팝업에 다녀왔다. 그것도 부산까지.
요즘 SNS를 보다 보면 가고 싶은 팝업이 한두 개가 아니다. 감각적으로 꾸며진 체험 공간과 갖고 싶은 굿즈, 사람들로 북적이는 모습까지. 뷰티, 공연, 음식 할 것 없이 분야도 가지각색이다. 관련된 릴스 몇 개를 보고 있으면 나도 그곳에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민음사 팝업에 다녀왔다. 서울 용산 이후 부산 팝업이라니. 지난번 민음사 빵을 먹고 가지게 된 투명 책갈피와 세트를 맞추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발 빠르게 움직였더니 예약 마감 전에 시간을 고를 수 있었다.
주어진 시간은 충분했다. 하지만 늦은 입장 시간을 고른 터라 사고 싶은 물건이 충분하지 않았다. 인기 물품들은 일찌감치 솔드아웃이었다. 보통 팝업은 당일마다 판매 수량을 따로 뺀다고 하니 오픈 시간이 가장 인기라는 거다. 역시 처음 팝업에 가본 티가 난다.
SNS에서 보던 모습은 꽤 넓어 보였는데, 실제로 가보니 사람들로 엄청나게 북적였다. 그러나 나는 팝업을 즐기기보다 화면으로 봤던 것과 실제가 얼마나 비슷한지 확인하고 있었다. '이거 좀 이상하지 않나?'하는 생각이 스쳤다.
생각해 보면 나는 이미 릴스를 통해 공간을 보고, 사람들이 무엇을 사는지 확인하고, 갖고 싶은 굿즈를 골라놓았다. 그래서인지 실제로 그곳에 머문 시간은 짧았다. 그때 알아차렸다. '아! 어쩌면 나는 가기 전부터 이미 그곳을 다 즐긴 거였구나.'
얼마 전 다녀온 여행도 마찬가지다. 예전엔 블로그를 검색하며 여행 정보를 찾았다면, 지금은 먼저 다녀온 사람들의 영상들이 유튜브에 넘쳐났다. 관광지부터 맛집까지 정보를 얻는 건 좋지만, 비슷한 영상 열댓 개를 보다 보니 이미 다녀온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랜선 집사, 방구석 탐험가가 왜 생기는지 조금은 알 거 같았다.
물론 직접 가서 경험하는 것과 영상을 보는 것을 비교할 수는 없다. 지난 여행에서 가장 좋았던 순간을 꼽으라면 미리 계획하지 않았던 길을 혼자 걸을 때 마주한 한적함이었으니까.
이렇듯 우연히 만난 사람이나 예상하지 못한 풍경, 실제로 봤을 때 더 마음에 드는 굿즈처럼 경험하지 못하면 알지 못하는 것들이 있다. 실패하지 않기 위해 미리 검색하고, 다른 사람들의 경험을 찾아보는 것으로 시행착오는 줄어든다. 하지만 그만큼의 처음도 줄어들고 있는 것 같다.
영화를 볼 때만 스포 금지가 필요한 게 아니다. 모르는 게 약이라는 옛말처럼 몰라야 재밌는 게 분명히 있다. 다음엔 조금 덜 찾아보고, 조금 덜 알고, 우연에 기대어 어딘가 한번 다녀와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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