로 현대차·기아가 환율상 이점을 누릴 수 있는 변곡점으로 전환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김귀연 대신증권 연구원은 "8월 자동차 섹터는 완성차 대비 부품사 우위 구간을 예상한다"며 "현대차 판매 부진·파업 장기화, 기아 EV 믹스 확대에 따른 3분기 실적 모멘텀이 제한적인 반면 부품사는 현대차 CEO 인베스터 데이 내러티브와 기아·북미 및 유럽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물량 수혜가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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