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정부가 출범과 함께 국민 통합과 실용을 명분으로 기용했던 보수 및 중도계 인사들이 잇따라 중도 하차하면서 정부가 내세운 '탕평 인사'의 진정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이석연 전 대통령 직속 국민통합위원장은 지난 9일 입장문을 내고 임기를 1년 남겨두고 사퇴한다고 밝혔다. 이 전 위원장은 지난 3일 자신의 SNS에 '국민 여러분께 드리는 말씀'이라는 제하의 글을 통해 사퇴의 변을 적었다.
형식은 자진 사퇴지만, 앞서 청와대가 이 전 위원장에게 유임없이 물러나달라는 의사를 전한 것으로 알려져 사실상 경질된 것으로 풀이된다.
이재명 정부에서 국민 통합 기조 하에 발탁된 이 전 위원장은 지금껏 법왜곡죄 도입, 보완수사권 완전 폐지 등 정부와 여당의 사법개편 작업을 공개적으로 비판하는 등 직언을 아끼지 않았다.
지난 5월 이 전 위원장은 청와대 소속 행정관으로부터 경고성 이메일을 받은 것을 언급하면서 최근 들어 사사건건 자신의 행보에 관여하고 불필요한 제동을 걸려는 움직임이 반복된다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규제합리화위원회 부위원장에 전격 기용됐던 이병태 전 카이스트 교수 또한 청와대의 사퇴 권고를 받고 지난 7월 물러났다. 그는 보수성향 시장주의 학자로 홍준표 전 대구시장 측근이었기에, 발탁 당시 '뉴이재명' 인사로 불렸다.
하지만 그동안 정부의 핵심 국정 과제 및 메가 프로젝트 추진 방향을 두고 정책 마찰이 적잖았다. 그를 '눈에 가시'로 여기던 여권은 그의 '5·18' 발언을 두고 집중적으로 사퇴를 요구했다. 이 전 부위원장이 배재고 야구부가 '스타벅스 응원가'로 5·18 광주민주화운동을 조롱했다는 이유로 중징계를 받은 것과 관련, "5·18이 성역이 됐다"는 의견을 피력하는 것을 빌미로 삼은 것이다. 결국 청와대는 그에게 사퇴를 권고했다.
사전 검증 과정에서 탕평 인사가 탈락하는 사례도 있었다. 보수 정당 3선 의원 출신으로 첫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에 발탁됐던 이혜훈 전 의원은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부동산 관련 투기 의혹과 과거 행적 논란이 집중 부각되면서 지명 28일 만에 지명 철회됐다. 강준욱 전 국민통합비서관 역시 과거 기고문에서 드러난 정치·역사 인식 논란으로 임명 이틀 만에 자진 사퇴했다.
정치권에서는 여권이 통합과 외연 확장을 전면에 내걸었으나, 정작 직언과 이견을 수용하는 정무적 융통성에는 한계를 드러낸 것으로 풀이한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탕평을 명분으로 뽑은 인사가 임기를 채우지 못한 채 잇따라 낙마하는 모습을 지켜보면 이 또한 현 정부의 '보여주기식 카드'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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