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못하는 어린아이를 키우는 부모는 아이의 숨소리 하나, 이마의 온도 하나에도 신경을 곤두세운다. 반려동물을 키우는 보호자의 마음도 크게 다르지 않다. 개와 고양이는 아파도 어디가 어떻게 불편한지 직접 말하지 못한다. 대신 호흡과 체온, 맥박, 잇몸 색깔과 같은 몸의 변화로 끊임없이 신호를 보낸다.
이 때문에 평소 반려동물의 기초적인 신체 활력 징후, 즉 '바이탈 사인(Vital Sign)'을 알아두는 것이 중요하다. 건강할 때의 수치를 알고 있으면 평소와 다른 변화를 빨리 알아차릴 수 있고, 응급상황에서도 병원에 가야 할지를 판단하는 데 도움이 된다.
가정에서 비교적 쉽게 확인할 수 있는 것 중 하나가 호흡수다. 반려동물이 편안하게 잠들어 있거나 쉬고 있을 때 가슴이나 배가 한 번 오르내리는 것을 1회로 보고 1분 동안 센다. 개의 안정 시 호흡수는 일반적으로 분당 10~30회 정도다. 평소보다 뚜렷하게 빨라지거나 휴식 중에도 분당 40회 이상이 반복되고, 배를 크게 움직이며 힘들게 숨을 쉰다면 진료가 필요하다. 단순한 흥분이나 더위 때문일 수도 있지만 기관지나 폐 질환, 심장질환, 폐수종 등에서도 호흡수가 증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심박수와 맥박도 중요한 신호다. 집에서는 뒷다리 안쪽 사타구니 부위를 지나는 대퇴동맥에 손가락을 가볍게 대 맥박을 확인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소형견은 대형견보다 심박수가 빠르고 고양이 역시 개보다 빠른 편이다. 다만 나이와 체격, 긴장이나 흥분 정도에 따라 차이가 크기 때문에 특정 숫자 하나보다는 평소 안정된 상태의 심박수를 알아두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 특별한 이유 없이 지나치게 빠르거나 느리고 불규칙한 상태가 계속된다면 통증이나 탈수, 부정맥을 비롯한 심혈관계 이상 등을 확인해야 한다.
체온도 확인해 볼 수 있다. 개와 고양이의 정상 체온은 대체로 38~39℃대로 사람보다 높다. 가장 정확한 방법은 직장 체온을 측정하는 것이지만 가정에서 익숙하지 않은 보호자가 무리하게 시도할 필요는 없다. 평소 귀나 배 등을 만졌을 때의 느낌을 기억해 두고 평소와 달리 지나치게 뜨겁거나 차갑고, 처짐이나 식욕부진 등 다른 증상이 함께 나타난다면 체온을 확인하거나 동물병원을 찾는 것이 좋다. 고열은 감염이나 염증, 열사병 등에서 나타날 수 있고 저체온 역시 저혈당이나 쇼크 등 위급한 상황의 신호가 될 수 있다.
잇몸 색깔과 '모세혈관 재충만 시간(CRT)'도 유용하다. 건강한 반려동물의 잇몸은 보통 분홍빛을 띤다. 잇몸을 손가락으로 가볍게 눌러 하얗게 만든 뒤 손을 뗐을 때 약 1~2초 안에 원래 색으로 돌아오는 것이 일반적이다. 잇몸이 유난히 창백하거나 푸르게 보이고, 원래 색으로 돌아오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린다면 빈혈이나 혈액순환 장애, 저산소증, 쇼크 등도 의심할 수 있어 신속하게 상태를 살펴야 한다.
중요한 것은 '정상 수치'를 외우는 것만이 아니다. 사람마다 평소 혈압이나 맥박에 차이가 있듯 반려동물 역시 품종과 체격, 나이 등에 따라 차이가 있다. 따라서 건강할 때 우리 아이의 수치를 알아두는 것이 가장 좋은 기준이 된다.
스마트폰이나 달력에 한 달에 한두 번 정도 안정 시 호흡수와 심박수, 체온 등을 기록해 두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진료실에서 "평소 잠잘 때 호흡수가 20회 정도였는데 오늘은 38회까지 늘었다"고 이야기할 수 있다면 단순히 "숨을 빨리 쉬는 것 같다"고 설명하는 것보다 수의사가 상태를 판단하는 데 훨씬 유용한 정보가 된다.
응급질환은 예고 없이 찾아온다. 하지만 몸이 보내는 작은 변화까지 갑자기 시작되는 것은 아니다. 매일 밤 반려동물을 쓰다듬으며 숨소리를 살피고, 평소와 다른 점은 없는지 관찰하는 작은 습관이 질병을 일찍 발견하는 결정적인 단서가 될 수 있다.
말하지 못하는 반려동물에게 보호자의 세심한 관찰은 무엇보다 중요한 건강검진이다. 평소 아이의 상태를 기억하고 변화를 알아채는 보호자의 따뜻한 손길이야말로 가정에서 사용할 수 있는 가장 훌륭한 청진기일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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